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예술로 문전성시

  •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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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16   |  발행일 2018-08-16 제30면   |  수정 2018-09-21
어디든 가는 유목민 예술인
대구로 불러모으게 한다면
좋은 예술결과로 덕볼 수도
창의력 발산하게 지원하고
경제활동 유도땐 도시 활기
20180816
남인숙 대구예술발전소 소장

문전성시(門前成市)는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 집 앞이 시장(市場)을 이룬다는 의미다. 아마 상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문전성시를 가장 원할 것이다. 요즘은 대부분의 도시가 이런 상태를 꿈꾸고 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자본이 흐르고 시장이 활성화되기 때문인데, 활기가 돌면 사람이 더욱더 모이게 된다. 문전성시라는 말은 더 큰 맥락에서 더욱 절실해졌다. 인구절벽에 처한 도시의 존폐가 걸린 위급한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너무 어려운 문제라 매우 조심스럽지만, 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문전성시의 바람잡이 역할은 생각해볼 수 있다.

우선 어디든 돌아다니는 우리 시대의 유목민, 예술가들을 이 도시로 불러 모으는 일이다. 최근 다른 분야와는 달리 대구에서 무엇인가 해보고 싶다는 예술가나 예술 관련자들이 늘고 있다. 무엇인가 ‘해볼 만하다’는 기대감이 큰 작용을 하는 것 같다. 이 기대감에는 경쟁할 만하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는데, 창작에 대한 자신감과 경쟁해볼 만하다는 투지가 불타도록 유도해야 한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도 새로운 바람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좋은 창작이나 기획에 참여하며 식물이 튼튼하게 자라듯이 여러 담론이 자라나면 좋겠다. 꿈일 것 같은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자발적일 때 생각 이상으로 창의적이고 자기 행위에 대해 ‘무한책임’을 진다. 한 번에 모든 것을 달성하겠다는 것이 헛꿈이고 탁상공론이지, 백분의 일이라도 무엇인가 성취했다면 속에 천불은 날지언정 그 시작이 이미 반 이상을 수행한 것이다.

예술 분야의 경우 자발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대구예술발전소를 거쳐 갔거나 현재 활동 중인 작가들은 대부분 무엇을 하며 ‘놀지’ 끊임없이 궁리한다. 물론 경제활동을 어떻게 할지의 문제도 포함해서. 이런 것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개방· 확장되면서 작가들 또한 세계를 무대로 경쟁하고 세계로 나가 평가받은 결과를 대구에 다시 펼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작가로서의 삶이 어렵다면 예술을 사랑하고 잘 아는 사람으로서, 이들과 관련된 여러 직종을 만들거나 예술을 지지하는 시민이 되면 될 일이다.

어쨌든 자신을 알아주고 좋은 창작환경을 제공해주면 어디든 가는, 이 예술가들이 자발적으로 대구에 온다면 이들을 잡아 두어야 한다. 좋은 창작환경이라고 해서 이것이 금전적 지원을 의미하지 않는다. 금전적 지원은 본래 목적을 도와주는 수단이지, 예술행위의 목적은 아니기 때문에 필요하지만 충분한 조건은 아닌 것이다. 이들이 대구에 머문다면, 대구에 머무는 동안 창작에 몰두하게 하고 운동을 즐기며 도시를 돌아다니게 하고 그리고 경제활동까지 하게 하면 좋겠다. 이는 도시에 ‘창문’을 몇 개나 다는 효과를 거둘 것이다. 아마도 보다 나아지려는 욕망과 경쟁의식이 깨어나고 자기 분야에 대한 책임감이 살아나며, 실제로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물론 싸움도 많아질 것이다.

다음으로 ‘바로 여기’에서 이들의 창의력을 풀어내도록 첨단 설비를 갖춘 튼튼한 도시를 고민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빛의 속도로 전송하는 정보통신망을 갖추고 사용할 수 있게 한다든가, 예술콘텐츠 등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한다든가 등등. 또 우리 시대 중요한 이슈들을 던지며 창의력을 발산할 수 있도록 생산의 무대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스포츠센터 입장을 지원해주고, 콘서트·미술관·박물관·도서관·심리치료기관 등의 입장을 수월하게 해주는 것이다. 석 달 머물면 적어도 2회 정도의 공연을 지원한다든가, 무엇인가 무료로 이용할 경우 그 대가로 어떻게 기여할지를 약속한다든가를 시도해도 좋겠다. 뭐든 해보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런 창의단지를 같이 만들어가자고 하면 전국의 예술가들이 대구에서 문전성시를 이루며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또 대구에서 만들어낸 ‘괜찮은’ 결과를 해외로 수출한다면 작가 덕분에 먹고사는 도시가 되지 않겠는가.남인숙 대구예술발전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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