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분리됐는데 정부는 “세계 최고”

  • 이영란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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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9   |  발행일 2018-07-19 제1면   |  수정 2018-07-19
포항 해병대 헬기추락 ‘무책임 태도’ 거센 비난
사고원인 ‘기체결함’ 무게에도
공식 애도 표명없이 변명 일관
軍도 입 닫은 채 장례만 서둘러
유족 “원인 규명이 먼저” 반발
20180719
지난 17일 포항비행장 활주로에서 추락한 해병대 상륙기동 헬기 ‘마린온’의 사고 장면. 이륙 직후 프로펠러가 동체에서 떨어져 나가고 있다(붉은 원). 연합뉴스

지난 17일 6명의 사상자를 낸 포항 해병대 헬기 추락사고가 ‘기체 결함’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청와대·군 당국이 사고의 위중함을 제대로 인식하지 않은 채 상식 밖 태도로 일관해 유족·시민의 거센 비난을 사고 있다.

18일 해병대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사고 헬기는 이륙하자마자 10m 높이에서 곧바로 떨어졌다. ‘로터 블레이드’(회전익 항공기의 회전 날개)가 떨어져나가면서 곤두박질쳤다는 것. 민간 헬기 조종사인 A씨도 “헬기 날개가 떨어졌다면 명백한 기체 결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군 당국의 상황 인식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청와대는 이날 사고 헬기를 둘러싼 기체 결함 논란과 관련, “(마린온 헬기의 개조 전 기종인) 수리온 헬기의 성능과 기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밝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또 과거 감사원이 지적한 수리온 헬기의 결빙 등 안전성 문제에 대해선 “완벽하게 개량이 됐다”며 옹색한 해명에 급급했다. 더욱이 청와대는 숨진 해병대원들에 대한 공식적 애도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대신 ‘유족과 관계기관 간 영결식 절차 협의가 마무리되면 조문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출입기자에게 보냈다. 해병대사령부도 사고 원인과 관련해 “향후 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발표하겠다”며 사고 이틀째에도 함구로 일관했다.

정부와 군의 무책임한 태도에 유가족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해병대 1사단에 따르면 숨진 해병대원 유족과 군 당국이 이날 장례 절차 등 협의를 벌였지만 결국 합의에 실패했다. 유족 측은 “사고 원인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장례 절차 협의를 해선 안 된다”고 군 당국에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숨진 박모 상병의 유족인 박모씨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헬기가 뜨자마자 1분도 안돼 로터가 빠져서 프로펠러가 날아갔고 곧바로 추락했다”는 글과 함께 추락사고 현장 사진을 올렸다. 또 박씨는 같은 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포항 해병대 헬기 사고 유족을 두 번 죽이면 안 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을 올리기도 했다. 포항시민 A씨는 “젊디 젊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해병대원들이 5명이나 죽었는데도 정부가 애도표명부터 먼저 하지 않은 채 변명으로 일관하는 태도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이영란기자 yrlee@yeongnam.com
포항=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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