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일의 방방곡곡/길을 걷다] 소백산의 신비 천태종 총본산 구인사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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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24   |  발행일 2018-08-24 제37면   |  수정 2018-09-21
골짜기 가득 빛나는 ‘관세음’…산속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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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골안에 건립된 구인사 관음전과 전각들.


韓천태종 총본산 만든 상월원각대조사
오랜 정진·사회통찰 새로운 불교운동

백자동 양 골짜기에 건립한 23개 전각
전국 방방곡곡 ‘불력의 힘’ 번져나가
목조건물 중 최고 높이 27m 대조사전
신도 최대 수용 인원 수 1만여명 달해
구인사 경내 마치 저잣거리처럼 북적
대조사 묘역 적멸보궁 언덕 뷰포인트
나를 깨우는 관세음보살 소리내 주송


하늘에서 내려온 빛 무리가 골짜기에서 관세음(觀世音)소리로 파장을 바꾼다. 배꼽 아래 단전에서 뿜어내는 관세음 소리는 음(音)을 빛(光)으로 바꾸는 불법의 수행방법이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이 아랫배에서 관세음으로, 그 관세음이 다시 빛으로 돌아가는 회귀의 수행도량이 있다. 소백산(小白山) 구인사(救仁寺)다.

말이 났으니 말이지, 불법(佛法)은 어렵다. 인간을 해탈케 하여 고통으로부터 해방시킨다는 부처님 말씀은 팔만대장경으로 설명해도 부족하다고 한다. 그러므로 2천500년 전 석가모니가 무상보리를 대각하여 불법을 퍼뜨리고, 그 후에도 수많은 수행자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명멸하며 밤길을 밝혀주어도, 사람들은 불법수행의 고통과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러한 현실에서 누구라도 수행할 수 있고, 원각을 이룰 수 있는 ‘관음주송(觀音呪誦)’ 수행을 주로 하는 천태종이 중국에서 등장하였다. 천태종이 한반도로 건너오고 고려시대 한때 전국을 풍미하다가, 숭유억불의 조선조에 와서 그 종맥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던 중 역설적인 수행방법인 천태종을 대각한 상월원각 대조사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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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사 경내에 있는 독특한 양식의 3층 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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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사 가장 위쪽에 위치한 아름다운 대조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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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줄기 명당에 있는 구인사의 풍경.

대조사는 구인사를 창건하고 그 교세가 일취월장하여 한국 제2불교 교단이라는 한국천태종의 총 본산을 만드셨다. 그러므로 구인사와 대조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둘이면서 하나인 아이콘이다. 구인사를 탐방하면서 먼저 찾는 장소가 모든 전각보다 더 위쪽, 소백산 구봉팔문이 조망되는 한 정점인 적멸보궁이다. 구인사 적멸보궁은 상월원각대조사의 묘역을 일컫는다.

도대체 상월원각대조사는 어떤 분일까. 대조사는 1911년 음력 11월28일, 강원도 삼척시 상마읍리 밀양박씨 집안에서 탄생했다. 속명은 박준동(朴準東), 법명은 상월(上月)이다. 16세 때 국내 명산대찰을 두루 다니며 수행하다가, 1930년 20세에 중국으로 갔다. 먼저 관세음보살 성지인 보타락가산에 들르고, 천태산 수선사 참배, 천태종의 근본도량인 국청사에서 보름간 머물렀다. 그 후 간쑤성 돈황석굴을 거쳐, 티베트를 돌고 중국으로 나와 오대산 문수도량, 아미산 보현도량 등 주요 성지를 순례하며 6년간의 구도 행각을 마치고 1936년 26세에 귀국하였다.

그 즈음 백성의 생활고는 더해갔다. 대조사는 자신의 도가 이루어지면 세상의 중생을 구제할 것이라고 믿고, 태백산 어느 석굴에서 쑥과 솔잎을 먹으며 2년간 목숨을 건 수행을 했다. 때론 단식과 턱 밑에 가시나무를 받쳐 수마를 물리치며 치열한 수행을 하던 1942년 가을, 드디어 깨달음을 얻었다. 소백산 어느 골짜기에 흰 연꽃이 만발하고 그 위에 관세음보살이 미소를 띠고 서 계신 것을 심안으로 본 것이다. 이때 본 골짜기가 바로 지금 구인사가 있는 백자동 계곡의 연화지다.

대조사는 깨달음을 얻은 후에 더 열심히 수행, 1945년 1월15일 해제한 후 중생구제의 길로 들어섰다. 대조사는 소백산 백자동 연화지를 먼저 찾아가, 그 자리에 구인사를 창건하여 포교하였다. 대중과 함께 옥수수 죽이나 질경이를 넣은 보리죽을 먹고, 오후 6시에서 다음날 아침 6시까지 철야정진, 오전에는 8시에서 11시까지, 오후에는 1시에서 4시까지, 혹독한 수행을 멈추지 않았다. 의복은 남루했고, 그야말로 5년동안 피를 말리는 용맹정진을 하였다.

1950년 6·25전쟁이 일어나자 공주로 피란온 부상자, 환자, 굶주린 난민을 구제했다. 당시 그 지방에서 신인이, 도승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자자했다고 한다. 대조사는 그 해 10월 구인사로 돌아와 한결 같이 또 용맹정진을 계속했다. 그러다가 1951년 음력 11월28일 한밤중 심기(心氣) 발동해 새벽 3시에 이르러 “천수 천안 관세음보살”이라고 우레같이 외치니 백자동 골짜기가 우렁우렁 울리고 대중들도 깜짝 놀랐다. 조금 후 “동천(東天)에 큰 별이 나타나서 내입에 들어오니 뱃속이 환하게 밝고, 일월(日月)이 머리위에 있으니 천지(天地)가 크게 밝도다”하며 깨달음의 노래를 불렀다. 그 후 1962년까지는 여전히 제자를 지도하고 신도를 교화하였다. 그 사이 사회는 엄청 변했다. 4·19 의거, 5·16 군사혁명…. 불교계는 비구와 대처승의 종단분규 등 세상이 혼란의 수렁에 빠지자 1963년부터 ‘애국, 생활, 대중 불교’의 기치를 걸고 포교활동을 펼쳤다. 그건 대조사의 오랜 용맹 정진과 당시 사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이룬, 가히 새 불교 운동이었다. 그러다가 1970년 1월15일 정부로부터 천태종 종단 인가를 받고, 전문 17장의 종헌 종법을 제정 선포해 명실상부한 불교종단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대조사는 1973년 11월28일에 자신의 열반을 미리 알고 구인사 광명당에 모인 약 4천명의 대중에게 “내가 먼 곳으로 떠나가 있더라도 퇴굴심을 내지 말고 스스로 항상 반성하여 마음자리를 바로 잡을 것이며, 지금은 정히 말법시대라 믿음이 엷은 사람은 좋은 인연을 놓칠 것이요 믿음이 굳고 여일(如一)한 사람은 좋은 결실을 보리라”고 하셨다. 다음해 음력 설날에 “이 공부와 이 사업이 세상의 빛이 되어가고 있는 바, 내가 만일 오래 그대들을 떠날지라도 변함없는 마음과 원대한 희망으로 어떠한 마의 경계라도 이를 능히 초월하여 이 도량이 영원한 복전(福田)이 되고 낙원(樂園)이 되게 할지어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1974년 음력 4월27일 술시에 “모든 부처님은 세상에 나오시지 않았고(諸佛不出世), 또한 열반도 있지 않도다(亦無有涅槃). 죽고 태어남이 본래 공적하니(死生本空寂), 가득차고 훤히 비는 저 달과 같도다(盈虛一月輪)”라는 게송을 남기고 입적하였다. 세속나이 64세였다.

대조사 입적 후에도 구봉팔문인 백자동 골짜기에 전각이 더 들어서고, 날마다 수많은 신도가 찾아와 수행하므로 구인사 경내는 마치 저잣거리처럼 북적거렸다. 그뿐만이 아니라 전국 각지에 천태종 사찰이 우후죽순처럼 창건되어 그 불력의 힘이 방방곡곡으로 번져 나갔다. 모든 것이 경이로울 정도로 짧은 시간에 이루어졌다. 백자동 양 골짜기에 건립한 23개 전각과 건물로 말미암아 걷는 거리만 700m에 달하는 구인사는 대규모 사찰이고, 사실 산속 조그마한 도시다. 승려 수 300여명, 신도 최대 수용인원수 1만명, 거느린 말사만 300여개, 신도 수는 무려 170만명을 헤아린다.

적멸보궁 옆 언덕배기는 뷰 포인트다. 소백산 지맥과 골짜기가 훤하게 조망되는 경관이 감탄스럽다. 호흡을 가다듬고 대조사전으로 내려온다. 대조사전은 두루마기 옷을 입은 상월원각대조사의 금동존안이 봉안된 곳이다. 1992년 착공해 2000년에 완공, 551㎡(167평)의 법당과 높이 27m로 우리나라 목조 건물 중 가장 높다. 여기서 발뒤꿈치를 물고 오는 신도를 따라 절 아래로 내려간다. 광명전을 지나고 대법당에 간다. 관음주송 기도를 수행하는 신도가 대웅전을 꽉 메우고 복도와 계단에까지 앉아 기도 수행한다. 어처구니없다. 나도 “관세음보살”을 크게 부른다. 관세음보살은 셀 수 없는 무량겁 동안 보살행을 실천하셨다. 즉 지금의 대우주가 있기 전의 대우주부터 보살행을 실천하고 부처님이 되어도 다시 보살로 돌아가 보살행을 하여 삼라만상의 생(生)을 제도하신다. 일심으로 “관세음보살”을 부르면 부르는 즉시 그 고뇌에서 벗어나게 해준다고 한다.

나는 산문을 나오며 돌아갈 버스에 타기까지 관세음보살을 소리내어 주송한다. 나도 턱 밑에 가시나무를 받치고, 움직이면서도 잠자고 있는 나를 깨우기 위해 관세음보살을 부르고, 가시나무 새 노래를 부른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이 쉴 곳이 없네.” 이제 관음주송으로 내속의 나를 몰아낸 빈곳에 빛과 사랑으로 채워 당신을 쉬게 하리라.


☞여행정보
▶트레킹 코스 : 구인사 - 법어비 - 천왕문 - 진신사리탑 - 대웅전 - 삼보당 - 식당 - 역대조사전 - 광명전- 대조사전 - 적멸보궁 ▶문의: (043)423-7100 ~ 8 ▶내비 주소 : 충북 단양군 영춘면 구인사길 73

▶주위 볼거리 : 온달산성, 도담삼봉, 만천하스카이워크, 고수동굴, 천동동굴


시인·대구 힐링 트레킹 회장 kc12taegu@hanmail.net

사진= 김석 대우여행사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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