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로 생계 유지하는 50대 여성의 지갑 주운 후 돌려줘

  • 김점순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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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8   |  발행일 2018-07-18 제14면   |  수정 2019-01-16
대구 신서동 이종학씨 선행
20180718
53만여원의 현금과 온누리상품권이 들어있는 지갑을 주인에게 찾아준 이종학씨. <이종학씨 제공>

대구의 수은주가 35℃까지 오르면서 폭염경보가 발효된 지난 12일 오전 11시 이종학씨(74·대구 동구 신서동)는 병원 예약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다. 양산으로 햇볕을 가려 봐도 금방 옷이 땀으로 젖었다. 발걸음을 재촉하던 이씨는 오던 길을 서너 걸음 되돌아갔다. 땅에 떨어진 것은 분명 여성지갑이었다. 지구대나 경찰서를 가려면 차량으로 이동이 필요한 거리다. 일단 병원에 예약된 진료를 받고 버스를 타고 경찰서로 갔다.

지갑에는 현금과 온누리상품권 등 53만여 원이 들어 있었다. 경찰관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한 뒤 지갑을 경찰서 민원실에 맡겨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씨는 날씨가 더워 한 걸음도 옮기기 싫었지만 애타게 찾고 있을 주인을 생각하니 잘 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했다.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욕심부리지 않고 일흔 평생을 살아온 그다.

이날 오후 6시쯤 대구 동부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지갑을 분실한 사람이 사례금 10만원을 준다고 했다는 것. 극구 거절하는데도 얼굴이라도 보자고 해서 이씨는 경찰서로 갔다. 지갑 주인은 50대 후반의 여성이었다.

이 여성은 세상 고민은 혼자 다 가진 듯 수심 가득한 얼굴이었다. 소규모 가내사업장에서 점심과 청소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지갑 속의 돈은 지난 10일 받은 급여였다고 했다. 온누리상품권은 월급을 조금이라도 절약하기 위해 5% 할인해 구입한 것이었다. 그는 밀려 있는 공과금이랑 이것저것 해결할 돈도 모자라는데 그 귀중한 돈을 잃었으니 눈앞이 캄캄했다고 울먹였다.

이씨는 “형편이 어려운 사람의 지갑을 습득하고 주인을 찾아 줘서 마음이 한결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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