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운달산(雲達山·해발 1천97m·문경시)

  •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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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27   |  발행일 2018-07-27 제37면   |  수정 2018-07-27
볕 들지 않은 빼곡한 숲아래 싱그러움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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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가 쌓여 터널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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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주변에 자라는 사초 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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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가 전해지는 김룡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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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머리멧새 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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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구목으로 향하다 만난 전망바위에서 본 풍경이 아름답다.

문경은 많은 산 중에 대표적인 주흘산과 조령산 일대의 산들을 제외하고는 크게 알려진 산이 많지 않다. 그 중에 울창한 숲과 시원한 계곡이 있는 산을 꼽으라면 몇 없다. 운달산은 하루 종일 숲속을 걸을 수 있고, 하산 시에 만나는 운달계곡은 맑고 시원한 계곡물이 흘러내려 여름철 산행지로는 더없이 좋은 곳이다. 김룡사를 중심으로 한 바퀴 돌아내려오면 약 9.5㎞로 5시간 정도 소요된다.

산입구서 10분쯤 접어들면 ‘김룡사’
화장암 380m 이정표, 본격적 등산로
간간이 불어주는 바람, 더위 씻어줘
주능선 가까운 구간, 터널 같은 바위
오르는 길섶, 발목에 감기는 사초들

정상올라 문경방향·성주봉 능선 조망
풀숲 알 품던 어미 멧새 놀라 날아가
다시 품을 수 있도록 서둘러 자리 비켜
이끼두른 작은 폭포 보기만해도 시원


장마가 물러나자 찜통더위라 불릴 만큼 찌는 듯 한 무더위가 시작되었다. 도심에는 살수차가 동원되어 물을 뿌리거나 교차로마다 그늘쉼터가 설치되고, 지나는 사람들은 손에 부채나 손 선풍기를 돌려가며 열기를 식히느라 안간힘이다. 이맘때 산행 대상지도 햇볕이 들지 않는 울창한 숲을 이룬 산이거나 맑은 계곡물이 흘러내리는 산을 찾게 마련이다.

이번에 찾은 산은 하루 종일 숲속을 걸을 수 있고, 하산을 하면서 시원한 계곡을 만날 수 있어 여름 산행지로는 제격인 산. 바로 문경의 운달산이다.

운달산 입구 주차장에서 포장길을 따라 산 입구로 들어서면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도열해있다. 10분쯤 접어들면 일주문을 지나고 오른쪽에 김룡사 절이 있다. 볼거리가 많은 김룡사는 하산 길에 들르기로 하고 곧장 이어진 길을 따른다. 차량 두 대가 교행이 가능한 넓은 길을 따라 오르면 정면으로 여여교라는 다리를 만난다. 여여교를 건너면 대성암, 양진암으로 오르는 길이라, 여기서 오른쪽 화장암(940m) 이정표를 방향으로 비포장 길을 따른다. 완만한 길을 오르면 계곡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를 만난다. 완만하던 길은 4륜 차량으로 올라야 할 만큼 가팔라지는데 그 지점쯤에서 상수원으로 쓰는 저수탱크를 지난다. 저수탱크를 얼마 지나지 않아 삼거리 갈림길을 만난다. 정면은 계곡을 끼고 오르는 길인데 하산하게 될 길이고, 왼쪽 화장암 380m 이정표를 따라 오른다. 가파른 비포장 길을 오르면 오른쪽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화장암을 지난다. 여기부터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된다. 계곡을 건너 오른쪽 산비탈을 오른다. 볕이 들지 않을 만큼 빼곡한 숲 아래에 여름 꽃인 산수국과 하늘말나리가 활짝 웃고 있다.

가파르지는 않지만 잠시도 수그러들지 않고 지루하리 만큼 오르막이 이어진다. 간간이 불어주는 바람 덕에 크게 덥다는 느낌은 없다. 작은 능선으로 올라서서 넓은 공터를 만나 쉬어간다. 잠시만 쉬어도 땀이 마를 정도로 시원하고, 숲에서 뿜어내는 싱그러움을 덤으로 얻는다. 30분을 더 오르자 완만하던 길에서 바위를 만나고, 바위를 오르는 구간에 밧줄이 매져있다. 잠시 지나자 다시 비슷한 높이의 바위를 넘는다. 주능선이 가까워지는 구간에 바위 통로 위에 바위가 올려져 있는 터널 같은 바위를 만난다. 오른쪽으로 돌아나가도록 우회길이 나있고, 30분가량 계속 바윗길이 이어진다. 주능선에 올라서니 사방이 잡풀로 우거진 폐 헬기장을 만난다. 오르던 길에서 왼쪽은 석봉산, 조항령으로 이어지는 능선이고, 오른쪽은 정상으로 가는 길인데 풀을 헤쳐 나가야 할 만큼 잡초가 무성하지만 헬기장만 벗어나면 훤한 등산로가 이어진다. 헬기장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길섶에 사초들이 발목에 감길 정도로 빼곡하다. 15분 정도 오르니 정상이다. 넓은 공터 가운데 자그마한 정상석이 놓였고, 왼쪽으로 바위에 올라서면 문경읍 방향과 성주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조망되는 곳이다. 정상에서 잠시 쉬어 가는데 참나무 뒤 풀숲에서 새가 한 마리 난다. 주변을 살펴보니 둥지에서 알을 품고 있던 노랑머리멧새가 인기척에 놀라 날아간 모양이다. 주변을 맴도는 어미가 다시 알을 품을 수 있도록 서둘러 자리를 비켜준다.

정상에서 장구목 방향 하산 길은 가파르고, 경사진 곳은 밧줄을 매두었지만 흙길이라 미끄럽다. 15분 정도 지나자 오른쪽이 트이는 바위를 만난다. 공덕산과 천주산, 오른쪽 아래에 김룡사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바위다. 아쉽게도 구름이 끼어 멀리까지는 조망이 어렵다.

전망바위를 지나 작은 봉우리를 하나 넘으면 안부에 작은 네거리 갈림길이다. 산허리가 잘록한 장구의 목을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인데 정면은 장구령, 왼쪽은 용연리로 내려가는 길이다. 하산은 오른쪽 길로 잡아야 한다. 능선에서 계곡 방향으로 내려서자 원시림에 들어선 듯 하늘을 가려 능선의 기온보다 2~3℃는 뚝 떨어진 것 같이 시원하다. 30분가량 내려서면 계곡물소리가 들려온다. 계곡을 만나면서 오른쪽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데 서늘한 기운이 느껴질 정도로 시원하다. 첫 계곡을 가로지르는 길에 손수건에 물을 적시려고 손을 담그니 얼음물인 듯 손이 시리다.

손을 담그고 1분을 버티기도 힘들 정도로 차갑다. 이후에도 계곡을 두세 번 가로지르는데 건너는 길이 희미한 곳도 있어 잘 살펴야 한다. 작은 지류들이 합쳐지면서 수량은 점점 늘어나 폭포를 이루기도 하고 작은 소를 만들기도 한다. 오른쪽 건너편 작은 계곡이 합쳐지는 곳에 이끼를 두른 작은 폭포가 흘러내리는데 바라만보고 있어도 등목을 한 듯 시원하다. 20분 정도 더 내려서면 경운기가 지날 만큼 길이 넓어지고 잠시 더 내려서면 오전에 올랐던 화장암 갈림길을 만난다. 오전에 오르면서 무심코 지나쳤던 계곡도 살피고, 김룡사가 가까워지자 늘어나는 전나무 숲도 눈에 들어온다. 울창한 숲을 벗어나면 다시 뜨거운 태양과 마주해야 하는 현실. 잠시 잠깐이라도 더 머물고 싶은데 발걸음은 여여교를 지나 김룡사로 향하고 있다. 오전에 둘러보지 못한 김룡사 경내를 한 바퀴 돌아 나와 일주문을 나서자 후끈거리는 찜통이 기다리고 있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apeloil@hanmail.net

☜☞산행길잡이

김룡사 주차장-(10분)-김룡사-(25분)-화장암 갈림길-(1시간30분)-헬기장-(15분)-정상-(40분)-장구목-(40분)-화장암 갈림길-(25분)-김룡사-(10분)-김룡사 주차장

☞교통 경부고속도로 김천JC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따른다. 북상주IC에서 내려 3번 국도를 따라 문경 시내를 지난다. 34번, 59번 국도를 차례로 따르다 금천로 갈림길에서 김룡사 이정표를 따라 약 7㎞를 가면 김룡사 주차장이 나온다.

☞내비게이션 문경시 산북면 김용길 287(김룡사 주차장)

☞볼거리 김룡사= 신라 진평왕 10년(588) 운달조사가 창건해 운봉사라 했다. 조계종 교구본사로 한때는 140여개의 말사를 거느렸고, 산내에는 14개 암자가 있었으나 지금은 4곳의 암자가 있다고 한다. 300명을 동시에 수용하는 온돌방이 있는 경흥 강원건물과 설잠대사가 조성한 대웅전의 불상과 성균대사가 만든 후불탱화가 보물로 지정되었다. 김씨 성을 가진 사람이 운봉사 아래에 숨어 살면서 신녀를 만나 불전에 참회하면서 낳은 아들을 용이라 했는데, 이후 가문이 부유해지면서 운봉사를 김룡사로 개칭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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