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적폐청산 시즌2’에도 속수무책 야당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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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03   |  발행일 2018-09-03 제30면   |  수정 2018-09-03
文 대통령 “강력·지속 청산”
한 숨 돌릴거란 예상 무색하게
당정청 전원회의서 엄중지시
제도 아닌 사람 계속 손볼 듯
野는 거대 담론 갇혀 비판만
[송국건정치칼럼] ‘적폐청산 시즌2’에도 속수무책 야당

“강력하고 지속적인 적폐청산으로 불의의 시대를 밀어내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이 우리가 함께 이뤄내야 할 시대적 소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적폐청산 시즌2’를 선언했다. 여권의 세 축인 당·정·청의 지도부가 총출동해서 그제(1일) 휴일에 열린 청와대 전원회의에서다. 그동안 정권마다 여당대표·국무총리·대통령비서실장이 회동하는 고위 당정청회의, 사안별 실무 당정청회의를 열어왔으나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당정청 전원회의’는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해찬 대표체제로 전환하고, 중폭 개각으로 ‘2기 내각’ 출범을 앞둔 시점에 정권을 지탱해 나가는 주류 세력을 모두 불렀다. 그리고 ‘강력하고 지속적인 적폐청산’을 지시했다. 지시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당초엔 ‘정치보복’ 논란을 빚었던 적폐청산 작업이 가을 정기국회를 앞두고 한 숨 돌릴 걸로 예상됐다. 청산 대상 1·2호였던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데다, 청와대의 지시로 각 부처에 설치됐던 ‘적폐청산 TF’도 대부분 활동을 마친 까닭이다. 또 최저임금 인상과 일자리 창출로 대표되는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이 1년이 넘도록 성과를 못 낸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국정좌표를 ‘실용’ 쪽으로 선회할 거란 전망도 나왔다. 보수층의 기대가 섞였던 그런 관측은 빗나갔는데,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경제지표가 하락하고 중산·서민층의 삶이 팍팍해진 원인을 서로 다른 곳에서 찾기 때문이다.

현 정부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쪽에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도하는 소득주도성장론을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꼽는다. 그러기에 정책기조를 유지하는 한 경기회복은 어려울 걸로 본다. 반면, 현 정부 정책입안자들은 지금 상황은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시대에 망쳐놓은 경제체질을 바로 잡는 과정에서의 성장통이라고 간주한다. 따라서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경제생태계가 건강해져 국민생활이 안정된다는 생각이다. 문 대통령이 적폐청산을 거듭 강조하며 “배제와 독식의 경제가 아니라 공정과 상생의 경제, 소수가 부를 독점하지 않고 다 함께 잘사는 경제를 이뤄야 한다”고 한 말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인식에 따라 당정청 전원회의에선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보완책을 마련하되, 관련 경제정책의 속도를 더욱 높이기로 뜻을 모았다.

서민경제가 어려우니 실용으로 돌아갈 거란 예측과 정반대였다. 오히려 그런 말이 나오는 분위기 자체를 ‘적폐’로 규정하고 고삐를 바짝 당겨 정면돌파에 나선 걸로 보인다. 적폐청산 시즌2는 시즌1의 인적청산에 이은 제도와 법률의 손질이어야 함에도 그제 제시된 방향은 딴판이다. “국가권력이 사익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한 문 대통령의 말에서 전임 정권 시절의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대대적 사정이 읽힌다. ‘배제와 독식의 경제’를 언급한 대목에선 대기업을 겨냥한 칼이 보인다. 박근혜정부 시절의 정경유착을 단죄한 데 이어 시장경제 구조 자체를 손 보겠다는 결기일 수 있다.

야당은 “임기 내내 적폐청산만 할 거냐” “경제파탄 물타기용 아니냐” “현 정부에서 새로 생긴 신(新)적폐는 어쩔 거냐” “내로남불이다”는 등의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그 뿐이다. 비대위 체제의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당의 정체성과 가치, 좌표 재설정이란 거대담론에 갇혀 정책적 대응수단을 내놓을 엄두조차 못 낸다. 제2야당인 바른미래당은 민주당 계열이던 손학규 대표가 새로 지휘봉을 잡으면서 여당과 노선투쟁을 벌이기 어려워졌다. 민주당 이해찬 신임 대표의 ‘진보세력 20년 장기집권론’이 막연한 자신감이나 오만에서 나온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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