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석의 電影雜感 (전영잡감) 2.0] ‘신과 함께’ 1·2편으로 쌍천만 감독 된 김용화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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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17   |  발행일 2018-08-17 제43면   |  수정 2018-09-21
야구하는 고릴라 실패 딛고 판타지 저승세계 개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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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고’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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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화 감독에게 영화 ‘미스터 고’의 흥행 참패는 사실 뼈아픈 일이었다. 순제작비만 225억원을 들인(거기에 마케팅비 80억원이 더 들어간) 영화가 관객을 겨우 132만명 동원하고 쓸쓸히 퇴장하다니…. 하지만 이 영화가 없었다면 한국영화계 최초로 1·2편 ‘쌍천만 영화’의 기록을 세우며 한국 프랜차이즈 영화의 새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 ‘신과 함께’는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데뷔작 한국형 가족영화 ‘오 브라더스’
관객 314만명 불러 모으며 성공적 입성

2006년 ‘미녀는 괴로워’ 흥행감독 반열
스키점프 선수 실화 ‘국가대표’합격점
100% CG ‘미스터 고’로 첫 실패 경험
덱스터 스튜디오 발판, 할리우드도 인정
신선한 상상력 ‘신과 함께’ 기술력 높여
감동·서사 한국형 판타지물 새로운 역사



김용화 감독은 1971년 강원도 춘천시에서 태어나 중앙대 영화학과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했다. 2000년 졸업작품으로 만든 16㎜ 단편영화 ‘자반고등어’가 2000년 제1회 대한민국 영상대전 우수상, 제42회 로체스터국제영화제 대상, 제33회 휴스턴 국제영화제 동상을 수상하면서 첫 번째 장편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냈다.

‘오! 브라더스’(2003)는 성공적인 ‘한국형 가족영화’였다. 데뷔작으로선 다소 안전한 선택지였을 코미디 영화로 장르적으로 새로움보다는 기존의 익숙한 것들을 섞어 한데 모아 넣는 방식을 택했다. 그래도 과장스러운 몸짓이나 억지스러운 상황 전개로 웃음을 짜내는 오류를 범하진 않았기에 314만명의 관객을 극장에 불러 모으며 성공적으로 한국영화계에 입성한다.

차기작 ‘미녀는 괴로워’(2006)는 일본 만화가 스즈키 유미코의 원작 ‘칸나씨 대성공이에요!’를 모티브로 ‘싱글즈’의 노혜영 작가와 함께 김 감독이 쓴 작품이었다. 1999년 국내에 번역되어 30여만 권이 판매된 베스트셀러 원작에 데뷔작에서 이어진 코미디에 특화된 연출력, 트렌드와 캐릭터를 이해하는 작가의 각본이라는 조합에 관객들은 열광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미녀는 괴로워’ 역시 어려운 상황에 빠진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들을 통해 더욱 희망적인 삶을 꿈꾸는 데 힘이 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김 감독의 연출 의도에 호응하는 661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주연을 맡은 배우 김아중이 미국 밴드 블론디(Blondie)의 원곡을 번안해 부른 삽입곡 ‘Maria’와 함께 단숨에 흥행 감독으로 떠오른다.

‘국가대표’(2009)는 동계스포츠 가운데 비인기 종목인 대한민국 스키점프 선수들의 실화를 모티브로 온갖 역경을 딛고 묵묵히 자신들의 꿈을 향해 날아가는 대한민국 스키점프 국가대표 선수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특히 선수들이 하늘을 나는 순간의 유려한 비주얼을 담아내기 위해 촬영 전부터 시뮬레이션 3D 콘티를 만들어 세심하게 컷들을 조율하였으며 국내 최초로 레드 원(Red One) 카메라와 캠캣(CamCat)을 도입해 촬영했다. 몇몇 전형적이고 신파적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갈등과 긴장의 순간을 예상치 못한 웃음으로 경쾌하게 조율하는 솜씨는 예사롭지 않았다. 천만에 조금 모자라는 848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2016년 ‘슈퍼스타 감사용’과 ‘마이 뉴 파트너’를 연출한 김종현 감독이 메가폰을 이어받아 배우 수애와 함께 종목을 스키점프에서 아이스하키로 바꾼 ‘국가대표 2’ 속편을 만들기도 했다.

‘미스터 고’(2013)는 1985년 만화가 허영만이 한국에 프로야구단이 더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보물섬’이라는 만화 잡지에 연재한 ‘제7구단’에서 모티브를 따온 한국영화 최초로 100%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개봉하자마자 야구하는 고릴라 CG의 기술적 진보는 주목할 만하지만 드라마가 촘촘히 구성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지며 김 감독은 데뷔 이후 처음으로 흥행 실패를 경험한다. 사실 2000년 이후 한국영화계에서 야구 영화도 대부분 흥행에 실패했고 동물 영화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동물이 야구를 하는 영화 아닌가.

흥행 실패는 뼈아팠지만 그래도 김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VFX 전문업체인 ‘덱스터 스튜디오’(www.dexterstudios.com)를 설립해 CG가 할리우드와 비교해도 손색없다는 평가를 받으며 이후 중국 블록버스터의 시각특수효과를 맡아 기술력을 높여가며 현재는 400명의 직원을 두고 있을 정도로 규모가 상당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덱스터 스튜디오가 있었기에 ‘신과 함께’도 나올 수 있었다.

‘신과 함께’는 만화가 주호민이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연재한 웹툰이 원작이다. 2010년 등장하자마자 네티즌 사이에서 엄청난 화제를 일으키며 감동과 재미를 선사했던 원작은 한국 고유의 전통 설화에 신선한 상상력을 덧입히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가세한 영화로 기획되었다. 4년여의 대장정으로 프랜차이즈물과 판타지 장르가 전무한 한국영화산업에서 총제작비 360억원을 들여 1, 2부를 제작해 순차적으로 개봉하는 건 만만치 않은데 그 도전에 성공한다.

‘신과 함께: 죄와 벌’(2017)은 판타지물로서의 볼거리를 놓치지 않으면서 용서와 효라는 근원적인 정서를 극 전반에 켜켜이 쌓는 데 성공한다. 신파라는 비판이 없진 않았지만 동양적 세계관을 첨단 테크놀로지로 구현하며 척박한 한국형 판타지물 시장을 힘차게 열어젖힌다. 개인적으로 성실하게 필모그래피를 채우며 관객들과 유대감을 쌓아온 배우 차태현의 힘이 적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신과 함께: 인과 연’(2018)은 전작에서 기능적 캐릭터로 쓰인 감이 없지 않은 저승 삼차사의 전사가 밝혀지면서 풍성한 드라마가 펼쳐진다. 얽히고설킨 인연의 퍼즐이 하나씩 맞춰지는 과정에서 오는 이야기와 풍성해진 드라마 덕에 마음껏 개성을 발산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신파에 다소 기댄 전작보다 감정적인 과잉과 시각적인 과잉을 덜어내고 독자적인 재미와 서사적인 감동을 관객들에게 안긴다.

‘미스터 고’의 실패를 전화위복 삼아 ‘신과 함께’로 한국영화계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고 있는 김용화 감독의 성취는 스크린 독과점을 포함한 여러 비판적인 지적들 속에서도 영화 산업적인 측면에서 분명 유의미한 것이다. 저승에 등장한 공룡들을 보며 뜬금없이 ‘디 워’를 만들었던 심형래 감독의 반응이 궁금했다. 앞으로 김용화 감독과 덱스터 스튜디오가 만들어갈 놀라운 작업들을 응원한다.

(독립영화감독, 물레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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