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을 맞아

  •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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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25   |  발행일 2018-07-25 제31면   |  수정 2018-10-01
20180725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올해 7월27일은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5주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 4월27일 판문점에서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에서는 금년 안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해 남·북·미 3자회담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하였다. 한반도에서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정전협정이 그동안 한반도 안보에 있어 어떤 역할을 해 왔으며, 북한은 왜 정전협정 무력화를 시도해왔는지 그 의도를 정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정전협정은 평화적 해결이 달성될 때까지 한국에서 적대행위와 일체의 무장행동의 완전한 정지를 보장할 목적으로 총 5개조와 63개항을 규정하고 있다. 제1조에는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 설치 관련내용이, 제2조에는 정화 및 정전의 구체적 조치로써 일체의 적대행위 중지와 함께 정전협정의 관리기구인 군사정전위원회와 중립국감독위원회 구성 관련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제3조에는 전쟁포로의 인도·인수 관련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제4조에서는 쌍방 관계정부들에 정치회의를 소집하고 평화적 해결문제들을 협의할 것으로 건의하고 있다. 제5조는 발효 및 수정·증보 관련 부칙이다.

정전협정은 지난 65년 동안 한반도에서 전쟁의 재발을 방지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왔다. 정전협정 체결 이후 북한의 수많은 군사도발이 있었지만 이것이 전면전으로 확대되지 못한 것은 역시 정전협정이 있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6·25전쟁을 계기로 결성된 유엔군과 정전협정을 계기로 성립된 한미동맹이 전쟁억제의 근간이다. 즉 유엔군사령부는 현재의 정전협정체제를 관할하는 책임을 갖고 있으며,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 한미연합방위체제는 도발억제의 강력한 힘을 제공하고 있다.

북한은 1990년대 초부터 정전협정체제를 조직적으로 무력화해 왔다. 1991년 유엔군측 군사정전위원회 수석대표를 한국군 장성으로 교체하는 것을 문제삼아 군사정전위원회를 보이콧하기 시작했고, 1994년에는 군정위를 폐쇄하고 정전협정에 근거도 없는 판문점대표부를 설치했다. 동구권 민주화를 빌미로 공산측 중립국감독위원회 국가인 체코와 폴란드를 강제철수시키기도 하였다. 이로써 정전협정 관리기구의 반쪽이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었다. 2013년 3월에는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하면서 지금부터 전쟁에 돌입한다고 발표하여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로까지 확대된 바도 있다.

북한은 무슨 의도로 정전협정을 무력화시키려는 것인가? 대남적화전략목표를 줄곧 유지하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 가장 급선무는 주한미군의 철수와 한미연합훈련의 영구 중단 등 한미동맹의 해체다. 1970년대 초 월맹이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주월 미군철수 직후 무력으로 월남을 공산화하는 모습을 본 김일성은 이후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하면서 그 명분 축적 차원에서 정전협정을 무력화시켜 온 것이다.

7월 초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간 평양에서 열린 북미고위급회담 직후 북한은 외무성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신고니 검증이니 요구하면서 이미 합의한 종전선언에는 호응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정작 자기들이 취해야 할 비핵화 합의 이행은 진전을 보이지 않으면서 미국을 향해 일방적이니 강도적이니 불평을 늘어놓은 셈이다. 이처럼 북한이 종전선언에 집착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일 뿐이며, 현재의 정전협정을 대체할 수 없다. 현재의 정전협정은 협정 62항에 따라 정치적 수준에서 평화적인 해결, 즉 평화협정으로 대체될 때까지 유효한 것이다. 정전협정은 그 어느 일방에 의해 무력화되거나 효력이 중지되는 것이 아니다.

북한은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하기에 앞서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부터 철회하고 성실히 준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 정전협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북한이 평화협정을 체결한다고 이를 지킨다는 보장이 없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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