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칼럼] 일어나라 ‘새대열’

  • 조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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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24   |  발행일 2018-08-24 제23면   |  수정 2018-08-24
20180824
논설실장

이렇게 잠 자고 있을 시간이 없다. 동창이 밝은지 오래고 해가 중천에 떴다. 더 이상 머뭇거리다가 파종 시기를 놓치게 되면 또다시 적수공권으로 돌아가야 한다. 씨 뿌리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과실은 없고, 있더라도 그건 독과(毒果)이기 십상이다. ‘새로운 대구를 열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인 새대열, 일어나라. 전열이 무너졌다면 새로 정비를 서둘러라.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다. ‘그럴 줄 알았다’는 비아냥과 비판이 용인돼선 안된다.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로 끝나기에는 새대열의 존재 의의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중대하다.

새대열은 지난 3월 지역주의를 넘어 ‘과거 회귀적인 보수, 갈등 유발적인 진보를 모두 거부하고 대구 사람만으로, 대구를 위한 정당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결성됐다. 분권운동에 몸담아 온 인사들이 ‘지방분권운동 시즌2’의 역할을 자처하고 나서면서 ‘지방정치는 지방민의 손의 의해서’라는 지방분권적 기치를 내걸었다. 지역정당 창당을 위해선 중앙당은 서울에 두고 전국 5개 이상 광역시·도에 지부 정당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는 정당법 개정을 추진하고 여의치 않으면 위헌 법률 심판을 신청하기로 로드 맵을 짜두었다. 새대열이 지방정치마저 중앙의 식민지 상태인 현실을 바로잡아 나가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요하는 대장정(大長征)에 돌입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전도가 촉망받던 새대열의 행로가 상임대표를 맡았던 김형기 교수가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바른미래당 대구시장 후보로 출마하면서 스텝이 꼬였다. 김 교수의 출마가 다소 성급했던 데다 기성의 전국 정당과 제휴는 새대열의 지역정당 창립이란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른다는 점에서 회원들의 대폭적 지지를 얻기도 원초적으로 불가능했다. 새대열은 분열을 피하기 어려웠다. 김 교수의 대구시장 출마가 정치공학적 분석에 의해 폄훼되기도 했고, 선거 결과 분권운동가로서 일관되고 간단치 않은 역량이 신선함과 개혁적 이미지를 넘어 유권자들의 표심을 결집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후유증으로 새대열이 아직도 파행을 면치 못하고 있다면 원인을 제공한 김형기 대표가 꼬인 스텝을 풀어야 할 당사자다.

새대열이 가야 할 길은 멀고 해는 서산에 걸려 있다. 지방선거 이후 흐트러진 진용을 새로 구축하고 진즉에 자세를 다잡아야 했다. 당장 총선이 채 2년도 남지 않았다. 지방정당 창당을 위한 노력과는 별개로 지지 후보를 내자면 참신한 인재 풀 형성이 급선무다.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 실패로 인해 약화되거나 실종되다시피한 문재인정부의 분권개헌 의지에 불씨를 지피기 위해서도 새대열이 굴기해야 한다. 대구에서 발원한 지방분권운동이 시대적 소명이었다면 새대열의 지방정당 창당은 지방정치의 독립선언이다.

시기는 무르익었고, 활동 여건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무엇보다 기득권 정당에 대한 식상함이 사상 최대치에 이르렀다.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과 지지율 동반 하락을 경험하고 있고, 한국당은 김병준 비대위 체제의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한 채 좀처럼 뜨지 못하고 있다. 민주·한국 두 거대 정당은 민주 시민들에게 더 이상 희망을 주지 못하는, 서로 차별화되지 않는 보수 정당에 가깝다. 특히 민주당은 진보의 분식을 하고 있지만 청와대의 파견대에 충실하니 박근혜정부의 한국당과 뭐가 다른가.

지방정치의 중앙 예속은 여전하고, 지방정치인들의 기득권 안주는 시대착오적이다. 지방의회는 지역구도의 틀에 갇혀 갈라먹기식 독점과 독식이란 구태를 되풀이한다. 승자 독식의 2인 선거구제를 획책하고 의장과 상임위원장을 특정 정당이 독식하는 횡포도 서슴지 않는다. 민주·한국 거대 양당의 적폐를 그대로 답습한 것도 모자라 오히려 한술 더 뜨는 모양새다. TK 지방의회조차 분산과 균형의 표심에 의해 일당 독식의 구도가 붕괴되긴 했지만 독점적 관행과 관성은 견제되고 제어되지 않는다. 새대열이 나설 수밖에 없다.

새대열은 낡은 보수와 진보의 이분법적 틀과 가치를 넘어 지방을 지향하고, 폐쇄적인 기성 정당과는 달리 열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새대열의 지방정치 독립운동은 명분의 정당성과 실리의 확실성이 이처럼 여실하다. 좌고우면 끝내고 일어나라.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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