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미국평화봉사단의 한국 사랑

  • 윤철희
  • |
  • 입력 2018-08-20   |  발행일 2018-08-20 제30면   |  수정 2018-09-21
봉사단원, 韓서 철수후에도
젊은 시절 맺은 끈끈한 우정
소중한 인연 계속 이어가며
지난 10년동안 해마다 모임
다음달 ‘韓재방문’행사 예정
20180820
다니엘 스트릭랜드 DGIST 기초학부 교수

지난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한국에 파견되었던 미국평화봉사단 모임이 3박4일에 걸쳐 있었습니다. 참가 단원들의 나이는 50대 후반부터 70대 초반이었으며 80명 가까이 모였습니다. 미국평화봉사단은 1961년 케네디 대통령 때 창설된 기관으로 대학을 갓 졸업한 22세부터 25세 사이의 미국 남녀 청년들을 세계개발도상국에 교육, 보건, 농업, 기계 같은 분야에 파견하여 그 사회의 발전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1966년 처음으로 왔으며 1981년까지 1천700명이 넘는 봉사단원들이 영어교육, 보건위생사업 등 농촌개발사업에 종사했습니다. 한국에 온 첫 그룹은 K-1(Korea-1)으로 불렀으며, 1981년 K-51을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철수했습니다. K-1그룹은 TESOL(Teaching English to Speakers of Other Languages), 즉 영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는 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방법에 대해 훈련을 받은 후 중학교에 배치되어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기도 하고 한국 영어선생님들과 영어교수법을 같이 연구하고 워크숍도 했습니다.

저는 1971년 한국에 온 ‘K-18’진입니다. 저희들은 한국에 오기 전 하와이에서 석달 동안 합숙을 하며 매일 8시간 집중적으로 한국말, 한국문화, 보건분야에 대한 기술과 훈련을 받았습니다. 하와이에서 훈련이 끝나고 한국으로 온 후 저는 전남 화순군 보건소에 파견되어 폐결핵 퇴치 사업에 종사했습니다. 한국에 온 저희 평화봉사단원들은 2년간 지역 주민과 함께 어울려 살며 주어진 업무와 다양한 경험을 하며 많이 배웠고 이로 인해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 관점, 가치관 등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평화봉사단 이후의 삶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쳤습니다. 저와 같이 보건소에 파견되었던 한 여자봉사단원은 당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부터 감사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지난 10년간 미평화봉사단 한국 모임이 거의 해마다 한국과 미국에서 있었습니다. 젊음의 한 시절인 2년을 한국에서 보낸 인연으로 맺어진 우정이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음은 매우 특별하고 소중합니다.

이번 로스앤젤레스 모임 중 남캘리포니아대(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 있는 도헤니(Doheny) 도서관 내 동아시아 도서관을 방문하여 데이비드 강 교수로부터 북한과의 외교관계에 대한 강연을 듣고 미평화봉사단 한국 관련 디지털 자료들을 관람했습니다. 그 자료들은 한국에 파견되었던 미평화봉사단들이 제공한 개인 소장품들입니다. 저도 몇점 기증했습니다. USC는 일제 당시 독립운동가인 도산 안창호 선생과 가족이 머무를 주택을 제공했습니다. 지금도 대학 캠퍼스 내 ‘안창호 패밀리 하우스’가 기념관으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요즘 미국 내에서 이민자 단속, 특히 부모와 어린이들을 분리시키는 일이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관련하여 미국인 가정에 입양된 많은 한국 입양인이 아직 시민권을 받지 못해 미국에서 추방될 위기에 처한 사실을 보도를 통해 알게 되었고, 저희 모임에 한국인 입양여성을 초청하여 설명을 듣고 미평화봉사단원들이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얘기했습니다. 한국 입양아들의 사연은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한국 내 입양을 해야 합니다. 저희 봉사단 모임의 마지막날 LA 총영사 내외께서 저희들을 자택으로 초청해주셔서 불고기, 잡채, 김치, 깍두기 등 한국 음식을 즐겼습니다. 미평화봉사단은 현재 세계 전역 100여 국가에 파견되어 활발히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처럼 봉사단 철수 후에도 이렇게 든든한 유대를 갖는 나라가 없다고 합니다. 오는 9월 일주일간 서울에서 ‘Korea Peace Corps Revisit’ 모임이 있습니다. ‘한국재방문’이라고 해서 45~50년 전 봉사단 임무를 마치고 한국에 올 기회가 없었던 단원들과 그 2세들을 위해 마련한 모임입니다. 글로벌시대에 저희들이 세계 시민으로서 한국과 미국은 물론 세계평화와 번영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기대됩니다. 다니엘 스트릭랜드 DGIST 기초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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