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과 책상 사이] 방학은 숨 돌리는 시간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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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23 07:52  |  수정 2018-10-01 14:34  |  발행일 2018-07-23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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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다. 기말시험이 끝나고 대부분 가정에서는 짧은 휴가 계획과 함께 방학 학습 전략을 세웠다. 고3이 있는 많은 가정에서는 아예 휴가라는 용어가 없다. 치열한 입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아이의 집중력을 분산시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소 여유가 있는 저학년 학생들도 방학이라고 해서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부족한 과목은 보충 학습을, 주요 과목은 더 잘할 수 있도록 심화 학습을 해야 한다. 아이들이란 목표를 분명하게 제시한 후 몰아붙여야 되며, 잠시도 틈을 주면 안 된다고 어른들은 생각한다. 부모는 아이가 학교 안팎에서 겪는 어려움이나 고충에는 별로 귀 기울이지 않는다. 많은 학생이 방학 때 오히려 더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한다.

“자녀와 대화할 때 수준 높은 어휘를 구사하며, 책을 읽어주고, 가능하다면 꾸중을 줄이고 환경을 탐색하는 행동을 격려하며, 과도한 스트레스를 피해야 한다. 스트레스는 아이의 학습 능력과 문제 해결력을 저하시키며 극단적인 경우 기억력도 손상시킬 수 있다.” 시카고대학의 심리학과 석좌 교수인 리처드 니스벳의 저서 ‘인텔리전스’에 나오는 말이다. 그는 “사물과 사건을 범주화하고 비교하는 방법을 가르쳐라. 아이가 세상의 흥미진진한 측면을 분석하고 평가하도록 장려하라. 아이에게 지적 자극이 되는 활동을 하도록 하라. 쳇바퀴 돌리는 듯한 활동을 강요하지 마라. 아이의 지적 흥미를 높일 수 있는 또래들과 어울리도록 하라”고 말한다. 니스벳의 충고를 읽어나가다 보면 많은 사람이 그 충고와는 정반대로 나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 아이들은 장차 어떤 세상을 살아가게 될까? 2016년 다보스포럼은 미래 사회에 필요한 핵심 능력 중 하나로 ‘협업’을 꼽았다. 앞으로는 상상력, 협동심, 사회성, 인문적 교양, 배려, 감성, 직관력, 통찰력, 공감, 연민 등의 자질을 가진 사람들이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직업에 종사할 것이고, 보다 가치 있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우리가 새삼 주목해야 할 점은 앞서 언급한 자질들 대부분이 아날로그 시대의 전인교육이 강조하던 덕목이라는 사실이다. 앞으로는 개인이 어떤 경우와 환경에 처하든지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인 교육으로 문화적, 문학적, 예술적 기본 소양을 갖춘 사람들이 보다 풍요롭고 가치 있는 삶을 향유할 것이다.

우리에겐 휴식이 필요하다. 헨리 포드는 “일만 알고 휴식을 모르는 사람은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와 같은 것으로 위험하기 짝이 없다. 또한 놀기만 할 뿐 일할 줄 모르는 사람은 모터가 없는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아무 소용도 없다”고 말했다. 한 학기 동안 온 가족이 정말 수고했다. 방학은 평소보다는 다소 여유가 있다. 서로의 노력을 인정해주고 격려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가 이따금 말에서 내려 자기가 달려온 쪽을 한참 바라보다가 다시 달린다고 한다. 혹시 너무 빨리 달려 자신의 영혼이 따라오지 못했을까 봐 영혼이 따라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이다. 우리 가족들의 영혼은 숨 가쁘지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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