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대구미술계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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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06   |  발행일 2018-09-06 제31면   |  수정 2018-09-06
[영남타워] 대구미술계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

“헐뜯는데 도가 텄습니다.” 어이가 없다. 모두 그렇게 말한다. 대구 미술계 분위기가 그렇단다. ‘남 잘 되는 꼴을 못본다’고 입을 모은다. 미술계 내부의 목소리이니, 얼토당토않은 말은 아닐 것이다. 한 작가는 “자기한테 이익이 없는데도 그냥 다른 사람을 비난한다”고 했다. 비난의 일상화다. 부화뇌동도 많단다. ‘~카더라’에 그냥 동조한다고 한다. 확인도 안한다. ‘가려진 진실’에 전혀 관심이 없다. 끼리끼리 모여 또다른 동료들을 헐뜯는데 여념이 없다고 한다. 기가 찰 노릇이다.

미술인들은 어렵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작가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림이 잘 팔리지 않는 시대다. 서로를 다독이며 응원해도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서로를 비난한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다)’의 모습도 많다. 정의의 사도인양 다른 사람을 비판하면서 정작 자신은 의심받을 행동을 하는 이들이 꽤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구미술계에는 ‘인물이 없다’. 아니, 인물을 키우지 않는다. “그 사람은 이래서 안되고, 저 사람은 저래서 안된다”고 고개를 흔든다. 또다른 작가는 “누군가 조금 잘 나간다 싶으면 발목을 잡고 확 끌어내린다”고 했다.

대구미술관장이 대구 미술계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좋은 사례다. 대구미술관은 2011년 설립됐다. 지금까지 3명의 관장이 배출됐다. 모두 대구 미술계 출신이 아니다. 1970년대 ‘대구현대미술제’를 통해 한국현대미술의 출발을 알린 대구 미술의 ‘힘’을 생각하면 좀 의아하다. 대구미술관장을 맡을 만한 대구 미술인이 없다는 게 말이 안된다. 결국 인물을 안 키웠다는 얘기다. 대구미술관장과 관련해 떠도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외부에서 오면 흔들어대고, 내부에서 하려고 하면 발목을 잡는다.” 마구잡이로 ‘총질’을 해댄다는 뜻이다. 그동안 3명의 관장 모두 연장 계약없이 물러난 것도 대구 미술계의 분위기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대구미술관장을 새로 뽑는다. 재공모를 통해서다. 1차 공모에선 ‘적격자 없음’으로 결론났다. 1차 공모의 2배 이상인 15명이 지원했다. 대구 출신이 5명, 서울 4명, 경기와 광주 출신이 각각 2명씩, 경북과 경남 출신이 각각 1명씩이다. 어떻게 결론날지는 미지수다. 마땅한 사람이 없을 때는 또다시 ‘적격자 없음’으로 결정될 수도 있다. 특정인사 내정설은 불거지지 않고 있다. 다행스럽다. 1차 공모 때와 마찬가지로 공정한 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제4대 대구미술관장 선임을 계기로 대구 미술계의 분위기가 바뀌었으면 좋겠다. 도와주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물론 제대로 된 사람이 뽑혀야 한다. 대구미술관에 대한 시민의 기대수준이 높다. 김환기전, 조선명품회화전을 통해 대구미술관의 저력을 보여준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새로 선임되는 관장이 대구 미술계와 먼저 소통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대구미술관장의 임기는 2년이고, 3년 연장이 가능하다. 2년 임기는 짧다. 처음 1년은 전임 관장이 해놓은 일을 마무리해야 한다. 실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기간은 1년 정도에 불과하다. 새 관장에게 좀 모자라는 부분이 있더라도 채워주겠다는 생각으로 도와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정당한 비판은 하더라도 무조건 상대를 비난하는 분위기는 대구 미술계에서 사라져야 한다. 큰 목소리로 비난해야 대접해 주겠지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말로 존재감을 높일 수는 없다. 유치할 따름이다. 대구 미술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대구 미술계가 움직여야 한다. 작은 파이를 조금이라도 더 뜯어먹기 위해 서로 싸울 게 아니라 파이를 키워서 넉넉하게 나눠먹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게 대구 미술이 걸어가야 할 길이다.

조진범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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