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 토크] ‘신과함께-인과 연’ 김용화 감독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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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10   |  발행일 2018-08-10 제43면   |  수정 2018-08-10
할리우드와 견줄만한 공룡 랩터 ‘VFX 기술력’…“아시아의 디즈니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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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덱스터의 최대 라이벌은 바로 덱스터 자신이다.” ‘신과함께-인과 연’(이하 인과 연)으로 1년 만에 관객을 찾은 김용화 감독의 말에서 당당함과 자신감이 느껴진다. ‘가장 한국적인 게 세계적인 것일 수 있다’는 모토로 덱스터 스튜디오를 설립한 그는 궁극적으로는 ‘아시아의 디즈니’로 만들겠다는 당찬 포부를 갖고 있다. 기획과 배급은 물론 덱스터의 기술력을 활용한 테마파크까지 아우르는 종합스튜디오를 만드는 게 목표다. 하지만 그런 김용화 감독의 영화적 야심과 배짱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그건 최근 몇 년 간 그가 보여준 의미있는 행보 때문이다. 아시아 최고의 VFX(Visual Effect·시각특수효과) 기술력을 보유한 덱스터는 김용화 감독의 야심을 현실화시켰다. 그 첫 결과물인 ‘미스터 고’(2013)는 비록 흥행에선 실패했지만 한국영화 기술의 한 단계 높은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제대로 된 판타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그의 의지와 열정 또한 더욱 강해졌다.

‘미스터 고’의 실패를 교훈 삼아 절치부심 끝에 내놓은 게 ‘신과 함께-죄와 벌’(2017)이다. 이를 통해 다시 한 번 SF 판타지 영화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영화계에 유의미한 발자취를 남겼다. 평단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데도 성공했다. ‘죄와 벌’은 1천441만명의 관객을 동원, 2014년 ‘명량’이 세운 1천761만명에 이어 국내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다. 김용화 감독조차도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다. 하지만 시작에 불과하다. 2편인 ‘인과 연’은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124만명)를 시작으로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방대한 양의 특수효과가 투입됐음에도 관객을 몰입하게 만든 VFX의 진일보한 완성도 덕분이다.

할리우드 관계자도 “아시아에 고난도의 크리처를 이렇게 빠르고 완벽하게 만들어내는 업체가 있는 줄 몰랐다”고 놀라움을 표시했을 정도다. ‘아시아의 디즈니’를 만들겠다는 그의 목표에 한 발 더 가까워진 셈이다. ‘인과 연’은 ‘저승차사는 괴로워’라는 콘셉트로, 인간사에 개입하면 안 되는 저승차사들이 인간을 사랑해서 어쩔 수 없이 그들과 게임에 동참하는 험난한 여정을 보여준다. “1편은 2편의 세계를 펼치기 위한 전초전에 불과했다”는 김용화 감독은 이를 위해 전편을 능가하는 압도적 스케일과 비주얼을 준비했다.


‘미스터 고’ 실패 교훈…할리우드까지 놀랄 정도의 완성도
전편능가 압도적 스케일·비주얼…2편 ‘인과 연’대박행진
용서·화해·속죄·구원, 과거·현재·지옥 오가며 비밀 벗겨
배우들 감정농도·깊이·하모니 표현 너무 잘해 큰 신세 져
성주신役 마동석, 인생연기 보여주며 캐릭터 훌륭히 소화
기획·배급·덱스터 기술활용, 테마파크 종합스튜디오 포부
3∼4편 끌고갈 수 있을 만큼 스토리…가능성은 열려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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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 연’이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한 이후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 1편에서 투자비용 400억원도 거의 회수한 상태라 이번엔 비교적 행복한 마음으로 2편의 결과를 지켜볼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관객들에게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처음 ‘신과함께’ 연출 제안을 받고 ‘미스터 고’의 전철을 밟는 건 아닌지 솔직히 두려웠다. 하지만 멈추면 내가 한 실패는 실패로 귀결되는 것이고 멈추지 않으면 그건 과정이 된다. 그런데 사람 욕심이란 게 있다. 1편도 700만명만 넘으면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상으로 잘되니 욕심이 생겼다. 재밌는 영화라고 다 잘되는 건 아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 흥행에 대한 결과는 정말 주위의 모든 기운들이 어떻게 맺어지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실력과 능력보다 굉장히 많은 부분을 운이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미스터 고’ 이후 어떤 결과가 나오든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

▶전편보다 이야기와 비주얼이 확장됐다. ‘인과 연’을 압축해서 설명한다면.

“‘신과함께’는 1부와 2부를 따로 찍거나 1부의 결과를 보고 쓴 시나리오가 아니라 동시에 진행된 프로젝트다. ‘인과 연’은 이승과 저승 이야기가 평행 구조로 진행된다. 수홍을 구해내기 위한 강림(하정우)의 저승 이야기와 이승에 내려가서 성주신(마동석)과 동거를 해야 하는 해원맥(주지훈)과 덕춘(김향기)의 이야기가 평행해 흘러간다. 어쨌든 삼차사는 왜 그 사람들에게 휘말릴 수밖에 없었는지 그들의 행보와 과정을 따라가게 된다. 원작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던 김수홍의 재판 과정 역시 추가됐다. 원작의 이승편은 집을 지키는 가택신들이 죽음을 앞둔 집주인 할아버지와 집의 철거를 막아내는 내용을 그렸다. 신화편은 그 안에서도 여러 에피소드로 나눠 저승이 생겨난 이유, 가택신들의 과거, 삼차사의 과거 등이 총괄적으로 다뤄졌다.”

▶‘신과함께’는 촬영의 90% 이상을 VFX가 책임진다. 대상물 없이 연기하는 배우나 이를 디렉션하는 감독의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텐데.

“그래서 고민이 많았다. 먼저 화법에 대한 문제를 말하자면 나는 남녀노소가 모두 즐길 수 있는 상업영화를 찍는 감독이다. 그러다보니 혹 영화가 어렵게 느껴지진 않을까, 그렇다면 모든 관객들을 다 만족시키기 위해선 몇 % 정도까지 예상 가능한 요소들을 포지셔닝할지 늘 고민하게 된다. 국내 관객들의 높은 수준을 생각하면 분명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이야기가 예측 가능하다고 꼭 실패한 영화일까를 생각해보면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서스펜스 차원에서도 관객은 알고 있지만 주인공은 모르고 있다면 그것도 충분히 재미적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모성애를 강조한 1편이 신파적 느낌이 강했다면 2편은 인물들의 과거사, 업, 전생을 다룬다. 이는 원작과도 차별되는데 이렇게 풀어간 이유가 있다면.

“서사와 감정이 1편은 굉장히 직선적이다. ‘폭풍 눈물 구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어머니의 사랑과 아들의 회한을 드러내는 결말이 관객들의 눈물샘을 제대로 터뜨렸다. 신파는 강력한 핵무기 같아서 굳이 영화를 세련되게 만들지 않아도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호소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1편에선 그게 제대로 먹혔다. 눈물보다 다른 재미를 추구하고자 했던 2편은 신파적 요소를 덜어낸 대신 용서와 화해, 속죄와 구원이라는 묵직한 주제 아래 천년 전 과거와 현재, 지옥을 오가며 인연의 비밀을 벗겨간다. 더 진중하고 강렬한 드라마가 펼쳐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정우의 표현처럼 ‘1편이 눈으로 울었다면, 2편은 가슴으로 울 수 있는 영화’다.”

▶VFX에 대한 덱스터의 자신감이 느껴진 2편이다. 캐릭터에 적용된 특수효과는 물론이고 호랑이와 늑대 무리 심지어 ‘쥬라기 공원’을 연상시키는 공룡 랩터도 등장한다.

“‘신과함께’를 고사했던 이유 중 하나가 당시에는 특수효과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서다. 하지만 덱스터가 그사이 많은 발전과 성장을 이뤘다. 결과적으로 ‘신과함께’에 사용된 특수효과가 2천 컷이 넘는데 모두 A클라스 정도로 난도가 상당한 작업이다. 이제 덱스터의 크리처(동물이나 괴물들) 기술력은 할리우드와 견줄 만큼 성장했다. 그만큼 자신감이 쌓였으니 우리가 잘할 수 있는 호랑이는 그렇게 넣어보자는 생각이었고, 공룡은 일종의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오마주였다. 우리가 안 해서 못한 것이지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어떤 영화보다 배우들에게 많은 것을 기댈 수밖에 없는 영화다. 1부와 달라진 캐릭터들, 이를 연기한 배우들에 대해 말한다면.

“정말 배우들에게 큰 신세를 지고 많이 의지했다. ‘인과 연’은 이야기와 이야기가 점프가 되거나 다른 얘기로 진화되는데 그런 부분들이 나조차도 사실 계산이 안돼서 곤혹스러웠다. 그럼에도 배우들은 감정의 농도와 깊이, 하모니를 잘 표현했다. 우선 강림과 수홍은 서로를 의심하면서도 가까워지는 케미를 선보이는데, 하정우와 김동욱은 전작 ‘국가대표’에서도 그런 부분에서 발군의 연기를 보여준 만큼 두 사람의 앙상블이 좋다. 해원맥과 덕춘은 본인들이 알지 못했던 과거를 마주하며 감정적 동요를 일으키게 되는데 주지훈과 김향기가 인물들의 감정 표현을 잘해줬다. 두 사람은 시나리오에 대한 해석력이 굉장히 좋았고, 각각의 캐릭터가 겪을 심리 상황에 대한 연구도 많이 했다. 성주신은 차사들의 과거를 알려주는 전달자 역할을 한다. 동시에 코미디 요소와 차사들 간의 갈등 요소까지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다. 마동석이 인생 연기를 보여주며 성주신 역을 훌륭하게 해냈다. 이정재는 감독에 가까울 정도의 통찰력으로 캐릭터의 감정을 잘 포착해냈다. 모두가 대단한 배우들이다.”

▶특히 성주신으로 마동석을 캐스팅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최근 출연작이 많긴 하지만 이미지가 소진되지 않는 강점을 지닌 배우다.

“영화를 본 팬들 중 다수가 성주신의 활약이 좀 더 많았으면 했다. 하지만 성주신이 원작 웹툰보다 영화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한다. 그를 염두에 두고 쓴 건 아닌데 막상 쓰고 나니 (마)동석이의 실제 모습이 많이 반영된 것 같다. 실제로 동석이는 성주신처럼 되게 착하고 이타적이며 비애가 많은 친구다. 전작 ‘국가대표’(2009) 때 형사 역할로 동석이를 처음 만났는데 학교에서 배운 교과서 같은 연기를 하지 않아서 인상적이었다. 요즘 노출 빈도가 많아지고 있는데 열심히 활동하는 건 좋다고 생각한다. 호감도가 높으니 너도나도 그를 찾는 게 아닐까. 팬들은 자기가 원하는 모습을 배우가 보여줄 때 그를 기억하고 좋아한다. 이를 제대로 실천하는 배우가 동석이다.”

▶‘신과함께’는 맨땅에 헤딩하기식으로 작업했던 ‘미스터 고’의 경험에서 일궈낸 값진 결과물이다. 산파 역할을 한 덱스터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다.

“이제 스튜디오는 남의 영화나 콘텐츠를 재생산해주는 하도급을 의미하지 않는다. 2015년 덱스터가 상장을 하면서 안정성 있게 매출을 끌어올 수 있는 건 CG 같은 기술력 부문이었다. 내가 아시아의 디즈니나 파라마운트를 만들겠다고 한 이유는 이 회사들이 모든 공정 과정을 자체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구조가 완벽히 돼 있어서다.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각각의 회사들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건 물론이고 기획과 투자·배급까지 자체 해결하며 자기들의 영화를 만든다. 덱스터가 목표로 하고 있는 궁극적인 롤모델인 셈이다. 다행히 우리도 머지 않은 기간 내에 1차 목표는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속편을 암시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3~4편을 기대해도 되는 건가.

“스코어를 떠나서 대중이 프랜차이즈물로 계속 보기를 원한다면 당연히 만들고 싶다. 프리퀄이나 스핀 오프 형식이 아니더라도 일단 3~4부를 끌고 나갈 수 있을 만큼의 스토리는 마련돼 있다.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 다른 감독에게 맡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다만 대중이 원하고 보고 싶어하는 영화를 잘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과 연’의 종영 시점이 되면 구체적인 걸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내 자신을 돌아봐야 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러 방안을 놓고 다각도로 검토할 생각이다.”

글=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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