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순서가 바뀌었다

  • 김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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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15   |  발행일 2018-08-15 제23면   |  수정 2018-08-15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가 마련한 ‘보험료 인상, 지급시기 연기’를 골자로 한 국민연금 개선안 내용이 알려지면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보건복지부 장관에 이어 대통령까지 나서 “정부의 일방적 국민연금 개편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반발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기세다.

문제가 있으면 당연히 개선해야 하지만 순서가 바뀌었다. 공무원·군인·사학연금은 그대로 둔 채 국민연금만 손대려 하니 국민이 뿔이 나는 것은 당연하다. 국민연금은 여전히 ‘용돈 연금’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납세자연맹 추계에 따르면 사립교원은 퇴직 후 월평균 310만원, 군인은 298만원, 공무원은 269만원을 받는다. 반면 국민연금은 월평균 수령액이 38만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공무원연금 등 3대 직역 연금은 국가에서 지급을 보장하지만, 국민연금은 그렇지 않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 고갈 얘기가 나오면 혹시나 연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부인은 교장으로, 본인은 교육장으로 정년 퇴임한 지인이 있다. 두 사람의 연금 수령액은 월 700만원 정도다. 어느날 지인에게 “연금을 그 정도 받으면 다 쓰지도 못하겠다. 좋으시겠다”고 농담조로 말했다.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부부 동반으로 한 달에 한 번 정도 해외 여행 다니고, 손주들 용돈 주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했다. 필자가 나중에 받을 국민연금 수령액을 생각하니 한편 부러웠고 씁쓸했다.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연금 지급액은 풍족한 노후가 아닌, 적정 수준의 노후를 보장할 정도여야 한다. 그래야 노년층의 심각한 빈부 격차를 줄이고, 국가 재정 운영에도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연기금의 건전성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한가구 연금 상한제’와 ‘연금 피크제’ 도입이 필요하다. ‘한가구 연금 상한제’는 부부 교사·공무원·군인 또는 부부가 두가지의 연금을 받는 경우 연금 수령액이 많은 한쪽의 연금을 선택하고, 나머지 한쪽은 자신이 낸 만큼의 돈을 일시불로 받는 형식이다. 현재 운동 선수의 경우 월 최고 100만원의 연금(경기력향상연구연금)을 받고, 초과분에 대해서는 평가점수에 따라 일시불로 받는다. ‘연금 피크제’는 임금 피크제처럼 일정 연령 이상부터 연금 지급액을 동결 또는 점차 줄여가는 방식이다.

이 같은 제도 도입 검토를 포함한 3대 직역연금 개혁부터 제대로 한 후 국민연금 개선안을 마련하는 것이 순서다. 김기억 동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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