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과 책상사이] 입시 개편안보다 중요한 것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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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20 07:47  |  수정 2018-09-21 15:07  |  발행일 2018-08-20 제18면
20180820

수시 상담을 하며 학생부와 자기소개서를 많이 읽고 있다. 안타깝게도 차이를 별로 느낄 수가 없다. 다 비슷하다는 말이다. 최상위권 학생은 더욱 우열을 가리기가 힘이 든다. “자기주도 학습으로 전 과목이 최고이며 창의력이 돋보이고, 매사가 타의 모범이 되고, 배려의 마음 또한 남다르고….” 이런 내용이 거의 비슷한 어조와 어휘로 기록되어 있다. 학교가 달라도 마찬가지다. 나는 상담을 마치고 하루를 정리하면서 날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전국의 입학사정관들은 어떻게 하면 그 짧은 시간에 그 많은 학생부를 다 읽고 평가할 수 있을까? 그 대단한 식별 능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평생 비교적 열심히 남의 글을 읽으며 많은 글을 써 왔지만, 대학에서 나에게 학생부나 자기소개서 평가를 맡긴다면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거절할 것이다.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명문대에 합격한 학생의 학생부나 자기소개서는 전국 모든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읽고 참고했다. 그러다보니 같은 학과나 계열에 지망하는 학생의 학생부 내용이나 자기소개서는 거의가 비슷하다. 모범 예시답안에 근접하는 기록을 하려다 보니 모두가 비슷해진 것이다. 유사도 검사에 걸리지 않아도 담고 있는 내용과 맥락은 거의 같다. 실상이 이렇다보니 대학이 자사고, 특목고, 좋은 학군 아이들에게는 은밀하게 고교등급제를 적용하여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가 생겨나는 것이다. 합격한 학생과 비교해 볼 때, 교과·비교과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모자라지 않는데 출신 지역이나 출신 학교가 저평가되어 손해를 본다는 불신감에 대해 대학 당국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자로가 공자에게 물었다. “들은 것은 바로 실행해야 하는지요?” “아버지나 형과 같은 어른이 있으면 어찌 들은 것을 바로 실행할 수 있겠느냐”라고 답했다. 어른에게 물어본 후에 그들이 옳다고 하면 실행하라는 말이다.

다른 제자 염유가 공자에게 물었다. “들은 것은 바로 실행해야 하는지요?” “들으면 바로 실행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주저하지 말고 즉시 실행하라는 말이다. 옆에서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공서화가 공자에게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왜 같은 질문을 두고 자로와 염유에게 다른 답을 주시는가요? 저는 몹시 당혹스럽습니다.” “자로는 평소 다른 사람을 앞질러 나가는 성격이라 물러서게 하였고, 염유는 물러나는 성격이라 바로 앞으로 나아가게 한 것”이라고 공자가 답했다. 자로에게는 신중하게 행동하도록 가르치고, 염유에게는 과감한 실천력을 기르도록 도와준 것이다. 논어 ‘선진편’에 나오는 내용이다. 정말 놀랍다.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학생 개개인의 개성과 취향, 적성을 세심하게 고려하여 진정한 맞춤식 교육을 하고 있는가. 교육 당국, 교육학자, 교사, 학부모 모두가 시간을 두고 진지하게 고민하며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미래를 위해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이 없다면 그 어떤 입시개편안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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