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울릉도 오징어 수난

  • 정용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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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16   |  발행일 2018-08-16 제30면   |  수정 2018-08-16
[취재수첩] 울릉도 오징어 수난
정용태기자<경북부/울릉>

오징어가 많이 잡혀 ‘울릉도 하면 오징어’였지만 이젠 옛말이 돼 가고 있다. 중국 어선의 싹쓸이 조업·동해안 수온 변화로 해가 갈수록 울릉도에서 오징어 구경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수역에서 조업하는 중국 저인망 어선들은 조류를 타고 남쪽으로 이동하는 오징어를 무차별적으로 남획하고 있다. 중국 선박들은 50~150t급 대형어선이다. 우리 어선보다 훨씬 밝은 집어등을 사용해 오징어를 모은 뒤 쌍끌이 그물로 우리 해역으로 내려 오는 오징어를 싹쓸이 해버린다. 중국 오징어잡이 어선들이 올해도 북한 동해수역으로 대거 이동해 오징어 가뭄이 시작되고 있다. 중국 어선들은 북한 동해로 올라가 오징어잡이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어선은 무려 900척에 이른다. 오징어 성어기인 9월 이전까지 최소 700~800척이 추가로 중국에서 동해 북한 수역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지난해 중국 어선들은 2004년 북한에서 조업을 시작한 이후 최대 수치인 1천700척이 오징어잡이를 했다. 올해도 중국 어선의 북한 해역 싹쓸이 조업으로 동해안과 울릉도 어민의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 어선의 북한 해역 조업으로 경북 어업인이 입는 피해는 연간 600억~1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관계 당국은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행정기관들은 이와 관련해 자세한 피해현황과 피해액을 조사하지 않고 있다. 울릉도에선 현재 활어 20마리가 15만원, 선어 20마리가 5만원에 거래되고 있으나 이마저도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울릉도를 찾은 관광객들은 “울릉도에 오면 육지보다는 싼값으로 오징어를 실컷 먹을 줄 알았는데, 손바닥보다 조금 큰 한마리를 2만원이나 달라고 해서 결국 포기했다”고 말했다.

동해 대표적 회유성 어종인 오징어의 어획량은 2006년 9만t에서 10년 만인 2016년 5만t으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특히 오징어 어업이 섬 전체 어업의 90%를 차지하는 울릉군의 피해는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울릉도 근해에서 잡혀 위판된 오징어는 한 해 8천t에서 많게는 1만t이 넘었다. 하지만 2010년 2천897t으로 떨어진 뒤 2015년까지 2천t 수준을 유지했으나 지난해엔 800t 미만으로 급감했다.

동해 북한 해역 조업 중국 어선은 2004년 140척에서 시작해 2016년 1천238척, 2017년 1천700척으로 급증했다. 기상 악화로 울릉도 연안으로 피항한 중국 어선은 2012년 2척에서 2016년 819척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어구 훼손을 비롯해 폐어구·폐기름 야간 불법 투기 피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별다른 해결책이 없다는 게 현실이다. 관계 당국이 중국 어선 불법조업에 대해 계속 뒷짐만 진다면 울릉도 경제는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 것이다. 중국 어선의 싹쓸이 조업은 이미 울릉 어민들을 조업포기 직전으로 몰아가고 있다. 정부는 우리 어업인들이 마음 놓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중국 어선 불법조업을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 어장의 황폐화를 막기 위한 근본 대책을 하루빨리 세워야 한다.정용태기자<경북부/울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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