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저임금의 차등 적용, 지혜롭게 검토해야

  • 김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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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8   |  발행일 2018-07-18 제31면   |  수정 2018-10-01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임금 공약을 못지키게 됐다고 지난 1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했다. 이를 실천하려면 올해 7천원대(7천530원) 최저임금을 내년에는 9천원대까지 올려야 내후년인 2020년 1만원을 바라볼 수 있다. 급격한 인상률이 전제돼야 하는데, 복잡한 경제 여건상 그건 어렵다고 시인한 셈이다. 물론 문 대통령은 조기에 1만원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인상 속도가 문제라는 의미다.

최저임금 결정 후 그 여진이 만만치 않다. 이른바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저층 근로자 혹은 아르바이트생들 간의 전쟁이 됐다는 소리도 나온다. 이른바 을(乙)들의 갈등이다. 심지어 을은커녕 을과 병(丙)의 싸움이 됐다는 하소연도 있다. 사실 대기업군은 최저임금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대신 편의점을 비롯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지금의 7천530원도 주기 어려운데 8천원대(8천350원)는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떨군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끌어올려 국민 경제생활을 보다 더 평등하게 만들어보자는 취지는 절대적으로 지지받아야 할 정책이다.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이 뭔가 지혜롭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권위로 결정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획일적이고 기계적으로 접근한다.

그런 측면에서 추경호 의원(자유한국당·대구 달성)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곱씹어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업종별 적용 규정이 있지만, 이는 강제가 아닌 임의규정이다. 30년간 업종별 구분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화된 이유다. 추 의원은 이를 의무조항으로 바꿔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달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쉽게 말해 건설 노동자와 사무직 노동자의 노동강도는 엄연히 다르다. 또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도 첨단산업종에 비해 음식업, 도소매업, 농림어업에 상대적으로 더 집중돼 있다. 이들 업종에서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굉장히 충격적일 수 있고 산업 존립 자체에 영향을 미친다.

일본·호주 같은 나라도 이미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화하고 있다. 선한 정책도 아집과 획일주의에 갇혀 있다면 그 취지를 살릴 수 없다. 최저임금 적용 방식에 대한 보다 치밀하고 지혜로운 대안들이 보완책으로 나와야 한다. 그래야 심리로 움직이는 경제상황 전반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다. 문 대통령 스스로 말했듯이 최저임금 인상이 기계적인 목표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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