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달마산(達馬山·해발 489m) 전남 해남군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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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31   |  발행일 2018-08-31 제37면   |  수정 2018-09-21
하늘 찌를 것같이 솟은 절벽 아래 고즈넉한 山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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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바위 입구에서 본 기암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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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황사에서 본 달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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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아래를 지나는 석문인 문바위.

한반도 끝자락, 땅끝마을로 불리는 해남 땅에 바위 명산으로 손꼽히는 달마산이 있다.

편도 거리만 해도 4시간을 꼬박 달려야 하고, 지리적으로 먼 탓에 쉽게 찾을 수 없어 기회가 되면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호남의 금강산으로 불리는 달마산 산행 계획이 있는 경북대사대부중·고 동문 산악회인 군성산악회에 따라붙었다.

4시간을 넘게 내달려 도착한 미황사 주차장에서 산행 채비를 마치고 넓은 도로를 따라 미황사로 오른다. 미황사 일주문을 들어서면 천왕문이 정면으로 보이고, 그 뒤로 대웅보전 등 전각이 배치돼 있다. 배경으로는 천개의 불상이 서있는 듯 빼어난 기암괴석들의 바위봉우리들이 병풍을 두른 듯 도열해 있다. 미황사 경내는 하산하면서 둘러보기로 하고 들머리를 찾는다. 일주문을 들어서서 천왕문 사이 왼쪽으로 산행 안내도가 서있다. ‘달마산, 달마고도 안내도’로 적고 있는데 달마산을 오를 수도 있고, 달마고도 트레킹 코스를 돌 수도 있다.

두 명이 나란히 걸을 수 있는 넓은 길인데 아름드리 동백나무 숲 사이로 길이 나 있다. 호두알 만한 동백나무 열매가 주렁주렁 달렸는데 과수원 길을 걷는 느낌이다.

편안한 길이 5분 정도 이어지다가 갑자기 경사가 가팔라지면서 바위가 드러난 너덜지대로 바뀐다. ‘문바위재 700m, 달마산 정상 800m’ 갈림길 이정표를 지나면 잡풀이 무성한 헬기장이 나온다. 헬기장을 지나면서부터 본격적인 바윗길 산행이 이어지는데 곳곳에 로프를 잡고 오르는 구간이다. 20분쯤 오르자 오른쪽으로 조망이 트이는 바위 위에 올라서니 발 아래 미황사가 내려다보이고, 초록빛 물속에 올망졸망한 작은 섬들이 떠있는 다도해가 펼쳐져 보인다. 산 아래에서 본 미황사는 바위 숲에 자리 잡은 모습이었고, 이곳 전망대에서는 울창한 숲 속에 자리 잡은 고즈넉한 산사의 모습을 하고 있다. 청명한 하늘까지 더해져 햇살은 따가운데 해풍이 불어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고 걷는 듯 상쾌하다.

연이어 나타나는 바윗길을 오르느라 녹록지는 않지만 주변 풍광에 취해 힘들다는 생각 자체를 잊게 한다. 숲길 사이로 하늘이 보이고 하늘과 맞닿은 능선의 바위봉우리들이 하얗게 드러낸 상어의 송곳니를 닮았다고 할까, 주능선에 끝없이 펼쳐진 수석 전시장이라고 할까.

능선에 올라서면 바로 달마산 정상인 달마봉 표석과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그 왼쪽 봉우리에는 돌탑에 세워진 평평한 봉우리가 있다. 예전에 이곳에 봉수대가 있어 불을 피웠다 하여 ‘불썬봉’으로도 불리는 곳이다. 삼면이 바다를 두르고 있고, 두륜산에서 뻗은 산줄기와 다도해 풍광, 맑은 날에는 멀리 제주도가 보인다는 곳이다.

4시간 가량 달려 도착한 땅끝마을 바위명산·미황사
일주문 들어서면 천개의 기암괴석이 불상처럼 도열

문바위재·달마산 정상 갈림길 이정표 지나 본격 산행
20여분 오르자 초록빛으로 올망졸망 떠 있는 다도해
능선 올라서면 달마봉 표석·봉수대 불피운 ‘불썬봉’
긴 오르막길 올라서면 바위틈 좁은 공간 석문‘문바위’


정상에서 20m쯤 아래에 바람을 피하거나 햇살을 피할 공간이 있고, 진행 방향은 ‘대밭삼거리 2.6㎞, 도솔봉주차장 5.9㎞’의 이정표를 따라 주능선의 암릉 길이다. 작은 봉우리를 하나 넘어서 오른쪽으로 돛을 올린 배를 닮은 바위 앞에 서면 진행할 능선과 미황사가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전망대가 있다. 시선이 멈추는 곳이 풍경이고, 사진기만 대면 작품이 나올 것 같은 설렘의 연속이다. 바위를 왼쪽으로 돌아나가는 내리막에 긴 로프가 매어져 있다. 하늘을 찌를 것 같이 솟은 절벽 아래를 지나는 구간이라 아찔하다. 두세 차례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작은 봉우리를 넘으니 나무계단을 만나고 계단 끝 오른쪽으로 로프가 매어져 있는데 바위를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야 한다. 이곳을 올라보면 달마산에 ‘남도의 소금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은 이유를 알게 해준다. 발 아래에 문바위를 지나는 바위굴이 보이고 기암괴석의 중심에 서있는 듯하다.

다시 되돌아 나와 나무계단을 내려서면 오른쪽으로 바위 아래로 바로 돌아 나가는 길과 안전하게 크게 돌아 오르는 길 갈림길이다. 어디든 만나는 길이라 편한 길을 택한다. 긴 오르막을 올라서면 바위틈 좁은 공간을 지나는 석문이 있다. 여기가 문바위로 부르는 곳인데 이정표는 따로 없다. 비스듬히 자세를 잡고 빠져 나가면 우회했던 길과 만난다.

다시 능선에 올라서면 작은 안부인데 ‘미황사 1㎞’ 이정표가 있다.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만 있고 위치 표시는 없다. 이 지점이 미황사에서 헬기장을 오르면서 보았던 문바위재로 표시한 곳이겠거니 짐작만 하고 재를 넘는다. 능선과는 다르게 바람이 고요하다. 산죽이 듬성듬성 자라고 마삭줄 같은 넝쿨 식물들이 나무를 타고 오르고, 간혹 콩난 같은 난초과 식물들도 보인다. 바윗길이다가 숲길 이다가를 반복하며 가파르던 길도 점점 완만해지며 걷기도 편하다. 20분쯤 내려서니 오른쪽으로 임도 같은 넓은 길을 만난다. 산내 암자로 오르는 길인데 공사가 한창이고 길은 막아두었다. 오른쪽의 길이 가까워졌다가 멀어졌다가 두어 번 반복하며 나란히 걷던 길이 합쳐지고 부도전으로 가는 길과 만난다. 평평한 길을 따라 10분 정도 내려서면 미황사 경내인데 응진전 뒷문으로 들어서게 된다.

응진전을 지나 대웅보전 앞에 서서 병풍을 두른 듯 웅장하면서 역동적인 능선을 눈으로 더듬어본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apeloil@hanmail.net

☞산행 길잡이

미황사 주차장-(7분)-미황사-(25분)-헬기장-(40분)-정상-(40분)-문바위-(25분)-문바위재 - (40분)-미황사-(5분)-미황사 주차장

달마산은 지리적으로 거리가 먼 탓에 마음 먹지 않으면 찾기 힘든 산으로 전국 100대 명산에 꼽힐 정도로 풍광이 아름답다. 주능선에 올라서면 삼면이 다도해가 두르고 있고 기암괴석의 암봉들이 일품이다. 다양한 코스가 있어 선택의 폭이 넓은 산으로 역량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소개한 코스는 약 6㎞의 거리로 3시간30분 남짓 소요된다.

☞볼거리

미황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2교구 본사인 대흥사의 말사다. 1692년에 세운 사적비에 의하면 749년에 의조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한다. 1597년 정유재란 때 약탈과 방화로 큰 피해를 입었다. 1601년에 중창하고 1660년에 삼창했다. 1752년 금고(金鼓)를 만들고, 1754년 대웅전과 나한전을 중건하는 등 대대적인 공사를 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존 당우로는 대웅보전(보물 제947호)·응진당(보물 제1183호)·오백나한전·명부전·요사채 등이 있으며, 사적비와 여러 점의 부도가 있다.

☞교통

중부내륙고속도로 칠원JC, 남해고속도로 강진 무위사IC를 나와 13번 국도를 따른다. 북평면소재지를 지나 현산북평로를 따라 약 5㎞를 가면 미황사 주차장에 닿는다.

☞내비게이션: 전남 해남군 송지면 미황사길 164(미황사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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