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盧의 남자’전성시대…‘TK키즈’를 응원하며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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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04   |  발행일 2018-09-04 제30면   |  수정 2018-09-04
최근 요직 노무현 키즈 많아
참여정부때 인물키운 덕분
반면 TK키즈 현주소는 초라
10년뒤 장·차관급도 안보여
지역 인재양성 풍토 조성을
[화요진단] ‘盧의 남자’전성시대…‘TK키즈’를 응원하며
이영란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였던 2007년, 청와대에서는 좀 과장하면 자고 나면 인사가 발표됐다. 임용된 지 6개월이 채 되지 않은 선임행정관이 비서관으로 승진했고, 비서관은 얼마되지 않아 수석비서관으로 타이틀을 바꿔 달았다. 당시는 진보진영의 재집권은 불가능하다는 진단이 내려진 상황이었다. 따라서 이 같은 이른바 ‘명함 업그레이드’는 나름의 자구책이었다. 당시 청와대 행정관으로 있다가 지방의원을 거쳐 20대 총선에 당선된 여당 의원이 당시 인사에 대해 ‘밀어내기’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사실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세력 확대를 위해 신경을 써야 했다. 집권 여당내에서도 소수파였던 그는 결국 호남기반의 민주당과는 결이 다른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면서 인물난에 시달리자 사람 키우는 데 골몰했다.

최근 청와대와 행정부, 지방권력, 입법부 수장 주요 요직에 노무현 키즈의 컴백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어쨌든 ‘노무현식 사람키우기’는 승리라는 생각도 든다.

출범 2년을 보내고 있는 문재인정부의 ‘노무현 사람들 전성시대’를 보면서 ‘TK 키즈’의 현주소를 들여다보게 된다.

대구경북(TK) 출신들은 ‘노의 남자들의 득세’와는 정반대의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보수 정치인들은 어딜 가나, 무얼 하나, 동네북 신세다.

TK 고위공직자들은 갈 곳을 잃고 있다. 각 부처 국·과장급도 요직에서 밀려나 10년 뒤에는 장·차관급에 오를 만한 인사가 없을 수 있다는 한숨도 나온다. 중앙부처의 TK홀대는 금융계 등으로 1차적으로 이어지고, 민간 대기업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높다.

돌이켜 보면 TK는 오랫동안 여러 명의 대통령을 배출하면서 ‘인재 양성’은 뒷전이었다. 대통령과의 끈만 잘 달면 ‘벼슬’을 할 수 있으니 인재 육성에 대한 절박성이 없었던 것이다. 늘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외쳤으나 말뿐이었다.

‘잃어버린 TK 15년’을 외치며 절치부심 정권을 되찾았으면 사람키우기에 무엇보다 공을 들여야 했으나,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대통령은 서로 싸우기에 바빴다. 정치투쟁 가운데 상대편을 내치고, 자기 사람을 심는데 골몰하면서 매번 선거 때마다 대대적인 TK물갈이 공천이 단행됐다. 그래서 초선 천국인 TK 정치권은 무기력감을 호소하기 바쁘다.

이제 지역 유권자들이 마음을 단단히 먹고 사람을 키워내는 풍토를 조성했으면 싶다.

벌써 20대 국회의 절반이 지나고 옥석이 가려지고 있다. 경북권 초선의원 몇몇은 낙제점이라는 세평이 이미 나올 정도다. 어떤 인물을 지역의 대표로 성장시키고 도태시킬 것인가 애정의 두 눈을 크게 떠야 할 때다. 이런 가운데 지역의 최다선인 4선의 자유한국당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구을)이 대구경북 발전협의체 회장을 맡아 지역 이익 대변의 선봉에 서게 됐다. 그리고 내년으로 예상되는 한국당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출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기회에 그가 단단한 결기와 통큰 행보로 지역현안 해결에 나서는 한편, 대구·경북 보수진영의 구심점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지역의 또다른 한축으로 우뚝 선 진보진영에서는 김부겸 의원(대구 수성구갑)이 행안부 장관직 수행을 훌륭히 해내며 여권내 유력 차기주자로 급부상 중이다. 이해찬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서 대권으로 한 걸음 더 가까이 갔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여전히 당내 비주류다. TK가 굳건한 지지를 보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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