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권력의 傲慢’ 엿보인 與의 특검 비판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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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20   |  발행일 2018-08-20 제30면   |  수정 2018-08-20
여론조작 공모혐의 김경수
탄압받는 투사형 특검출석
특검의 무리수 있었더라도
권력자의 겸손함 보였어야
얼핏 스친 권력의 덫 본듯
[송국건정치칼럼] ‘권력의 傲慢’ 엿보인 與의 특검 비판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우아하게 손을 흔들며 지지자들에게 다가가서 악수를 청했던 모습은 기자들에게 레이저를 쏘며 검찰에 출석했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버금가는 또 다른 형태의 권력자의 오만하고 교만한 모습이었다”고 했다. 어느 신문은 “지지자들을 향해 영화배우가 시상식 ‘레드카펫’을 밟듯 걸으며 손을 흔들었다”고 묘사했다. 드루킹 일당의 댓글을 이용한 여론조작 공모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얘기다. 김 도지사는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두 차례 출석했다. 지지자들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묻힌 봉하마을을 상징하는 노란 바람개비를 흔들며 장미꽃을 길에 뿌렸다. 김 도지사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불끈 쥔 주먹을 높이 들어 흔들었다. 앞서 김 도지사가 경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첫 소환됐을 때는 당내 친문계 소장파 국회의원들이 ‘병풍’을 치듯이 호위했다.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돼 대기 중이던 서울구치소에서 새벽에 나올 때는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한 두 명의 현역 국회의원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김 도지사의 양 옆에 붙어섰다. 대표 경선에 출마한 중진·원로들은 현장에 나가진 않았지만 유세장에서 구애 경쟁을 벌였다. 친문 권리당원의 표를 의식해서다. “특검 공세와 여론재판에서 김경수를 지켜내겠다”(송영길 후보), “김경수는 당의 소중한 자산이자 대한민국의 미래다”(이해찬 후보) “그런 선거운동을 안 하는 정치인은 없다”(김진표 후보). 또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허익범 특검이 정치특검·편파특검임을 입증한 것”이라며 “특검의 허위사실 유포와 과도한 언론플레이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김 도지사 본인도 “특검의 정치적인 무리수에 다시 한 번 대단히 유감을 표한다”고 일갈했다.

마치 오래전 정치탄압을 받아 검찰에 불려다녔던 야당투사의 모습과 소속 정당의 반응을 보는 듯하다. 실제론 살아 있는 권력인 문재인정부의 핵심이자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로까지 떠오르고 있는 인물을 둘러싼 얘기다. 물론 특검이 빌미를 준 측면은 있다. 활동 초반에 특검 수사의 본류가 아닌 고(故) 노회찬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캐는데 주력했다. 김 도지사를 겨냥한 본격 수사에 들어가선 나중에 입증하지도 못한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렸다. 청와대 참모 두 사람을 불러 조사하면서 송인배 정무비서관의 다른 돈 문제를 별건수사로 들여다봤다. 그렇더라도 김 도지사 본인과 여당의 대응은 과하다. 김 도지사는 여론조작 가담 의혹이 불거진 이후 여러 차례 말을 바꾼 탓에 비판여론이 형성됐다. 경찰과 검찰의 봐주기 수사 논란이 일어나면서 특검이 출범했고, 김 도지사는 피의자 신분이었다. 더구나 특검법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채택됐고, 허익범 특검은 문재인 대통령이 두 명 중에서 선택해 직접 임명장을 줬다. 무작정 정치특검으로만 몰고 가는 건 누워 침뱉기일 수 있는 셈이다.

살아 있는 정치권력의 ‘김경수 의혹’ 대응 방식에서 오만(傲慢·태도나 행동이 건방지거나 거만함)과 방자(放恣·어려워하거나 조심스러워하는 태도가 없이 무례하고 건방짐)가 언뜻언뜻 보였다. 권력행사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함정이고 덫이다. 내가 하는 일은 모두 옳고, 그걸 그르다고 하는 건 모두 딴지걸기라고 인식하면 함정에 빠지고 덫에 걸린다. 그러면 민심이 순식간에 변할 수 있다. 국민을 위한 권력을 행사할 준비가 덜 된, 설익은 주변 권력자가 정권을 망친 과거 사례가 더러 있다. 문재인정부의 권력행사에서 그런 태도가 총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금은 얼핏 스쳤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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