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어드리프트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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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07   |  발행일 2018-09-07 제42면   |  수정 2018-09-07
지옥으로 돌변한 바다와 맨몸으로 마주선 인간의 공포
20180907

인간과 자연이 함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는 경이로운 자연의 풍광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본전은 뽑는다. ‘어드리프트:우리가 함께한 바다’(이하 어드리프트) 역시 ‘캐스트 어웨이’를 연상시키는 재난 상황 속에 남녀의 로맨스를 녹여낸 설정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영화는 1983년에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낙천적이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여자 태미(쉐일린 우들리)는 6년 째 계획없는 여행중이다. 이번에도 무작정 타히티의 한 바다 마을에 정착했다. 그녀는 자신이 직접 만든 요트를 타고 홀로 항해를 해왔다는 리처드(샘 클라플린)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태미를 평생의 동반자로 생각한 리처드는 그녀에게 요트 조종법은 물론 그녀가 몰랐던 광활한 바다의 아름다움까지 알려준다. 결국 태미는 “온 세상을 함께 돌아보자”는 리처드의 달콤한 프러포즈를 수락한다. 마침 자신들의 요트를 미국까지 이동시켜 달라는 노부부의 제안에 신이 난 두 사람은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는 기나긴 항해를 시작한다.


초호화 요트, 사랑하는 연인, 가장 행복한 로맨스
남태평양 한가운데 최악의 허리케인으로 급반전


상상만으로도 황홀하고 짜릿하다. 모든 것이 갖춰진 초호화 요트에서 사랑하는 연인과의 바다 여행이라니. 영화는 그런 관객들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아름다운 자연을 벗삼아 인생 최고의 달콤한 시간을 보내는 두 사람의 행복한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어드리프트’는 실제 주인공인 태미 올드햄이 1998년 출간한 저서 ‘슬픔의 붉은 바다’(‘어드리프트’는 이를 영화로 옮겼다)라는 제목처럼 아름다운 사랑에 천착한 드라마가 아니다. 그보다는 극한 상황에서 기적같은 생존 능력을 보여준 태미의 고군분투 재난 영화에 가깝다.

마냥 행복할 것 같은 두 사람의 앞날은 남태평양 한가운데에서 마주한 사상 최악의 허리케인으로 급반전된다. 그 과정에서 태미는 심각한 부상을 입은 리처드 대신 홀로 허리케인의 여파와 맞서 싸운다. 태풍에 부서진 요트를 수리하고, 선실에 가득한 바닷물을 빼내고, 거동이 힘든 리처드의 간호까지 담당한다. 채식주의자이지만 바닷속 물고기 사냥에도 거침이 없다. 전체 촬영 분량의 90%에 달하는 바다 촬영을 감행한 ‘어드리프트’는 해양 재난 앞에 맨몸으로 마주 선 인간의 공포를 사실적으로 재현한다. 이 과정을 행복했던 과거와 지옥같은 현재를 교차 편집하는 방식으로 강약을 조절했다.

배우들의 고생도 많았다. 태미와 리처드를 연기한 쉐일린 우들리와 샘 클라플린은 촬영을 위해 하루에 매일 14시간 가량을 바다 위에 머물렀다고 한다. 덕분에 두 사람은 실제 주인공들이 바다에서 느꼈을 절박함과 공포를 제대로 경험했다고. 특히 쉐일린 우들리는 극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혹독한 다이어트를 병행했는데, 일정기간 하루에 연어 통조림 한 캔, 삶은 달걀 노른자 두 개로 끼니를 해결했다.

‘에베레스트’(2015) ‘더 딥’(2012) 등 대자연 속 인간의 고군분투를 보여주는 데 남다른 연출력을 가진 아이슬란드 출신의 발타자르 코루마쿠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언제나처럼 재난 속에서 살아남아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게 된 인물들의 희망의 메시지와 여운이 강하게 남는 작품이다.(장르:드라마 등급:12세 이상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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