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더 보이스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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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31   |  발행일 2018-08-31 제42면   |  수정 2018-08-31
환청 시달리며 善과 惡 아슬한 삶
20180831

욕조공장에서 일하는 제리(라이언 레이놀즈)는 말하는 강아지 보스코와 고양이 위스커스와 살고 있다. 회사에선 동료 모두에게 사랑 받고, 집에선 가족같은 두 반려동물과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제리다. 사실 그는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는 정신병 환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온함과 자유로움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그간 약 복용을 중단해왔다. 때문에 환청에 시달리는 제리는 선과 악의 경계에서 늘 아슬아슬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런 그가 짝사랑하는 회사 동료 피오나(젬마 아터튼)를 데이트 도중 의도치 않게 살해한다. 그리고 피오나의 부재를 틈타 평소 제리를 흠모해왔던 리사(안나 켄드릭)까지 그에게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펼치기 시작한다.


우발적 살해사건 인한 유혈·오싹함·코미디 접목
라이언 레이놀즈, 잔혹과 잔망스러움 완벽한 연기



‘더 보이스’는 ‘난도질’(slash)과 ‘피가 튄다’(splatter)는 뜻으로 붙여진 슬래셔 무비를 표방한다. 연쇄살인범이 등장해 화면 가득 피로 물들이는 기본 방식에도 충실하다. 하지만 ‘더 보이스’가 천착한 건 슬래셔 코미디다. 코미디를 접목시키는 방식으로 기존 슬래셔 무비와의 차별화를 꾀했는데, 그 과정이 아주 색다르고 독특하다. 먼저 핑크색을 기반으로 한 화려하고 밝은 색감의 미장센은 또 다른 색깔의 슬래셔 무비의 탄생을 예고한다. 또 제리가 애정을 형성해가는 모습은 기존 로맨스물에서 마주할 수 있는 달달함과 사랑스러움을, 우발적인 사건 이후 전개되는 유혈사태는 슬래셔 무비에 걸맞은 오싹한 긴장감을 전한다. 마치 냉온탕을 오가는 느낌이랄까. 이 과정에서 B급 정서를 녹여낸 ‘더 보이스’만의 장르적 매력은 한껏 부각된다.

‘더 보이스’는 라이언 레이놀즈의 존재감에 많은 것을 기댄 영화다. 그 역시 ‘킬러의 보디가드’(2017) ‘데드풀’(2016)에서 보여준 잔혹함과 잔망스러움이 공존하는 전대미문 캐릭터의 기초를 ‘더 보이스’에서 완벽히 다져놓았다는 느낌이다. 특유의 코믹 연기와 구강 액션은 언제 봐도 최고다. 2015년 개봉했지만 다시 소환될 명분과 가치는 그 점에서 충분하다. (장르:스릴러 등급:청소년관람불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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