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진의 정치풍경] 소득주도성장론과 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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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06   |  발행일 2018-09-06 제30면   |  수정 2018-09-06
[차명진의 정치풍경] 소득주도성장론과 연어

10년 전 일입니다. 필자가 국회의원 시절 에콰도르에 의원 외교를 간 적이 있습니다. 그곳 국회의원이 오찬을 하면서 필자에게 물었습니다. “당신 나라는 어떻게 해서 그렇게 잘 살게 됐느냐?” 제 생각을 말해줬습니다. “당신 나라는 자원이 풍부하다. 그런데 그것들을 모두 외국인이 가져간다. 내가 당신 나라 대통령이라면 그렇게 놔두지 않겠다. 기계와 기술을 수입해서라도 공장을 짓겠다. 거기에 사람들도 취직시키고 지금 자원 가격의 몇 배로 팔아서 국부를 증가시키겠다.”

그 나라 집권당의 정책적 관심은 넘치는 자원을 어떻게 돈 많은 외국인에게 팔아서 어떤 방법으로 국민에게 나누어 줄 것인가였습니다. 길거리 곳곳에는 할 일 없는 젊은이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서 낮잠을 자거나 잡담을 하고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거리에는 차들로 그득했습니다. 자기 나라에서 만드는 차는 없는데 기름값은 거의 공짜니 웬만한 사람은 나라에서 주는 복지수당으로 수입 중고차를 몰았습니다.

최근 우리나라는 소득주도성장론이라는 이름으로 남미에서 실패했던 실험을 뒤늦게 도입하고 있습니다. 자원이 풍부한 그들 나라는 수년을 버텼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즉각 부작용이 나타날 겁니다.

임금이 오르고 구매력이 높아진다고 하더라도 경제 상황이 불안한 소비자와 기업은 소비와 투자를 유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한국은 개방경제입니다. 소비자가 열심히 사들이는 물건의 대부분은 메이드인코리아가 아니고 기업들도 대부분 해외지사의 판매실적이 국내보다 높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갑작스러운 임금지출의 증가 때문에 이윤이 줄어든 기업이 기술발전을 위한 투자를 삭감하게 되고 나라경제의 성장도 멈추게 될 겁니다. 한국에서 소득주도성장론이 성공할 확률은 연어가 태어난 곳으로 회귀할 확률보다 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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