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나트륨 과잉섭취와 관련된 4대 만성질환(고혈압·고혈압으로 인한 심장병·만성 신장병·뇌경색) 진료비는 전체의 15.1%나 차지한다. 환자 수도 고령화 사회와 맞물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30대 이상 남자에서 3명 중 1명, 여자 4명 중 1명은 고혈압을 갖고 있어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나트륨 과잉 섭취가 부르는 질환들에 대해 짚어보고, 예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염분의 주성분인 나트륨(40%)은 세포외액의 가장 중요한 성분으로 삼투압을 결정해 혈액량을 조절한다. 그렇기 때문에 과잉 섭취하면 혈관 내 삼투압이 상승하면서 혈액량이 증가해 혈관이 팽창하고, 혈관 내부의 압력이 높아지게 돼 혈압 상승 및 고혈압 발생에 기여하게 된다.
고혈압은 혈관벽의 장력을 증가시키고 손상된 혈관조직 재생 과정을 변형시켜 심장 혈관 및 뇌혈관의 동맥경화를 촉진함으로써 심장병과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률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과도한 나트륨 섭취는 심장 특히 좌심실 비대와 연관돼 있으며, 나트륨 섭취를 줄이면 심혈관 질환 사고 위험을 25~30%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핀란드, 23년간 국민 기대수명 5년 연장
나트륨 섭취를 400㎎에서 200㎎으로 줄이면 혈압이 2~3㎜Hg 감소한다. 수년간 지속할 경우 10㎜Hg 정도까지 감소시킬 수 있으며, 고혈압 약제의 효과를 2배 이상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핀란드는 고나트륨 식품표시제 도입 등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23년간 나트륨 섭취를 3분의 1가량 줄였고, 그로 인해 수축기/이완기 혈압이 평균 10㎜Hg 감소했고, 국민의 평균 기대수명이 5년 연장됐다.
고혈압은 신장병 발병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장은 나트륨과 수분의 양을 조절해 항상성을 유지하는 혈압조절에 가장 중요한 장기다.
나트륨 섭취가 많아지면 전신 혈압이 높아지고 신장의 사구체 및 주변 혈관들에 높은 압력이 전해져 사구체와 혈관이 손상되고, 이로 인해 허혈성 손상이 지속되면 만성신장병으로 진행하게 된다. 만성신장병이 되면 염분의 배설이 감소해 염분이 축적되고 특정 호르몬 증가로 인해 고혈압을 더욱 악화시키게 되는 악순환을 유발하게 된다.
◆나트륨 과다 섭취, 위장·뼈 질환 발병 증가
과도한 나트륨 섭취는 뼈의 건강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염분 섭취가 많아지면 신장에서 소변으로 나트륨 배설을 증가시키게 된다. 나트륨이 배출될 때 칼슘이 함께 배출돼 혈액 내 부족한 칼슘 보충을 위해 뼈 속의 칼슘을 배출시켜 골감소증, 골다공증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 및 노인에서 성장장애나 골절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소변에서 증가된 칼슘 배설로 인해 그 칼슘이 돌을 만들기 쉬워 요로결석이 잘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트륨은 위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로도 알려져 있는데 염분을 많이 섭취할수록 위암 발병 위험도를 2∼5배 증가시킨다.
과도한 나트륨 섭취를 할 경우 나트륨이 위의 점막 상피세포 손상을 촉진해 위염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위산이 감소돼 H. pylori 세균 침입이 수월해지면 위암 발생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나트륨과 비만의 상관관계 ‘뚜렷’
국제 건강관련 단체인 ‘소금과 건강을 위한 세계 행동(WASH)’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짜게 먹을 경우 비만의 위험성이 커진다고 경고하고 있는데, 2012년 보건복지부가 나트륨과 비만 간의 상관관계를 발표한 자료를 보면 특히 청소년의 경우 짠 음식과 비만의 상관관계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7∼18세 청소년의 경우 음식의 짠 정도(나트륨(㎎)/식품섭취량(g))가 1단위 증가할수록 비만의 상대위험도가 13.2%씩 증가했다.
나트륨이 많이 함유된 짠 음식을 즐겨 먹으면 단 음식에 대한 욕구가 높아져 탄산음료나 주스 등 단맛 음료의 섭취량이 늘고 식욕을 억제하는 렙틴 호르몬의 효과도 떨어뜨려 배가 불러도 계속 먹게 한다. 따라서 과체중·비만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염분 섭취를 줄이기 위한 식사법
우리나라에서 성인들이 염분을 가장 많이 섭취하는 음식은 김치류(29.6%), 국·찌개류 (18%), 어패류(13.3%) 순으로, 먼저 김치와 국물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밥상에서 매끼 먹는 뜨끈한 국물이나 김치를 아예 식탁에서 치워버리기는 어려우므로 몇 가지 요령이 필요하다.
김치를 담글 때 배추를 소금에 직접 절이지 말고 소금물에 절이는 것도 김치의 염분 함량을 줄일 수 있다. 국이나 찌개는 먹는 습관을 고치도록 노력해야 한다. 가급적 찌개보다는 국으로, 국보다는 숭늉으로 먹는 게 좋다. 또 국물에 밥을 말아먹는 습관은 버리고 건더기만 먹고 국물은 될 수 있으면 먹지 않는다.
음식을 조리할 때는 소금, 간장, 된장, 고추장, 쌈장 등의 양념류와 화학조미료의 사용을 줄여야 한다. 염분을 제한하면 음식의 맛이 밋밋해질 수 있는데 이는 허용된 양념으로 조절할 수가 있다. 식초, 고춧가루, 후추, 겨자, 고추냉이, 파, 마늘, 생강 등을 활용하면 새콤달콤하게, 얼큰하고 알싸한 맛으로 음식을 즐길 수가 있다.
젓갈, 장아찌 등의 절임류나 소시지, 햄, 치즈 등의 육가공식품, 인스턴트식품, 패스트푸드들은 염분 함량이 매우 높으므로 자주, 많이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과일·채소 섭취, 나트륨 배출 효과
칼륨은 나트륨을 배출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바나나, 감자, 아보카도, 키위, 멜론, 수박, 토마토, 시금치 등 칼륨이 많은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를 하루 한 번이라도 챙겨 먹는 것이 좋다.
하지만 신장이 안 좋은 환자는 칼륨 함량이 높은 과일과 채소 등을 너무 많이 먹으면 오히려 위험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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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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