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대구대의 잠재력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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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15   |  발행일 2018-08-15 제22면   |  수정 2018-08-15
오랜 ‘임시이사체제’ 불구
대구대 구성원의 노력으로
지난 30년 비약적으로 발전
모범적인 사학운영 시스템
살리는 법인정상화에 기대
[동대구로에서] 대구대의 잠재력
박종문 교육팀 부장

대구대 학교법인 영광학원이 1994년 임시이사가 파견된 뒤 24년만에 정상화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이르면 내년 1월 말을 목표로 영광학원 정이사 선임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과정에 2011년부터 3년간의 ‘짧은 정상화’ 시절도 있다.

대구대 학교운영의 파행은 멀리 198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설립자의 장남인 이태영 총장이 신병치료차 미국으로 가면서 학교운영에 공백이 생겨 여러가지 부작용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에 당시 교수회에서는 이 총장의 3기 연임 임기 만료 전인 1993년 12월쯤에 직선 총장을 선출하기로 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에 앞서 그해 4월에 전격적으로 학교법인에 의해 새 총장이 임명되면서 학내분규가 발생했다. 교수회와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새 총장 거부와 함께 총장 직선제 시행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구성원들은 이후 재단측 총장임용에 대응해 직선 총장을 선출했다. 결국 ‘한 대학 두 총장체제’가 되면서 학내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진행됐다. 급기야 교육부에서 감사에 나서 부정입학 비리 등을 적발하고 1994년 2월 임시이사를 파견하기에 이른다.

이 시점에서 굳이 대구대의 아픈 과거사를 다시 이야기하는 것은 그 어두운 역사가 학교발전의 전기가 됐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외형상 대구대의 학내 분규는 1980~90년대 대학가를 휩쓸었던 사립대의 민주화 과정과 흡사하다. 재단측의 학교 파행 운영→학내 소요→교육부 감사→학교운영 비리적발→임시이사 파견 등의 수준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느 사학비리 대학와 다른 점은 대구대가 이 기나긴 임시이사 체제 동안 비약적인 학교발전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많은 사립대들은 학내 분규로 학교법인과 학교구성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거나, 법인의 독주로 대학자율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거나, 법인 자체가 바뀌거나, 학교발전 정체 등의 상당한 후유증을 낳은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모두 알다시피 대구대는 독립투사이신 고(故) 이영식 목사가 장애로 고통받는 사람들도 질 높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철학으로 1946년 대구맹아학원을 설립한 것이 모태다. 1956년 한국사회사업학교로 발전하고, 이 한국사회사업학교가 1961년 한국사회사업대학으로 승격되고 이영식 목사가 초대 학장으로 취임하면서 특수교육과 사회복지 분야의 전문가와 지도자를 양성하는 고등교육기관으로 탄생했다.

그리고 지난 30년간 대학구성원들은 학교법인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학교를 발전시켜온 것이다. 남의 탓 할 여유도 없이 내 학교니까 스스로 지키고 가꾸어야 한다는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지금은 다른 사립대 구성원들이 부러워하는 학교로 만들었다. 대학사회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사립대 직원이 대구대 직원을 부러워한다는 의미가 선뜻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그 의미는 대구대가 대학자율성과 학교 경영의 투명성, 의사결정 구조의 합리성, 다양한 형태의 의견 수렴 절차 등을 갖고 있어 전국 여느 사립대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학교운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구성원들이 위기에 처한 학교를 살리고, 경쟁에 뒤처지지 않으려 노력한 결실이다.

그렇다고 대구대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학경영의 핵심주체라 할 법인이 제 기능을 못하면서 생긴 부작용 또한 엄연히 존재한다. 장기계획 부재, 개혁 추진 동력 부족, 한계에 다다른 재정적자, 구조조정 문제 등등…. 임시이사 체제가 무한정 지속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고 정이사 체제가 들어서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과거회귀다. 대구대의 자랑이라 할 학내민주화, 합리적 의사결정 구조가 일그러져서는 안된다. 그리고 지금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학교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사그라지는 환경이 조성돼서도 안된다. 교육당국이 영광학원 정상화 과정에 이 점을 깊이 헤아렸으면 한다.
박종문 교육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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