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미래형車산업 ‘빛 좋은 개살구’ 될 판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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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07 07:14  |  수정 2018-09-07 09:37  |  발행일 2018-09-07 제2면
權시장 초선때부터 미래먹거리 추진
‘성과 급급’ 원천기술 R&D 투자 인색
국내 첫 전기상용차 양산도 실패작
‘대기업 완제품 조립’ 개조차로 생색

대구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미래형자동차산업 생태계 조성 사업이‘헛돈’만 쓸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구시의 정책이 기술과 인재 등 무형 투자보다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유형 투자에 쏠려 있고, 산업을 선도할 원천기술의 연구개발에도 인색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생산기반 구축, 전기 상용차 양산 등과 같은 제대로 된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형자동차산업’은 민선 6~7기 대구시정을 관통하는 화두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초선 때부터 전기차산업을 지역의 미래먹거리로 키우겠다고 공언했다. 대구시는 자율주행차 관련 인프라 구축 계획도 내놓고,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기술이 합쳐진 미래형자동차산업의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과정에서 국책사업을 따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인프라를 구축하고, 시 산하 출자·출연기관을 통해 연구지원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5년에 걸쳐 대구를 전기차 기반 자율주행차 선도도시로 육성한다.

대구시의 미래형자동차 육성정책은 예산의 상당 비율이 인프라 구축에 집중되어 있다. 총사업비 5천억원을 들이는 국정과제 5개년 계획 지역공약인 ‘미래형 자율주행차 연구개발(R&D) 기반 조성 및 부품산업 육성사업’(2019~2023)은 자율주행차 원스톱 실증 플랫폼 구축이 목적이다. 자율주행차 도로통신 인프라와 빅데이터 분석센터, 전기자율차 개발 및 지원센터, 총 사업비 1천455억원이 투입돼 2021년 완공되는 자율주행차 실증도로와 매년 5억8천만원의 운영비가 들어가는 대구 전기차 충전기 관제센터 구축 등이 핵심 내용이다.

반면 산업을 선도할 연구개발에는 인색하다. 대구시가 자동차 선도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예산은 4년간 140억원이다. 성과도 부진하다. 2016년부터 시작돼 내년에 완료되는 ‘르노-대동공업 컨소시엄 1t급 전기차 개발사업’은 247억원을 들였지만 1회충전 주행거리는 당초 목표(250㎞)의 60%만 달성한 상태다.

국내 최초로 전기상용차를 양산한다는 계획도 실패했다. 울산에 위치한 자동차부품기업 디아이씨의 대구법인 회사 제인모터스가 선보이는 1t 전기화물차는 현대 포터 차체에서 내연기관을 제거한 뒤 대기업의 구동 모터와 배터리를 사들여 다시 조립해 전기화물차를 생산하는 방식인데, 정해진 기간 내에 상용화를 위한 실증과 인증 평가를 마치지 못했다. 이 업체는 1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았으나, 전기차 핵심기술인 구동모터 자체 개발에도 실패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대구시가 단기 성과에 매달린다는 점이다. 미래형자동차산업의 핵심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원천기술을 지역업체에서 보유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길게 보고 원천기술 연구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대구시는 당장 가시적 성과에 집중하고 있다. 전기차 추가 지원금을 늘려 전기차 보급 물량을 확대하고 ‘전국에서 전기차 물량이 가장 많은 도시 중 한 곳’으로 포장하거나, 대기업 완제품을 조립한 개조차를 ‘전국 최초 1t 전기화물차 시판’이라고 하는 식이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의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미래형자동차산업은 구동모터와 배터리 기술, 자율주행 기술 수준이 핵심이다. 원천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기반만 구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축구선수가 없는데 축구장만 거창하게 만드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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