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쏙쏙 인성쑥쑥] 배우면 군자가 된다(學則爲君子)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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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23 07:51  |  수정 2018-10-01 14:33  |  발행일 2018-07-23 제18면
20180723

며칠 전 텔레비전에서 황혼의 도전을 시작한 6070 세대들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루지 못한 꿈을 향해서 성인 대상 학력인증 평생학습기관에서 더위를 잊고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오빠와 남동생을 위해 진학을 포기하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 입장에서 어쩔 수 없이 학교를 중퇴하고, 나이 많은 부모를 돕기 위해 등의 사유로 배움을 포기해야만 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분들의 사연을 들으면서 가슴이 콩닥거리고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가난했던 지난 일들이 생각났습니다.

‘오늘은 8㎞가 넘는 본교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아침 일찍 학교를 나섰다. 마을 앞에서 손을 호호 불며 본교로 가는 아이들을 만났는데, 모두 제 키를 훨씬 넘는 장대를 하나씩 들고 간다. 왜 그런 걸 가지고 가나 물으니 이걸로 물을 건너야 한단다. 아이들 뒤를 따라가는데 돌다리 앞에서 나는 멈칫 멈춰 서고 아이들은 그 막대기를 의지해서 용하게도 내를 뛰어 건넜다. 나는 건널 수 없다. 물을 덮어쓴 징검돌들이 그대로 얼어붙어 미끄러워 디딜 수 없는 것이다. 아무리 조심해도 두세 발 못가서 미끄러져 물에 빠질 것이 뻔하다. 아하, 이래서 아이들이 장대를 가지고 20리를 다니는구나 싶었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내를 따라 오르내리다가 폭이 좁은 곳을 겨우 넓이뛰기를 해서 건널 수 있었다. 이러기를 몇 번이나 해서….’(‘이 아이들을 어찌할 것인가?’-이오덕)

이 책에는 산골에 사는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쓴 시도 있습니다. ‘아버지하고/ 동장 집에 가서/ 비료를 지고 오는데/ 하도 무거워서/ 눈물이 났다’는 내용입니다. 9세 어린이가 무거운 비료를 지게에 지고 10리가 넘는 험한 산길을 울면서 걸었던 경험담입니다.

송나라의 주자(주희)는 ‘집이 만약 가난하더라도 가난한 것으로 인해서 배우는 것을 버리지 마라. 집이 만약 부유하더라도 부유한 것을 믿고 학문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가난한 사람이 만약 부지런히 배운다면 몸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부유한 사람이 만약 부지런히 배운다면 이름이 더욱 빛날 것이다. 오직 배운 사람만이 훌륭해지는 것을 보았으며, 배운 사람으로서 성취하지 못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 배운다는 것은 몸의 보배다. 배운 사람은 세상의 보배다. 그러므로 배우면 군자가 되고(學則爲君子), 배우지 않으면 소인이 된다(不學則爲小人). 후에 배우는 사람은 마땅히 각각 힘써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남인천중·고등학교 성인반에 다니는 6070세대 학생들은 어릴 적 모두 양보심이 강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앞선 선각자들이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못다한 배움을 이제부터 달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모두 존경스럽습니다. 남들이 ‘만학도’라고 하건 말건 배우면 군자가 되는 것입니다. 후에 배우는 까닭에 ‘배운다’는 것과 ‘배운 사람’이라는 두 가지를 이루는 데는 마땅히 힘이 들 것입니다. 속담에 ‘간두과삼년(竿頭過三年)’이라 했습니다. ‘장대 끝에서 삼년을 지냈다’는 뜻입니다. 괴로움이나 슬픔을 오랫동안 참고 견뎠다는 비유입니다. 누가 뭐라든 ‘학즉위군자(學則爲君子)’, 배우면 군자입니다. 박동규<전 대구중리초등 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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