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제2, 제3의 ‘노회찬’ 막으려면…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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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30   |  발행일 2018-07-30 제26면   |  수정 2018-07-30
되풀이되는 지도층 극단선택
또다른 책임회피라는 지적과
死後에 여러 억측 남기기도
당사자들의 책임이 크지만
제도적 모순 있는지 살펴야
20180730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6·13 지방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당권을 내려놓은 후 미국에 머물고 있다. 그가 다시 ‘거친 말’ 때문에 논란의 중심에 섰다. 뜻밖에도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을 걸고 넘어졌다. 고인은 드루킹 일당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허익범 특검의 수사선상에 올랐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에서 ‘대가’나 ‘청탁’ 같은 반대급부가 없는 돈 4천만원을 받았다고 시인했다. 홍 전 대표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잘못을 했으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지 그것을 회피하기 위해서 자살을 택한다는 것은 또다른 책임회피에 불과하다”고 했다. 또 “자살은 생명에 대한 또 다른 범죄다. 사회지도자급 인사들의 자살은 그래서 더욱 잘못된 선택이다. 그러한 자살을 미화하는 잘못된 풍토도 이젠 고쳐져야 한다”고 썼다.

‘사회지도자급 인사들의 자살 미화’란 표현을 쓴 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도 염두에 뒀기 때문임이 분명하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한 뒤 고향인 봉하마을로 귀향했으나 재임 중의 친인척 비리로 검찰조사를 받다가 사저 뒷산에서 투신, 서거했다. 홍 대표는 그동안 노 전 대통령의 극단적 선택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면서 부정적인 인식을 여과없이 드러내 왔다. 그 연장선상에서 노회찬 전 의원의 비극도 바라보는 셈이다. 홍 전 대표의 페이스북 글은 지금 정치권에선 물론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찬반 논란이 일고 있는데 호응보다는 비판이 더 많다.

필자도 ‘책임회피’로 몰아붙인 홍준표식 어법엔 동의하지 않는다. 다만 뭘 말하고 싶은지는 알 것 같다. 누군가는 그걸 공론화할 필요성도 느낀다. 두 갈래의 논쟁이 가능하다. 먼저 홍 전 대표도 언급했지만 과거에 검찰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회지도자급 인사’가 적지 않다. 얼핏 떠오르는 인물만도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남상국 전 대우건설 회장, 박태영 전 전남도지사, 안상영 전 부산시장이 있다. 그들의 극단적인 선택 이후엔 안타까움이 가장 컸지만 누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식의 여러 억측들도 뒤따랐다. 또 그들의 성공신화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큰 충격과 상실감을 안겼다. 무엇보다 자살은 그 자체로 생명의 존엄성을 스스로 해치는 극단의 죄이기에 그 누구도, 어떤 경우라도 선택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다른 하나는 정치인과 일부 경제인에게 국한되지만 매우 현실적인 문제인 정치자금이다. 특검 수사가 그대로 진행됐다면 노회찬 전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처벌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특검은 노 전 의원이 원외에 있으면서 20대 총선 출마를 위해 돈이 필요한 시기인 2016년 3월 고교동기이자 드루킹 측근인 변호사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5천만원을 받았다고 봤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법인·단체의 정치자금법 기부 행위는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오직 개인 한도로만 연간 2천만원 이내에서 후원회를 거쳐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있다. ‘차떼기 대선자금’ 논란 뒤인 2004년 제정된 이른바 ‘오세훈법’의 핵심이다.

오세훈법은 ‘3김 시대’에 관행처럼 굳었던 보험료 성격의 불법·과다 후원금을 막았다. 밀실에서 오가던 검은 돈도 거의 사라졌다. 그러나 이후 별도의 돈 조달 능력이 없는 정치판의 아웃사이드들은 돈 가뭄에 시달렸다. 노회찬 전 의원은 유서에서 “자발적 모금이어서 마땅히 정상적 후원 절차를 밟아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마지막 자탄을 했다. 현행법 체제에서 정상적 후원절차를 밟으면 들어오는 돈이 뻔해 청렴한 정치인들은 항상 빠듯한 살림을 살아야 한다. 과거로 돌아가면 안 되지만 현실을 한 번 살펴보는 일은 필요할 것 같다.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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