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원동 중학생 F4’ 요양원서 금관악기 연주…어르신들 ‘흥겨운 시간’

  • 진정림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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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12   |  발행일 2018-09-12 제13면   |  수정 2018-09-12
대구소년소녀오케스트라
단원으로 4명 모두 활동
“박수 치시는 모습에 뿌듯”
다음달도 연주봉사 계획
‘도원동 중학생 F4’ 요양원서 금관악기 연주…어르신들 ‘흥겨운 시간’
대구 대곡중 곽예담·김정년·정도경·주호성군으로 구성된 ‘도원동 F4’가 지난 1일 민들레 요양원에서 할머니·할아버지를 위해 연주를 하고 있다. <하진숙씨 제공>

지난 1일 대구시 서구 내당동에 위치한 ‘민들레 요양원’에서는 노인들의 눈길을 끄는 일이 생겼다.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앳된 남학생 4명이 말끔한 교복차림에 빨간색 나비넥타이를 매고 손에는 제각각 번쩍이는 트럼펫과 호른, 튜바 등 악기 하나씩을 들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여기다 이들의 동생과 누나, 어머니까지 ‘할머니 할아버지 사랑해요’라는 피켓을 들고 공연을 위해 마련된 무대 위에 올랐다.

먼저 곽예담군의 어머니가 북한송 모드로 ‘반갑습니다’ 노래를 불러 분위기를 띄웠고, 이어 학생 4명이 나서 ‘개선행진곡’ 등 10여곡을 연주했다. 이들의 어머니도 힘을 보탰다. 이들은 ‘내나이가 어때서’ ‘사랑의 밧데리’ 등의 트로트 노래와 율동을 선보였다.

노인들은 손주같은 학생들의 악기연주와 딸같은 어머니들의 노래와 율동 등 이색공연에 덩달아 춤도 추고, 박수도 치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공연은 1·2부로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 공연의 주축이 된 중학생 4명은 대구 대곡중의 곽예담·김정년·정도경·주호성군(1년)으로, 이들은 이번 공연을 위해 팀명을 ‘도원동 F4’(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힌트를 얻어 꽃미남 아들이란 뜻)로 짓고, 2주간 방과후에 호흡을 맞췄다.

초등학교 관현악단 출신인 이들 학생은 현재 대구소년소녀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여러 차례 무대 경험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오케스트라와 달리 금관악기만으로 연주회를 가지려면 새롭게 연습을 해야 했다고 한다. 또한 웅장한 소리를 내는 금관악기 특성상 연습장소가 문제였는데, 마침 태풍 영향으로 비오는 날이 많아 야외에서 연습하는 게 여의치 않았지만, 학교측의 배려로 시청각실에서 방과후에 땀을 흘리며 연습을 했다는 것.

이 공연을 기획한 하진숙씨(정도경군 어머니)는 “그동안 다양한 봉사를 아이들과 함께 했는데 막상 이곳 민들레요양원에 거주하는 친정아버지를 위해 가족이 나서 연주를 할까 하니 십시일반으로 주위에서 동참하겠다고 마음을 모아 이렇게 뜻깊은 연주회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연주회를 성황리에 마친 뒤 관객들의 흥겨워하는 모습에 이들 학생은 한껏 고무됐다.

이들은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우리 연주에 관심이 없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됐지만 박수 치고 칭찬하는 것을 보고 뿌듯했다. 이런 기회가 나에게 왔음에 감사하다. 앞으로 힘들거나 외로운 분을 위해 봉사를 더 열심히 하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연주봉사 첫 단추가 잘 꿰어진 데 자신감을 얻은 이들 학생은 다음달에도 요양원에서 연주회를 가질 계획이다. 또 이들은 사정이 허락한다면 한 학기에 두세번 정도의 봉사활동을 갖겠다고 당찬 포부도 밝혔다.

진정림 시민기자 trueforest@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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