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한반도 평화의 가을’을 기대하며!

  • 윤철희
  • |
  • 입력 2018-08-27   |  발행일 2018-08-27 제30면   |  수정 2018-09-21
올 봄부터 한반도 평화모드
北, 더이상 과거 회귀 힘들어
南北-北美, 또다시 정상회담
평화분위기 더욱 고조시켜
13만 이산가족에 희망 줘야
20180827

2015년 10월 이후 약 3년 만에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지난주 2박3일씩 두 차례 금강산호텔에서 열렸다. 남측과 북측의 이산가족이 65년여의 기다림 끝에 헤어졌던 가족을 다시 만났다. 하지만 3일간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다시 기약 없는 기다림을 약속한 채 속초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야만 했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자들의 연령대를 보면 80대 이상 고령자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들 이산가족이 속초를 향하는 버스 속에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5월10일 취임사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겠습니다. 필요하다면 곧바로 워싱턴으로 날아가겠습니다. 베이징과 도쿄에도 가고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습니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서라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화답하듯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민족적 화해와 통일을 지향해 나가는 분위기를 적극 조성하여야 합니다. (중략) 북과 남 사이의 접촉과 내왕 협력과 교류를 폭넓게 실현하며 서로의 오해와 불신을 풀고 통일의 주체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라며 평창올림픽 참가를 선언하였다. 이러한 양측의 노력이 제3차 남북정상회담과 4·27 판문점 선언으로 이어졌고, 판문점 합의의 일환으로 이번 제21차 남북이산가족상봉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올 봄에 시작된 한반도 평화 분위기는 111년 만의 기록적 폭염처럼 예상치 못한 난제들에 부딪혀 있다. 비록 김정일 위원장이 벼랑끝 전술을 펼쳐가며 그토록 원했던 북미정상회담을 아들 김정은 위원장이 이뤄냈지만, 북미관계정상화는 아직 요원하기만 하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국제사회에 정상국가로 등장하여 낙후된 경제를 바로세우고 국가발전을 이루고자 함일 것이다. 물론 북한이 원하는 정상국가는 민주주의 국가는 아님에 틀림없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생각하는 정상국가는 그의 아버지나 할아버지 시대의 북한일 수는 없다. 이미 북한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었기 때문에 과거로 회귀할 수는 없다. 북한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통해 경제가 붕괴되면 어떻게 되는지를 경험했고, 이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2년 가격 및 임금현실화, 기업소의 경영자율성 확대, 근로자에 대한 물질적 인센티브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시장 기능을 부분 인정한 ‘7·1경제관리개선조치’를 단행하였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2014년 ‘5·30 조치’와 2016년 ‘우리식 경제관리 방법’ 발표를 통해 양적·질적으로 진화한 북한 내 시장화 현상을 인정하고 국가의 관리 하에 두고자 한 조치를 취하였다.

더불어 2000년대 이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전격적으로 추진한 정보화 정책은 김정은 시대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아직은 낙후된 수준이긴 하지만 이러한 정보화의 진전은 북한사회 변화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실제로 2008년 12월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 텔레콤이 3G 방식의 휴대전화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이래, 현재 370만에서 400만명의 북한주민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다. 이는 북한 인구대비 약 15% 수준이며, 평양 지역만 놓고 보면 약 70%의 보급률에 달한다. 이런 ‘시장화’와 ‘정보화’의 진전은 이번 이산가족상봉행사에서도 확인되었다. 금강산호텔 내 기념품 매대는 더 자본주의화되었으며, 북측 안전원들의 스마트폰 사용 모습이 곳곳에서 쉽게 목격되었다. 북한 사회는 더 이상 과거로 돌아 갈 수 없을 정도로 변화하였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 속에 김정은 위원장은 그의 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가 가지 못한 새로운 길을 가려고 하고 있다. 물론 그 길이 우리가 바라는 길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분명 과거로의 회귀는 아닐 것이다.

한반도의 가을은 다시 한 번 한반도 평화를 위해 달려갈 것으로 기대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할 계획이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두 번째 만남이 예견되고 있다. 판문점에서 시작된 ‘한반도의 봄’이 ‘평화정착’이라는 ‘한반도의 가을’로 귀결되기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65년여의 기나긴 기다림 끝에 겨우 3일간의 만남이 끝이 아니라는 희망을 13만 이산가족에게 심어주길 기대해 본다.

박문우 (한국정보화진흥원 사회혁신TF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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