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진의 정치풍경] 북핵과 정권안보

  • 윤철희
  • |
  • 입력 2018-08-23   |  발행일 2018-08-23 제30면   |  수정 2018-09-21
그동안의 남북 극적사건은
의심 생기는 경우가 상당수
북핵 두고도 치열한 외교전
북한 집권자의 최고 이익은
핵 가진채 달러 확보하는 것
20180823
20180823
시사만평가

15대 총선을 1주일 앞둔 1996년 4월4일 북한은 앞으로 군사분계선 이북의 비무장지역에서 비무장의무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북한은 5일과 6일에 판문점 이북지역에서 진지구축 훈련을 했고 7일에는 트럭에 분승한 중무장 병력을 투입했습니다. 한반도에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조성되었습니다. 그러나 북의 무력시위는 4·11 총선이 지나자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판문점 도발사건의 배후에는 어마어마한 음모가 있었습니다. 4·11 총선의 참패가 예견되자 여권 지도부는 대북비선을 동원해 북한의 대남공작 지도부와 모종의 거래를 했습니다. 고난의 행군 중이던 북한에 식량과 물자를 지원하는 대신 총선 전에 적정한 수준의 무력시위를 해달라고 주문하였습니다. 밀약에 따라 북한에 밀가루 등의 물자가 지원됐고 북은 그 보답으로 판문점 무력시위를 일으켰습니다. (김당 저, ‘이중스파이 흑금성의 시크릿파일 공작’ 중에서)

그동안 남북 사이에 있었던 극적인 사건들을 돌이켜 보면 모두는 아닐지라도 상당한 경우가 북한 김씨 일가의 달러벌이의 필요성과 남한 집권당의 정권 연장을 위한 여론조작 의도가 맞아떨어져 발생한 것이 아닐까 의심됩니다. 그 결과 남북 간에는 불필요한 긴장이 조성되거나 너무 설익은 상태에서 화해의 도장을 찍은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4·11 총선 직전 판문점 사건도 그중 하나입니다.

지금 북한 핵을 둘러싸고 남북 간, 북미 간에 치열한 외교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총성 없는 전쟁에서 북한 집권자의 최고 이익은 북핵을 유지하면서 달러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그들은 미국이나 남한 집권자의 정권이익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국민에게 생색을 낼 수 있는 수준에서 적당히 북핵 폐기 쇼를 해주고 그 대신에 경제제재를 풀고 지원을 받는 시나리오를 짜고 있을 겁니다. 벌써부터 미국의 중간선거를 한 달 앞두고 북한이 핵미사일을 실은 배를 태평양에 띄울 것이라는 예측이 파다합니다. 미국과 남한의 지도부가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정권은 성공일지 모르나 국민은 핵공포를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겁니다.시사만평가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