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슨 벤자민의 뷰파인더] 남북한 종전선언이 갖는 무게와 의미

  • 윤철희
  • |
  • 입력 2018-08-17   |  발행일 2018-08-17 제22면   |  수정 2018-09-21
남북이 추진중인 평화조약
한국의 헌법과 충돌할 여지
미래지향적인 측면 갖추고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국민
재정의하는 작업 뒤따라야
20180817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평화조약 체결의 형태로 한국전쟁의 ‘종전 협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통 평화조약은 두 나라 사이의 적대감을 종식시킨다. 다만 ‘국가들’은 국제법에 따라 조약을 체결할 수 있는 주권력을 가지고 있지만, ‘내전’을 종결하는 목적으로 사용돼온 조약은 사실 정확히 따지면 ‘국제조약’은 아니다. 내전을 끝내는 평화조약은 해당 국가 내에서 새로운 질서를 수립할 수 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한국은 좀 특수하다. 국가 간 평화조약과 내전 종결에 모두 해당한다. 미국과의 평화협정은 전통적인 국제조약이 될 것이다. 그러나 북한과 남한 사이의 조약이 체결되면 내전의 종결이지만, ‘교전국’들의 합의에 따른 것이 된다.

‘국가의 죽음’이라는 책을 쓴 미국 미네소타대의 타니샤 파잘 교수는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부터는 평화조약 체결이 눈에 띄게 감소됐다. 이는 평화조약 체결 시 무력분쟁에 대한 국제법상 의무를 인정하고, 규정위반 시 교정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파잘 교수는 또 한편으로 1950년대 이후 ‘내전’은 점차적으로 평화조약 체결에 따라 종전되는 경우가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다른 많은 평화조약과 비교했을 때 휴전 이후 매우 오랜 시간이 흐른 한국의 경우 어느 쪽도 설득력있게 적용하기는 어렵다. 남북한과 미국 간 변덕스러운 외교정책이 잠재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평화조약의 성패는 무엇에 달려 있을까. 한국의 평화조약은 몇 가지 의미에서 전형적인 평화조약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보통 평화조약은 교전 중단을 위해 체결되고 평화를 회복하려고 모색한다. 만약 조약이 실패한다면 반드시 무력충돌이 아니더라도 어떤 정치적 갈등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1945~53년 사이에 일어난 한국전쟁에서 분명히 존재했던 여러 논란들을 2018년의 결의를 통해서 필수불가결하게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실제적 평화는 적대적 관계가 종결된 지 한참 후에 드러났던 어려움을 해결해야 성취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미래지향적인 ‘정치적 상상력’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평화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다만 단순히 미래의 적대감을 방지하는 부정적 의미의 안전장치가 돼야 할 것인지, 신뢰와 협력 기회를 쌓는 긍정적인 요소를 포함해야 할 것인지가 궁금하다.

내부적으로 한국의 ‘법질서’는 바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남한이 한반도 전체에 대해 합법적 정부의 주권행사를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조약을 맺는다면 이러한 규정은 폐기될 것이다. 이러한 사안은 형식적인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현재 대한민국 여권을 소지한 이들을 빼고는 북한인들을 진정한 외국인으로 간주하게 됨을 의미할 수 있다. 각 국가의 주권적 독립을 인정함으로써 평화조약은 직감적으로 느끼는 것과 반대로 통일을 한 걸음 더 먼 장래로 만들 수도 있다. 분명히 평화조약은 한국의 현행 헌법과 충돌하는 함정의 여지를 만들 수 있다.

한국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좋은 평화조약은 우선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헌법 개정을 통해 대한민국은 무엇이며, 대한민국의 국민은 누구인지를 재정의하는 것도 필요하다. 평화협정 체결이 얼마나 중요한 사안인지 기억해야 한다. 평화협정 체결은 대통령 한 명의 독립적인 판단과 국제적 협상의 흥미로운 주제로만 간주되기에는 한국 민주주의에 너무나 중요한 사안이다. 국민 모두 평화조약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경북대 정치외교학과교수, 전 영국 옥스퍼드대 정치철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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