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문제는 경제야…!”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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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10   |  발행일 2018-09-10 제30면   |  수정 2018-09-10
文대통령 높았던 지지율은
작년엔 촛불, 올해는 남북
묻혀있던 경제이슈 부상에
일부민심이 돌아설 조짐도
클린턴 선거구호 곱씹어야
[송국건정치칼럼] “문제는 경제야…!”

‘한국갤럽’은 작년 5월9일 문재인 후보가 승리한 조기 대선 1주일 후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 혹은 하고 싶은 말’을 묻는 여론조사를 했다. 가장 많은 대답은 ‘초지일관/끝까지 잘하길/초심 잃지 않길’(11%·이하 한국갤럽 홈페이지 참조)이었다. 여기에 ‘개혁/적폐청산/부정부패 철폐’ ‘잘했으면 좋겠다/잘하리라 믿는다’ ‘나라다운 나라/공정/정의/상식이 통하는 사회 등을 합치면 촛불민심을 담은 응답률이 30% 남짓 됐다. 지금와서 새삼 주목되는 건 ‘경제안정/활성화/국민을 잘 살게’(9%)란 응답이 2위를 기록한 점이다. 여기에 ‘복지/서민 위한 정책 확대’ ‘일자리 창출/청년실업 대책’ ‘노동자 처우개선/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을 합치면 경제가 당면한 과제라고 지적한 응답도 30% 가까이 됐다.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되,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도 챙기란 주문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20일 후 ‘한국갤럽’의 첫 직무수행 평가에서 ‘잘하고 있다’ 84%, ‘잘 못하고 있다’ 7%의 성적표를 받았다. 긍정평가 이유의 1위부터 5위까지는 ‘소통 잘함’ ‘인사’ ‘전반적으로 잘한다’ ‘개혁의지/적폐청산’ ‘추진력/결단력/과감함’ 같은 정서적 평가였다. 초기에 경제정책 평가는 긍정이든 부정이든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 지지도는 올들어 한반도에 화해무드가 조성되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여당이 압승한 6·13 지방선거 무렵인 6월 둘째 주 조사에서도 긍정평가(79%)가 부정평가(12%)를 압도했다. 그런데 긍정평가 이유는 1년 사이에 달라졌다. 1위부터 3위까지인 ‘대북정책/안보’ ‘북한과의 대화재개’ ‘외교잘함’을 합치면 63%나 됐다. 이 시점을 전후해 부정평가에선 경제 이슈가 급격히 떠올랐다. ‘경제/민생문제 해결 부족’(39%)이 가장 많이 지적됐고, ‘최저임금 임상’ ‘세금 인상’ ‘부동산 정책’이 앞순위에 올랐다.

‘한국갤럽’의 9월 첫째 주 조사에선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가 처음으로 50%선이 붕괴되면서 49%를 기록했다. 부정평가도 42%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긍정평가 이유의 앞엔 여전히 ‘북한과의 관계개선’ ‘대북/안보정책’ ‘최선을 다함/열심히 한다’ 같은 대북정책이나 정서적 평가가 자리하고 있다. 문제는 부정평가 이유에서 경제문제가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제/민생문제 해결 부족’(41%)이 가장 많고 ‘최저임금 인상’ ‘부동산정책’ ‘일자리 문제/고용부족’ ‘과도한 복지’ ‘세금인상’ 같은 세부적 내용들이 일제히 앞순위에 들어갔다. 같은 조사에서 향후 1년간 경기전망을 묻자 ‘나빠질 것’(49%)이란 비관론이 ‘좋아질 것’(19%)이란 낙관론보다 월등히 높은 점도 대통령 지지도 추락과 무관하지 않다.

결국 문재인정부 1년4개월을 지탱한 힘은 작년 말까진 촛불민심, 올들어 지금까진 남북화해 무드라고 볼 수 있다. 그 기간에 정부에 대한 불신도 높아졌고, 가장 큰 문제는 경제임이 수치로 나타난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2기 국정운영에서도 ‘강력하고 지속적인 적폐청산’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여당 대표는 진보세력 20년 장기집권을 구체화하겠다고 맞장구를 친다. 미국의 조지 H. W. 부시 대통령(아버지 부시)은 1990년대 초반 냉전 종식과 걸프전 승리로 지지율이 90%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심각한 경기침체와 실업을 막지 못했다. 마침내 미국인들은 1992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빌 클린턴의 손을 들어줬다. 빌 클린턴의 구호는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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