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당신은 어떤 나눔을 꿈꾸나요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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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9 07:45  |  수정 2018-10-01 14:41  |  발행일 2018-07-19 제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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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령<동행325학당 대표>

인문학 열풍이 뜨겁다. 그 열풍이 사람의 무늬에 제대로 다가가는가는 차치하고서라도 무한경쟁의 또 다른 재료가 되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특히 인문고전 읽기는 인격이 훌륭한 사람을 기르는 데 목적을 두어야 하는데, 입시공부의 연장이 되어 버리면 그 본연의 뜻을 잃어버린다.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고 세상에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실천이 반드시 필요하다.

‘리딩으로 리드하라’로 인문고전 읽기 붐을 일으킨 이지성씨는 ‘생각하는 인문학’을 통해 인문학의 본질은 독서나 공부가 아니라 ‘생각’에 있음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중요한 건 실천이다. 생각으로만 끝나지 않고 실천을 해야 필자는 물론이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 그는 팬클럽 ‘폴레폴레’를 통해 인문교육 봉사활동을 활성화시키고, 작은 실천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씨앗이 되기를 희망하며 세계 빈민촌에 100개의 학교를 짓자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스무 곳이 넘는 학교가 설립되고 있다고 한다.

부산 인디고 서원은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점이다. 허아람 대표는 ‘책은 삶을 바꾸는 실천적 도구가 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청소년 기자들이 인문교양지 ‘인디고잉’을 발간하고, 청소년이 주체가 되어 다양한 인문학 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보다 좋은 세상을 향한 변화 가능성을 모색하고, 쓸모 있는 인문주의의 실천과 공동의 전 지구적 참여를 위한 담론의 공간을 만들고자 2010년 영문 청소년 인문학잡지 ‘인디고’를 창간했다. 노엄 촘스키, 지그문트 바우만, 가라타니 고진과 같은 석학들도 연대하여 세계 각지로 배급하고 있다. 수익금과 후원금으로 네팔의 인디고 도서관을 지었다. 이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넘어, 이 나라의 희망이자 거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미래며 평화를 만들어가는 아지트가 될 것이다.

신영복 선생은 비를 맞고 있는 사람에게 우산을 씌워주기보다는 함께 비를 맞아 주는 것이 연대라고 했다. 나아가 그 연대를 하방연대라고 명명했다. 사람들은 성공하고 나면 베풀겠다고 생각하지만, 기부나 봉사는 성공한다고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금 당장 자신이 할 수 있는 능력과 시간을 나누면 된다. 생각보다 멀지도 어렵지도 않다. 마음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모여 인문학 공부를 하고, 그렇게 축적된 마음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과 나누면 된다. 아이들에겐 그림책을 읽어 주어도 좋고, 어른들은 논어를 함께 읽어도 좋다. 그 속에 사람이 있고 삶이 있다. 그게 바로 인문학이다. 이제 시작할 마음이 되었는가. 당신은 나눔을 실천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어떤 나눔을 꿈꾸고 있는가?
최혜령<동행325학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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