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단상] 아이들을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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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08   |  발행일 2018-09-08 제23면   |  수정 2018-09-08
[토요단상] 아이들을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최환석 맑은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부모가 어린아이나 청소년들을 데리고 정신건강의학과에 상담받기 위해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부분 우리 아이가 무슨 문제가 있는지 짚어달라고 요구하지만, 상담이 진행될수록 초점이 부모에게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거울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러나 부모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문제를 들여 본다는 것이 처음에는 당황스럽게 다가올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이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하지만, 가끔은 자신은 아무 문제가 없다며 아이들 문제로 국한하려는 사람도 있다. 그들이 증거로 내보이는 것이, 자신은 더 안 좋은 환경에서 자랐지만 특별히 성격적인 문제도 없을뿐더러 꽤 괜찮은 직업적인 성취를 거두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인식은 진료실에서 뿐만 아니라 주위에서도 흔히 보이는 현상이다. 소위 ‘요즘 아이들 혹은 젊은이들의 문제점’을 거론하면서 세대 간 비교를 부지불식간에 하게 된다. 문제는 여기에 위선이 숨어있음을 대부분 인식하지 못하고, 젊은 세대에게 가학적 태도를 보이거나 어린아이에게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폭행이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40대 중반 이상의 사람들은 가난했지만 경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를 거쳐 왔다. 급속한 경제적 팽창 속에서 대기업이든 어디든 사람들을 마구 빨아들이던 시대였다. 어느 정도 노력만 있으면 취업이라는 것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또한 그들은 서슬 퍼렇던 군사정권 시기에 어린 시절과 청소년 시절을 보냈으나 학업적으로는 유일하게 평등한 시기를 보냈다.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면서 바로 사교육금지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우리는 참고서 살 돈만 있으면 공정한 경쟁이 가능했다.

고도성장기의 한가운데에서는 웬만한 대학만 나오면 취업은 큰 걱정이 없었다. 대학을 나오지 않더라도 약간의 기술만 익힌다면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부자가 되는 사람은 소수였지만 돈을 모으기가 지금보다 훨씬 더 쉬웠으므로 중산층도 꽤 두껍다. 정말 운이 좋은 세대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많은 사람이 자신이 정말 뛰어나서 이런 자리에 올랐고 재산을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생각이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자기계발을 강요한다. 우리는 시베리아에 가서 에어컨 팔라고 하면 가서 그렇게 했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그런 근성이 없다고 질책한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혹은 그랬다고 착각하는 것처럼, 스스로에게 엄격하지 않으면 패배자가 될 것이라고 겁준다. 또한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스스로 만들기 위해 뼈를 깎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면 도태될 것이라며 획일적인 사고를 요구한다.

그러나 착각이다. 그때는 단지 성공하기 쉬웠을 뿐이다. 경제적 성공을 이룬 사람들의 생각처럼 오롯이 자신이 노력한 대가로 그런 위치에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 삶이 얼마나 많은 우연에 흔들리는지 생각해보면 그 사람들이 매우 운이 좋았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다. 많은 노력을 하고도 나락으로 떨어져 고통 받는 사람들은 여러분 앞에서 자신의 실패를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 같은 사람 앞에 와서 고충을 털어놓는다. 그러므로 눈에 보이는 결과만 추려서 보면 정말 내가 노력이 부족해서 이런 결과를 보이고 있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물론 가난은 행복에 치명적이다. 그러나 가난을 벗어난다면 그 이상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행복을 좌지우지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많은 아버지는 돈을 목적으로 살아왔지만 뜻대로 되지도 않고 행복하지도 않았다. 경제가 확장기에 있을 때는 그나마 뜻대로 될 때가 많았지만, 지금처럼 경제가 축소하는 때에는 뜻하지 않게 자본이 줄어들 가능성이 많다. 많은 사람이 행복하지도 못하고 다시 가난해질 위험에 처해질 것이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들에게 같은 길을 강요하는 것은 고통을 대물림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이제 우리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어떻게 행복하게 살 것인가 고민해봐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것 한 가지만 지키자. 탤런트 김혜자씨가 말했다. “아이들을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최환석 맑은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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