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칼럼] 민주·한국의 구애, 2020 TK의 응답

  • 조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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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07   |  발행일 2018-09-07 제23면   |  수정 2018-09-07
[조정래 칼럼] 민주·한국의 구애, 2020 TK의 응답

이해찬 ‘이니셔티브’(장대한 구상)가 비로소 가동되기 시작했다. 문재인정부 출범을 전후해 그가 밝혀 온 ‘보수대궤멸’과 ‘진보 20년 집권 플랜’이 집권 여당의 정책으로 구체화되며 정·청(정부와 청와대)을 이끌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수도권 공공기관 122곳의 지방이전 등을 골자로 한 획기적인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청사진을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거듭 강조해 온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분권’ 공약을 계승하면서 향후 민주당이 정책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어필하기도 했다. 그는 이에 앞서 당 대표 취임 이후 첫 최고위원회를 구미에서 열고 대구·경북을 ‘특별전략지역’으로 지원·관리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로써 장기집권 로드맵을 실현해나갈 정책과 정치, 두 날개에 엔진을 장착했다.

민주당의 기세가 무섭다. 7선 국회의원으로서 이해찬 대표가 발휘하는 개인적 정치력에 차기 대권과는 무관한 무욕(無欲)의 광휘를 더하면서 거침없는 대욕(大欲)을 공공연하게 드러냈다. 말이 큰 욕심이지 야심만만한 욕심이라면 흉중에 품어 감추는 게 일반적인 정치 책략일 텐데, 상식을 뛰어넘은 그의 행보는 보수의 지리멸렬을 밟고 선 자신만만이자 안하무인적 선전포고다. 참여정부의 정책 실패를 거울삼아 강성 일변도와 분배 중심의 전략에 보수의 정책까지 포용하는 능굴능신(能屈能伸)적 유연성을 통섭한다. 하지만 ‘정치의 마당에서 승부는 결국 경제에서 나더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던진 이 같은 회한을 넘지 못하면 청와대든 민주당이든 탄핵당할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게 저잣거리의 민심이다.

당 대표 연설이 아니라 ‘국정연설’이라는 야권의 지적은 적확하지만 그것은 비판보다는 오히려 칭찬에 가깝다. 실제 이날 이 대표의 연설은 청와대의 거수기나 출장소 역할에 충실해 온 과거 집권 여당의 모습에서 탈피해 정치에서 국정에 이르기까지 민주당이 주도해 나가겠다는 선언이었다. 청와대가 전면에 나선 ‘청와대 정부’가 정부와 여당을 ‘패싱’시켜 온 비정상을 정상화해 나가겠다는 결기의 천명이기도 하다. 집권당으로서 제 역할을 찾으려는 민주당의 모습이 바람직하다. 어떤 성과를 낼지 두고볼 일이지만 더 큰 문제는 대안 없이 끌려가는 야권의 속수무책이다.

공공기관 지방이전, 이른바 ‘혁신도시 시즌2’는 비수도권으로서는 쌍수를 들고 반길 만하다. 이왕이면 하는 김에 참여정부에서 의도했던 균형발전 청사진의 완성을 위한 ‘혁신도시 시즌3’도 주문하고 싶다. 하지만 민주당, 진보의 정치적 장기 집권 시나리오는 경제 활성화 여부 등의 변수가 아니더라도 수많은 복병을 통과해야 한다. 당장 1년 반 앞으로 다가온 ‘2020 총선’만 해도 대선을 바로 코 앞에 둔 전초전으로 양보할 수 없는 ‘보혁’의 각축장이 될 게 틀림없다.

총선과 차기 대선 가도에 TK는 정면으로 부딪쳐야 할 태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민주·한국 두 거대 정당이 벌써부터 앞다퉈 구애 공세를 펼치는 건 당연하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많은 영지를 잠식당했던 부산 경남과 달리 대구·경북은 구미시장과 지방의회 일부를 제외하곤 여전히 한국당의 붉은 색 일색이다. 민주당은 TK를 효과적으로 공략해야 정권 창출의 기반을 닦을 수 있고, 한국당은 보수의 아성을 뺏기고서는 존립할 수 없다. 이래저래 TK는 2020 총선부터 진보와 보수 간 공성과 수성의 대접전장이 될 게다.

TK의 선택은 오롯이 지역의 이익을 최고의 가치로 삼을 수밖에 없다. 정치적으로야 지난 총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우리는 다당제 구도를 형성시킨 바 있어 민주와 한국 사이 양자택일의 고민에서는 자유로워졌다. TK 시·도민들이 ‘대구경북당’을 만들면 최선이지만 현행 정당법에 저촉돼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거대 양당의 기득권 고수에 막혀 정당법 개정도 쉽지 않다. 이도 저도 여의치 않으면 위험 감소와 동시에 수익 극대화를 노리는 ‘포트 폴리오’식 지지가 가장 안전한 선택이다. 지금부터 계산하고 분석해나가는 자세는 필수. 우물쭈물하다가는 실리도 명분도 잃기에 미리 그려보는 TK 총선, 그리고 대선 기상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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