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신공항, 彌縫(미봉)의 뒤끝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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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30   |  발행일 2018-07-30 제27면   |  수정 2018-07-30
[월요칼럼] 신공항, 彌縫(미봉)의 뒤끝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는 닮은 데가 많다. 그 닮은꼴을 ‘이명박근혜’정부라는 표현으로 비아냥대기도 한다.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도 꼭 빼닮았다. 영남지역 유권자들의 표심(票心)을 얻기 위해 대선 공약으로 채택한 것부터 백지화 수순을 밟은 궤적이 한 치도 다르지 않다. 다만 이명박정부는 글자 그대로 백지화였고, 박근혜정부는 김해공항 확장으로 미봉(彌縫)했다. 왜 신공항 건설 공약을 어기느냐는 비판이 나오자 하루 만에 김해공항 확장을 김해신공항으로 둔갑시키는 신공을 발휘하기도 했다. 김해신공항을 건설하는 것이니 공약 파기가 아니라는 궤변과 함께.

당시 필자는 ‘김해공항 확장안은 막장 카드다’(영남일보 2016년 7월4일자)란 칼럼을 통해 정치적 복선(伏線)에 의한 야합의 결과라고 질타했다. 정치적 입김이 작용했다는 건 영남권 신공항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기관이었던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도 인정한 사안이다. 김해공항 확장의 불가성도 조목조목 지적했다. 김해공항의 안전성, V자 활주로, 관문공항 역할 불가, 소음피해 확대, 도시화 진행에 따른 확장성의 한계, 24시간 운항 불가, 군사공항 겸용 등 수두룩한 난제를 헤집었다.

그로부터 2년. 다시 신공항이 화두다. 불을 지핀 쪽은 오거돈 부산시장이다. 6·13 지방선거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걸었다. 한데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이유가 가관이다. 김해공항을 확장할 경우 소음지역이 확대되고 김해공항으론 동남권 관문공항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김해공항 확장의 문제점들이 신공항 재추진 당위성으로 둔갑할 줄이야.

대구·경북의 반발이 커지자 오거돈 시장은 “동남권 관문공항이 있어야 하지만 굳이 가덕도라고 주장하고 싶진 않다”며 한 발 물러섰다. 그러면서도 “김해공항은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행간의 의미와 오 시장의 속내를 유추해보면 ‘신공항을 재추진하되 서두르진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김해공항의 안전성, 소음지역 확대, 관문공항 역할 문제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두 광역단체장은 가덕도를 애써 피해갔지만 ‘김해공항 부적합’ 대목에선 의중이 관통한다. 김해공항의 안전성 등을 검증한다는 건 정부의 김해공항 확장 사업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철 지난 유행가 타령’으로 치부했지만 가덕도 신공항 불씨는 쉽게 사그라질 것 같진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때 부산에서 ‘24시간 운항 가능한 공항’을 언급한 것도 마음에 걸린다. ‘동남권 신공항’의 함의도 묘하다. 동남권은 영남권 전체를 아우르기도 하지만, 협의(狹義)론 부산·울산·경남지역을 의미한다. 부·울·경 단체장들은 한결같이 동남권 신공항이라고 되뇐다.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의지가 확고해졌을 때 저들은 “우린 동남권(부·울·경) 관문공항을 건설할 테니 너흰(대구·경북) 통합공항을 건설하면 될 것 아니냐”는 논리로 나올지 모른다.

그러잖아도 대구는 민항 존치와 통합공항 이전 시나리오를 두고 여론이 갈린 상태다. 부산의 신공항 재추진을 전제하면 대구시가 풀어야 할 통합공항 방정식은 훨씬 복잡해진다. 관건은 청와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함구할 가능성이 크다. 당분간 어정쩡한 상태로 신공항을 둘러싼 혼란과 지역갈등은 계속될 것이다. 밀양이든 가덕도든 2년 전 결단을 내렸어야 했다. 권영진 시장은 2016년의 신공항 백지화를 두고 “박정희 대통령 같았으면 밀어붙였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어설픈 봉합은 이렇듯 심각한 후유증을 낳는 법이다. 영남권 신공항, 어떻게 귀결될지 그 끝이 궁금하다.

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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