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이해찬 대표체제와 정당 책임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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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03   |  발행일 2018-09-03 제30면   |  수정 2018-09-03
여당은 역대로 대통령 종속
대통령중심제서 위상 애매
이해찬은 당정청 회의 주도
與와 함께 국회역할도 커져
책임정치 새모델 구축 기대
[아침을 열며] 이해찬 대표체제와 정당 책임정치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정치학박사

요즘 국정 현안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목소리가 자주 보도된다. 당정청 회의도 주도하면서 국정 현안을 점검한다. 집권여당 대표의 이런 활동이 특이할 건 없다. 당연하고 바람직하다. 더구나 문재인정부는 민주당 정부라고 취임 초부터 강조해왔던 바다. 그럼에도 이해찬 대표의 최근 행보가 새삼스럽게 주목되는 것은 당의 존재감이 없어 보였던 이전의 추미애 대표 체제와 대비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해찬 대표의 개인적인 특성도 더하고 있다.

우리의 대통령중심제에서 과연 집권여당의 역할은 무엇인가. 집권여당의 행보에 따라 국정방향과 방식이 바뀔 수 있을 것인가. 역대 정권을 보면 집권여당은 대체로 대통령에 종속된 무기력한 존재였고, 간혹 집권 중후반에 대통령과 갈등하기도 했다. 우리의 여당은 의원내각제처럼 직접 국정을 주도하지 않는다. 사실은 대통령중심제에서 여당의 위상은 애매하다.

남미의 대통령제 국가에서도 집권여당이 있긴 하지만 모범이 될 만하지는 않다. 대표적인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의 경우는 여야라는 당 개념을 별로 쓰지 않는다. 대통령 소속의 정당이 의회에서 소수당일 경우에도 여소야대라는 개념보다 분점정부로 부른다. 대통령과 의회를 서로 독립된 권력의 주체로 보는 것이다. 권력이 분립된 대통령제다. 정당의 규율이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의회의 권한이 우리보다 강하다.

우리의 정당은 규율이 매우 강하다. 특히 큰 정당의 위력은 결정적이다. 유력한 정치인도 그 정당을 벗어나면 대부분 정치적 위상이 추락한다. 정당 책임정치인 내각제가 아니면서 정당이 정치참여의 특권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락은 정당에 따라 좌우된다. 대통령도 큰 정당 조직을 배경으로 집권한다. 그런데 집권 이후 국정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말 그대로 대통령 중심제다. 여기에서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관계가 과제로 등장한다.

한때는 대통령이 집권여당의 총재로서 직접 여당을 장악하기도 했다. 민주화 이후 형식상으로는 점차 여당이 독립적인 체계를 가지게 됐다. 이제 대통령은 당원의 한 사람이다. 그럼에도 여당은 대통령에 종속돼 있다. 여당에 대한 지지는 대통령 지지도에 따라 좌우된다. 반면에 여당에 대한 지지를 통해 대통령 지지를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여당이 국정에 적극 참여하면서 대통령과 더불어 지지를 이끌어 갈 수도 있겠으나, 지금까지 그런 경우는 없었다. 대통령 지지도가 높으면 혜택을 보면서 묻어갔고, 지지도가 떨어지면 여당도 동반 추락하거나 내분으로 이어졌다.

노무현정부 때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은 대통령의 지지 하락과 당내 갈등이 맞물리면서 당의장(대표)이 아홉 번이나 바뀌었다. 이명박정부에서는 대통령 지지도가 떨어지자 당의 중심이 차기 대권 주자였던 박근혜에 쏠리면서 대통령과 유리됐다. 당을 완전히 장악하려 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여당의 원내대표와 갈등하면서 이른바 ‘배신의 정치’ 파동을 낳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늘 우리의 정당은 야당일 때 강화되다가, 여당일 때 무기력해지곤 했다.

신임 이해찬 대표는 문재인정부의 여당으로서 당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당 대표가 당정청 회의를 주도하면서 국정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여당이 국정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게 되면 정치의 무대로서 국회의 역할도 커진다. 국회가 무대가 되면 당연히 야당과의 관계가 당면 과제로 등장한다. 국회의 정치는 통치가 아니라 협상과 협치가 요구된다. 결국 여당의 역할이 커진다면 문재인정부의 국정운영 방식의 변화도 동반하게 될 수 있다. 무기력한 여당이 아니라 책임정치의 주체로서 여당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이해찬 대표체제를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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