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예고된 위기

  • 이재윤
  • |
  • 입력 2018-07-24   |  발행일 2018-07-24 제30면   |  수정 2018-07-24
위기로 향하는 줄은 모르고
갑자기 왜 ‘부엉이’ 타령인가
親文은 분열의 정치 버리고
밤을 지키는 부엉이 대신
黎明의 새벽닭 정신 갖춰야
[화요진단] 예고된 위기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경이적이다. 몇 주째 내렸다 해도 여전히 높다. 지지율 고공행진이 얼마나 갈지 주목된다. 그런데 더 관심 가는 게 있다. 대통령 임기 말 지지율이다. 4년이나 남았는데 벌써 왜?라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작금의 한반도 정세와 문재인정부의 개혁정책, 현 정치구도, 차기정권의 향방이 궁금하지 않은가. 이 모든 것의 운명은 그 지지율에 맞춤형으로 전개될 것이다.

가상을 해보자. 임기 말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진다면? 인색한가. 역대 대통령(YS 8%, DJ 24%, 노무현 12%, MB 23%, 박근혜 9.2%)에 견주면 꽤 후한 점수다. 지지율 추이로 보건대 그때 여당 지지율 추정치는 20~30%대. ‘30(대통령 지지율)-20(여당 지지율)’조합이 현실화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문재인정부의 국정기조 대부분은 대혼돈에 빠지거나 폐기 일보직전일 것이다. 진보정권 20년? 어림없다. 자신만만하던 정권 재창출에도 경고등 켜진다. 인심 한번 크게 써보자. 50% 선을 넘으면? 매우 성공적이다. 여당 지지율 추정치는 30%대. ‘50-30’조합은 어떤 변화를 만들까. 성공적이라 할 만한 ‘50-30’조합, 그러나 안정적일까. 국정기조를 떠받칠 안정적 힘이 될까. 북핵 문제는 지금도 버겁다. 반발이 거센 적폐청산, 심각한 사회 갈등을 야기하는 경제 과제를 헤쳐갈 동력으로 충분할까. 회의적이다. 문정부의 국정기조는 변화와 개혁을 지향한다. 당연히 반발계수가 높다. 반대세력은 손바닥으로 누른 용수철 같다. 악력(握力)에 조그만 허점만 보이면 언제든 튀어오를 기세다. 보수정당은 모래알 같지만 밑바닥 보수 정서는 심각하다. 섬뜩한 증오, 적개심까지 엿보인다. 50-30조합도 ‘회의적’이라 한 것은 이런 사정을 감안한 정성적 예측이다. 문정부 국정기조는 ‘예고된 위기’를 향하고 있는 셈이다.

임기 말 지지율을 상상해 보는 다른 이유가 있다. 소위 친문(親文) 진영에 위기의식을 환기시키기 위해서다. 예고된 위기를 알지 못하고 지금의 지지율에 취해 있는 듯하다. 갑자기 ‘부엉이’는 왜 나오는가. 부엉이처럼 밤에도 뜬눈으로 대통령을 지킨다? 착각이다. 대통령을 지키는 것은 부엉이가 아니라 국민이다. 부엉이가 대통령을 지키려 하면 할수록 대통령은 국민들로부터 유리된다.

문재인정부의 위기는 세 곳에서 똬리를 틀고 있다. 첫째 북핵, 둘째 경제 한파, 그리고 분열의 정치다. 북핵 문제는 변수가 많고 기대치가 너무 높아 항상 위험성을 내포한다. 경제 한파엔 장사 없다. 전망도 밝지 않다. 지지층조차 언제까지 참고 기다려줄지 의문이다. 말의 성찬보다 손에 쥔 현찰이 요긴할 때가 다가온다. 현실을 넘어서지 못한 이상주의. 정부 여당의 힘만으로 극복이 쉽지 않아 위기지수가 더 높다.

그러나 마음만 먹으면 뛰어넘을 수 있는 게 분열의 정치다. 풀어야 할 첫 단추가 있다. 친문은 누리려고 해선 안 된다. 부엉이모임처럼 친문이 벽을 만들면 다른 것은 흩어진다. 벽을 치면 함께 뛸 사람도 적어진다. 분열과 뺄셈의 정치다. 선의의 친목 모임이라지만 이너서클은 과잉 충성과 독점, 배타적 사익, 적개심을 잉태한다. 권력을 건 링 위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지키려다 다 잃은 진박(眞朴)의 운명, 지지층 분열에서 시작된 참여정부의 실패. 벽을 치고 움켜쥔 권력은 국민이 회수해 간다.

한국당만 혁신이 필요한 게 아니다. 대통령은 “등골 써늘한 두려움을 느낀다”는데 당에는 위기의식이 없다. 죽 쑤는 한국당이 민주당 지지율을 지탱하던 호시절은 지났다. 예상을 훌쩍 넘는 선제적 혁신이 필요하다. 정당과 국회에 버려야 할 적폐의 지게미가 얼마나 많은가. 국민 지지가 느슨해지려 할 때가 적기다. 경제 살리기라면 악마와도 손잡아야 한다지 않나. 야당이 발목 잡아서 아무것도 못했다는 말 하지 않으려면 협치도 중요하다. 그래서 당의 새 리더십을 친문 안에서 찾으려면 오판이다. 보다 넓은 진영을 아우를 새 리더십이 필요하다. 밤 지키는 부엉이가 아니라 여명(黎明)을 알리는 새벽닭 정신이 요구된다. 그래야 예고된 위기에 맞설 수 있다. 위기 이후의 역사도 쓸 기회 온다.

이재윤 경북본사 총괄국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