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靑, 대통령 지지율에 一喜一悲 해야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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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13   |  발행일 2018-08-13 제30면   |  수정 2018-08-13
취임초 높은 지지율 의지해
개혁정책 밀어붙인 文 정부
민생고로 국민성원 떨어져
민심맞춰 방향 재점검하면
지지율은 자연스레 오른다
[송국건정치칼럼] 靑, 대통령 지지율에 一喜一悲 해야

우리나라에서 유권자 대상 정치여론조사가 시작된 건 1992년 대통령선거 무렵부터다. 이듬해 취임한 김영삼 대통령에 대해선 국정운영 지지율 조사도 실시됐다. 이후 여론조사기관이 많아졌고, 지금은 매주 기관별로 결과가 발표된다. 역대 대통령은 각자의 성향에 따라서 지지율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거나, 대수롭잖게 여겼다. 하지만 청와대 참모들은 결코 가볍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매주 꼬박꼬박 나오는 성적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항상 청와대의 공식 반응은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는다. 흔들림없이 갈 길을 간다”였다.

현 정부 청와대의 김의겸 대변인도 지난 6일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관련한 입장을 기자들이 묻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런데 실제론 사흘 후 열린 청와대 현안점검회의에서 여론조사 결과가 보고됐다. 지지율 하락 원인을 놓고 참모들 사이에 논의도 있었다고 한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민생현안과 관련한 정부의 대처가 민심에 부합할 정도로 신속했는지 시스템을 점검해봐야 한다”고 했다. 취임 후 고공행진을 하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최근 8주 연속 하락(한국갤럽 기준)하자 청와대도 긴장하고 있다.

한국갤럽의 8월 둘째 주(7~9일)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이후 최저치인 58%를 기록했다. 6~8일 실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똑같은 수치(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가 나왔다. 두 기관의 조사에서 60%선이 무너진 건 처음이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정적인 응답은 31%였다. 이유는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40%)이 압도적이고, 그 다음이 ‘최저임금 인상’(10%)이었다. 리얼미터 측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드루킹 특검 출석 관련 보도가 확산되고, 정부의 한시적 누진제 완화 전기요금 인하 정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역대 대통령 중 YS의 임기 첫해 지지율이 가장 높았다. 조사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80%대를 꾸준히 기록했다. 역사 바로세우기, 하나회 숙군(肅軍), 금융실명제 실시같은 ‘YS판 적폐청산’에 국민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집권 2년차에 접어든 1994년에 여름가뭄과 폭염, 경기침체가 겹친데다 김일성 주석의 급서로 첫 남북정상회담이 불발되면서 지지도가 추락하기 시작했다. 이후 퇴임 때까지 차남 현철씨 비리, 외환위기 같은 악재들이 터지면서 집권 첫 해 같은 지지율 호사는 더 이상 누리지 못했다. 문 대통령과 YS의 지지도 추이를 단순 비교할 순 없다. 문 대통령이 받은 집권 2년차 58%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 중 최고치에 해당한다. 더구나 8월말이나 9월초에 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지지도 반등의 기회가 된다. 또 2020년 4월 총선까진 전국 규모 선거가 없으니 지지율 하락이 국정운영의 발목을 외형상 직접 잡을 일도 없다.

다만, 유념할 대목은 있다. 촛불 민심으로 탄생한 문재인정부는 그동안 국민 지지를 바탕으로 국정운영을 해 왔다. 적폐청산, 탈원전, 최저임금제 인상 같은 갈등 요소가 많은 정책을 밀어붙일 때 항상 강조한 말이 “국민의 뜻대로 국민과 함께 간다”였다.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지지도가 공중에 떠 있을 때는 충분한 명분과 동력이 됐다. 그러나 양쪽이 동반 추락하는 상황에선 변화된 국민 뜻을 읽어 국정 방향을 재점검해야 한다. 청와대 참모들이 어떤 이벤트를 사용해서 국정운영 지지율을 끌어올릴지만 고민한다면 모래밭에 성을 쌓는 결과를 낳는다. 대신 민심 흐름을 받아들이고 거기에 정책을 맞춘다면 초반의 지지율 호사도 다시 누릴 수 있다. 지지율에 일희일비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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