거대 플랫폼 유튜브, 기업가치 180조원의 공룡…전세계 한달에 18억명 로그인 추정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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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13  |  수정 2018-09-13 09:12  |  발행일 2018-09-13 제19면
거대 플랫폼 유튜브, 기업가치 180조원의 공룡…전세계 한달에 18억명 로그인 추정

문자보다 영상이 더 익숙한 10대
포털 대신 유튜브서 궁금증 해결
10대 안드로이드폰 이용자 대상
가장 오래쓴 앱 유튜브 ‘76억분’
2위 카카오톡은 24억분에 그쳐

가짜뉴스나 명예훼손성 콘텐츠
혐오표현 등 제재없이 노출 문제
부가통신사업자라 방송법 예외
심의·내용·광고 등 제재 안받아
인기 크리에이터 욕설 흔히 접해


끈적하고 말랑한 젤리 같은 모양의 장난감인 슬라임이 지난해 세계적인 인기를 모았다. 아이유와 설리 등 연예인들이 SNS에 여러 종류의 슬라임을 만지고 노는 영상을 올리고, TV 예능 프로그램에도 등장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액체괴물’이라고 불리며 초등학생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에 대중적인 장난감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 슬라임 열풍이 시작된 것은 2015년쯤 유튜브에서다. 당시 어린이 유튜브 채널 ‘캐리TV’에서 슬라임 제작 영상을 올렸고, 조회수가 2천400만건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이처럼 유튜브의 기세는 대단하다.

◆유튜브로 소통하고 유튜브로 세상을 만나는 10~20대

어떤 궁금증이 생겼을 때 유튜브를 검색하면 ‘10~20대’, 포털 사이트를 검색하면 ‘30대 이상’이란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이미 10~20대에게는 검색의 개념이 바뀌었다. 문자나 사진보다 영상이 익숙하다. 글과 사진으로 꾸며진 블로그 포스트 대신 유튜브에서 ‘꿀팁 영상’을 찾아본다. 나이가 어릴수록 포털 사이트보다 동영상 플레이어 의존도가 높다.

유튜브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세대는 10대다. 10대는 모든 궁금증을 유튜브에서 해결한다. 과거 포털사이트의 역할을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가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모바일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이 4월 한달 동안 만 10세 이상 안드로이드폰 이용자 2만3천명을 대상으로 연령대별 모바일앱 사용 시간을 조사한 결과 10대가 가장 오래 쓴 앱이 유튜브(76억분)였다. 2위인 카카오톡(24억분)의 3배 이상이었고, 2~6위 앱들의 사용 시간을 모두 더해도 유튜브 사용 시간에 못 미쳤다.

이들의 디지털 활동 무대도 유튜브다. 모르는 게 있으면 포털사이트가 아닌 유튜브에서 ‘하우투(how to) 영상’을 검색한다. ‘친구들한테 인기 많아지는 법’ ‘요즘 10대들이 고백하는 방법’ ‘10대 코디와 화장법’ 등 궁금한 모든 것에 대한 대답이 다 나와 있다. 30~40대들이 과거에 하던 싸이월드나 페이스북처럼 초등학생들이 서로 안부를 묻고 일상을 공유하는 공간도 유튜브다.

이런 흐름은 10대를 넘어 20대까지 확산되고 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지난 10일 발표한 ‘전국 15~34세 800명 대상 유튜브 크리에이터 영상 이용행태 및 인식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15~34세 소비자의 경우 다른 채널과 비교해 유튜브 채널 의존도가 높은 편인 것으로 조사됐다. ‘어떤 채널이 없으면 일상이 가장 지루해질까’라는 질문에 전체의 44.5%가 ‘유튜브’를 1순위로 꼽았다. 이어 ‘카카오톡’(22.6%), ‘네이버·다음’(16.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25~34세는 ‘카카오톡’(29.8%)과 ‘네이버·다음’(23.5%) 포털 채널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았으나, 15~24세의 54%는 유튜브를 선택했다. 또 이 연령층의 하루 평균 유튜브 이용 시간은 ‘148.8분(2시간29분)’으로 25~34세(95.8분)보다 유튜브 의존도와 이용량 모두 높았다.

‘유튜버가 전문적인 직업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68.3%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영상 제작에 필요한 전문 기술을 배워보고 싶다는 응답도 65.5%를 차지했다. ‘실제 유튜버를 준비하고 있거나 기회가 된다면 한번쯤 해보겠느냐’는 질문에 절반(57.6%) 이상이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전세계 18억명이 이용하는 유튜브, 선정성·유해성 논란도

개인이 동영상을 촬영해 이를 온라인에 올리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은 10년 전만 해도 불가능했다. 디지털로 촬영한 대용량 영상을 인터넷 사이트에 업로드 할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업로드 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이 때문에 웹에서 영상을 보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 인내심이 요구됐다.

하지만 2005년 2월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가 공개된 뒤 동영상의 위상은 달라졌다. 인터넷이 가능한 곳이라면 누구든지 손쉽게 동영상을 업로드하고 다른 사람이 올린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이후 출시된 스마트폰은 동영상을 감상하는 수단이자 동영상을 촬영하고 업로드하는 도구로 자리 잡았다. 10분 안팎의 짧은 길이와 가볍게 보고 넘길 수 있는 내용의 콘텐츠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6년 10월 16억5천만달러(약 1조8천억원)의 몸값에 구글로 인수됐던 유튜브는 12년 뒤인 2018년 기업가치 1천600억달러(180조원)의 공룡이 되었다. 올 4월 로그인해서 유튜브를 이용하는 사람은 한달에 18억명 이상인 것으로 유튜브 측은 추정했다.

유튜브가 초기에는 듣고 싶은 음악이 갑자기 떠올랐을 때, 뜨거운 이슈와 관련된 짧은 영상을 보고싶을 때 찾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방송, 검색엔진, SNS 기능이 통합된 매체로 통한다. 실시간 방송이 성행하고 궁금한 정보를 검색하며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져서다.

이런 유튜브에서는 논란도 적지 않다. 가짜뉴스나 근거가 불분명한 명예훼손성 콘텐츠, 혐오 표현들이 별다른 제재 없이 그대로 노출되는데서 오는 문제점들이다. 사전 제재는 물론이고 사후 제재도 이뤄지지 않는다. 유튜브나 아프리카TV 등의 매체는 전기통신사업법의 적용을 받는 부가통신사업자인 탓에 방송법에 따른 자체 사전심의, 광고규제, 내용규제 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플랫폼 차원에서 내리는 계정 일시정지·영구정지 정도의 제재가 있을 뿐이다.

유튜브에서 인기 있는 크리에이터들의 영상 속에서 욕설을 듣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담배를 피우거나 여성 게스트를 불러 노출이나 특정 포즈를 요구하는 장면도 손쉽게 발견할 수 있다. 모두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볼 수 있는 영상들이다.

중앙대 유홍식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연구팀이 2016년 게임과 토크,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나눠 분야별로 인기있는 3명의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제작한 27개 영상을 분석한 결과 총 1천34개의 유해한 내용이 발견됐다. 욕이나 막말, 비속어 등 문제적 언어 사용이 51.4%(531회)로 가장 많았고, 폭력적 내용이 20.4%(211회), 선정적 내용이 15.3%(158회)로 뒤를 이었다. 성인인증시스템(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설정할 수 있다)이 설정된 콘텐츠는 하나도 없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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