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진흥재단의 한약재 이야기 - 시호] 간세포 손상 치유하고 간독성 완화·담즙 울체 개선

  •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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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14 07:59  |  수정 2018-09-21 11:29  |  발행일 2018-08-14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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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월 산야의 풀밭에서 올망졸망 노란색 꽃을 피우는 시호는 여름철 매력적인 식물이다. 줄기 끝이 3~15개로 갈라져 작은 꽃이 뭉쳐 피며 우산 꼴의 꽃차례를 이룬다. 식물의 높이는 40~70㎝ 정도며 종자로 번식한다. 국내 자생종으로는 시호·참시호·등대시호·개시호·좀시호·섬시호 6종이 있으며, 재배식물로는 둥근잎시호·삼도시호·삼개시호 등이 있다.

옛날 호씨 성을 가진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 집에는 머슴이 한 명 있었는데, 어느 날 열이 오르내리며 식은땀이 흐르는 병에 걸려 일을 못하게 되었다. 호씨는 가족에게 병을 옮기지 않을까 걱정돼 머슴에게 돈 몇 푼을 쥐어주며 몸이 나으면 돌아오라며 쫓아냈다. 머슴은 병을 고치기 위해 의원을 찾아다니다 어느 연못가에서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어난 머슴은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주위에 피어있는 풀의 뿌리를 캐 먹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병이 나았다. 몇 년 후 주인집 아들도 같은 병에 걸렸고, 머슴이 약초를 구해와 뿌리를 먹이니 완쾌되었다. 그 후 사람들은 열이 나고 식은땀이 흐르면 이 약초의 뿌리로 치료했다. 약초의 이름은 땔나무를 뜻하는 시(柴)와 집주인의 성씨인 호(胡)를 붙여 시호라 불렀다.

시호는 뿌리를 한약재로 사용하며, 성질은 약간 차고 맛은 쓰다. 한의학적으로 몸에 찬 기운이 들어왔을 때 몸의 안팎을 조화시켜 풀어주고, 간에 기가 뭉쳐있을 때 그 뭉침을 풀어주며, 내상으로 기운을 위로 끌어올리기 힘들 때 양기를 인도하여 위로 올라가게 해준다.

이런 작용을 통해 감기에 걸려 춥고 열나는 것이 왔다 갔다 하고, 가슴과 옆구리가 그득하게 아픈 것, 월경이 규칙적이지 못한 것, 자궁이나 항문이 내려앉는 것을 치료한다. 동의보감에서는 담(膽)병은 이 약이 아니면 치료할 수 없다고 되어있을 정도로 간, 담에 생기는 이상증상에 자주 쓰인다.

최근 실험을 통해 시호가 간세포를 보호할 뿐 아니라 손상을 치유하고 간독성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으며, 답즙 울체를 개선한다고 밝혀진 바 있다. 시호는 식품용이 아닌 한약재이므로 의료기관의 처방을 통해서만 사용할 수 있다. 장기간 복용하면 간독성의 우려가 있어, 체질과 증상에 맞게 전문가의 엄격한 관리 처방이 필요하다.

이기현 한약제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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