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불편한 진실

  • 장용택
  • |
  • 입력 2018-08-21   |  발행일 2018-08-21 제30면   |  수정 2018-08-21
지난 MB·박근혜 정부 시절
대기업 유치·취수원 이전 등
지역 굵직한 현안 해결 失期
180兆 신규투자 발표한 삼성
수도권과 서해지역에만 관심
대구·경북 투자 기대 어려워
[화요진단] 불편한 진실
장용택 중부지역본부장

지난 7월말 구미시 국회의원 두 명과 구미시장·구미시의회 의장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 및 삼성메디슨의 수도권 이전과 관련해 성토하는 자리를 가졌다. 얼핏 보기에는 그럴 수도 있다고 여기겠지만 의미가 있다. 장세용 구미시장은 대구·경북에서 유일하게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서서 당선됐으며, 나머지 세 명은 모두 자유한국당 소속이다. 평소 같으면 억만금을 줘도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데도 말이다.

또하나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경제부지사로 삼성전자 전무를 지낸 인사를 뽑았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지난달 28일 삼성전자 CEO급 인사를 만나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의 수원이전 철회를 요청하는 지원사격을 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대구·경북이 공동운명체라는 인식하에 대구·경북 한뿌리상생위원회를 만들었다. 이 모든 일련의 움직임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대구·경북 현안을 조기에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나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과거에도 유사한 협의체가 있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누구도 힘든 일에는 나서지 않고 책임지려 들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피해는 대구·경북에 돌아갔다.

TK가 정권을 잡았던 지난 MB와 박근혜정부 시절을 살펴보자. 참으로 화가 난다. 대기업 유치와 대구취수원 이전, 나아가 밀양신공항 유치 등 당시 현안의 경우 해결은커녕 지금도 절체절명의 과제로 남겨진 것을 보면 그렇다. 문제는 정권의 맛에 취한 나머지 누구 하나 해결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호시절이 영원히 갈 줄 알았다. 승리에 취해 있다가 실기(失期)한 것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慧眼)이 있었다면 정권을 잡았을 때 이판사판(理判事判)으로 달려들었어야만 했다.

지금 상황은 어떤가. 삼성의 지역투자는 사실상 물 건너 갔다고 보는 게 정설이다. 삼성수뇌부와 접해본 지역 인사들은 수도권과 서해안 임해지역에만 꼽혀 있을 뿐 내륙에는 관심조차 없다고 한다. 지금의 최고경영진은 죄다 서울 사람이며, 세계는 물론 통일한국을 내다보고 있다고 한다. 우리로선 아프지만 현실이다.

지난 8일 삼성전자는 3년 동안 국내외에 180조원을 신규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요청에 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답례로, 대구·경북에서 삼성의 투자를 간절히 바라지만 정치공학적으로 봐도 기대난망이다. 3년이라면 두 전직 대통령의 재판이 이어지는 기간이 된다. 두 전직 대통령 비위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이 부회장으로선 대구·경북에 투자하면 정권의 눈밖에 날 수밖에 없다. 차라리 전북 군산 등에 신규투자를 하면 정권으로부터 사랑받을 터인데 왜 밑지는 장사를 하겠는가. 문 대통령이 나서면 모를까, 대구·경북 자력으론 삼성의 신규 투자유치는 불가능에 가깝다.

현정권이 대구·경북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떤가.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를 빼곤 모두 석권한 여권으로선 오히려 눈엣가시처럼 보일 것이다. 뭐가 예뻐서 도와주겠는가. 최근 대구를 방문했던 김은경 환경부 장관으로부터 “대구취수원 이전은 무슨 이전이냐. 정수해서 먹으라”라는 핀잔을 들어야만 했다. 분하지만 현실이다. 현정부가 대구·경북을 바라보는 인식을 나타낸 것이다. “앞으로 20년은 민주당이 집권해야 한다”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의 말에 수긍이 간다.

경북도의 경우 인구 소멸위험지역이 대다수며, 대구시조차 인구소멸 주의단계에 진입했다. 앞으로 20년이 지나면 대구·경북은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모골(毛骨)이 송연(悚然)하다. 지역 정치인들의 역량은 어떨까. 정권을 잡았을 때도 못했는데 야당으로 몰락한 지금 과거보다 더 잘 할 수 있을까. 보수가 조기에 정권을 가져올 가능성은 불가능에 가깝다. 조만간 대구·경북민의 엑소더스(대탈출)가 시작될 수도 있다. 마음속에서 벌써 엑소더스를 모색하고 있을지 모른다.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속담이 대구·경북에서 통용될까. 불편한 진실이다.장용택 중부지역본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