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서치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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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31   |  발행일 2018-08-31 제42면   |  수정 2018-08-31
사라진 딸의 행방 SNS 통해 포착
20180831

딸 마고(미셸 라)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전날, 밤새 스터디를 할 것이라고 말한 이후부터 행방이 묘연하다. 깊은 잠에 빠져있던 아빠 데이빗(존 조)은 그날 밤에 걸려온 마고의 전화를 받지 못했다. 다음날 아침이 돼서야 무언가 잘못됐음을 감지한 데이빗은 마고와 통화를 시도해보지만 연락이 닿지 않는다. 불안해진 데이빗은 결국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다. 즉시 로즈마리(데브라 메싱)가 담당형사로 배정되고, 캘리포니아 주 전역에 수색작업이 펼쳐진다. 하지만 경찰의 피상적인 접근과는 별개로, 데이빗은 딸의 노트북에 남겨진 증거들로 단서를 포착해 나간다.

‘서치’는 신선하고 재기발랄한 이색적인 스릴러 영화다.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한 아빠의 고군분투를 다뤘다는 설정만 보면 익숙한 범죄 스릴러로 간주되기 쉽지만, 영화가 이를 풀어가는 과정은 흥미롭게도 OS 운영체제와 모바일, CCTV 화면으로만 구성했다. 기존에도 PC 화면을 부수적으로 스크린에 구현해내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러닝타임 전체를 꽉 채운 건 ‘서치’가 처음이다.


밤새 아빠에게 온 부재중 전화…행방묘연한 딸
매일 접속하는 노트북 통해 추리·짜릿한 묘미



일단 모니터 화면에 국한된 제한적인 영상 탓에 장르적 재미가 반감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서치’는 보기좋게 날려 버린다. 오히려 모니터 화면을 통한 이야기의 무한 확장 가능성뿐만 아니라, 장르적 재미까지 배가시킬 수 있다는 점을 확실하고 분명하게 보여준다. 데이빗은 노트북을 통해 접속한 딸의 SNS, 1인 미디어 방송, e 메일 등 실생활에서 매일 접하는 익숙한 포맷으로 실종 사건의 전말을 흥미롭게 추리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카메라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아빠의 모습, SNS와 CCTV 영상, 담당 형사와의 대화창이 떠있는 모니터 화면을 응시한다. 관객에게도 이미 익숙한 이 PC 활용법은 현대의 커뮤니케이션 패러다임이 새로운 영화 문법으로 탄생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서스펜스를 구현, 짜릿한 쾌감을 완성하는 데 성공한 ‘서치’는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완벽한 재능이 유독 빛나는 결과물이다. 자칫 간과할 수 있는 극중 인물의 감정이나 심리 상태를 놓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영화는 이를 마우스 커서의 움직이는 속도와 대화창에 썼다 지웠다 하는 메시지 등을 통해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감정 이입이 된 관객은 극중 인물과 동일시되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반전까지 돋보인 탄탄한 이야기와 구성, 깔끔한 편집도 여기에 한몫했다.

‘서치’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 건 캐스팅이다. 한인 가족이라는 설정에 맞게 존 조를 포함, 조셉 리, 사라 손, 미셸 라 등 할리우드에서 활약 중인 한국계 배우들이 캐스팅돼 몰입도를 높였다. 구글 프로젝트를 포함, 각종 상업 광고 제작으로 입지를 다진 아니쉬 차간티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장르:스릴러 등급:12세 이상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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