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장흥섭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 원장

  • 허석윤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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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7   |  발행일 2018-07-17 제29면   |  수정 2018-07-17
“옛 상인용품, 문화유산박물관 건립해 보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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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섭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 원장이 지난 13일 남구 대명동 상인회관 5층 재단 원장실 옆에 마련된 옛 상인용품전시관에서 저울을 보여주며 활짝 웃고 있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전통시장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고, 옛 상인의 애환과 체취를 전할 수 있는 상인용품박물관이 생겼으면 합니다.”

장흥섭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 원장(67·경북대 경영학부 명예교수)은 국내 최고의 전통시장 전문가로 꼽힌다. 장 원장은 마케팅 분야 학자로서는 드물게 국내외 현장을 누비며 전통시장 연구에 천착해왔으며, 그 결과 독보적인 업적을 쌓았다. 그는 지금까지 대구·경북을 비롯한 전국의 전통시장 230곳을 직접 방문 조사하면서 관련 연구논문 및 보고서 40편과 서적 13권을 펴냈다. 또한 상인 교육과 세미나 개최, 연구용역 수행 등 전통시장 활성화에 말 그대로 전력투구해왔다. 그 공로로 국무총리상(2011년)을 받는 등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이제 그는 고희(古稀)를 앞두고 있지만 전통시장에 대한 열정만큼은 여전히 ‘청년급’이다. 장 원장이 개인적으로 이루고픈 과업은 크게 두가지다. 상인용품박물관을 만드는 것과 10여년 전부터 출간해온 국내외 전통시장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국내외 전통시장 연구 전문가
전국 230곳 방문 조사 책 펴내

오래된 저울·됫박·주산·돈통
45년간 수집 상인용품 2천점
전시관 없어 재단내에서 전시

“77개국 시장 투어 완료한 후
‘세계 전통시장’증보판 낼 것”


◆국내·해외 옛 상인용품 2천점 모아

장 원장이 상인용품박물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본인이 국내 유일의 상인용품 수집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가 지난 45년간 국내와 해외 전통시장, 경매장 등에서 수집한 상인용품은 무려 2천점에 달한다. 여기에 들인 돈도 2억원이나 된다지만 문제는 수집물량이 많다 보니 보관조차 쉽지 않았다는 것. 장 원장은 어쩔 수 없이 자택과 경북대 지역시장연구소에 나눠 보관해오다 지난해 11월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이 현재의 남구 대명동 건물로 이전하면서 원장실 옆에 보관·전시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장 원장이 마련한 ‘옛 상인용품전시관’에는 오래된 각종 저울(180개)에서부터 됫박(200개), 포목점의 자(250개), 돈통, 이발용품, 보부상 용품, 주산, 곡물상의 창대와 갈고리에 이르기까지 국내 및 해외 상인의 손때가 묻은 다양한 용품들이 빽빽하게 전시돼 있다. 물론 이 중에서 장 원장이 특별히 아끼는 애장품들이 있다. 그가 1981년에 거금 16만원을 주고 구입한 국산 저울은 수집품 1호이기에 당연히 애착을 느낀다고 했다. 또한 조선시대 한약방과 쌀가게에서 사용하던 약장과 됫박 등도 150년된 골동품으로서 소장 가치가 높다고 소개했다. 장 원장은 세계 각국의 상인용품들도 꾸준히 모았는데, 이 중에서 로마에서 산 오래된 저울이 너무도 정교해 감탄스럽다고 했다. 장 원장은 “옛 상인용품들 역시 우리 선조들의 애환이 녹아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이를 공유하고 후대에 전승할 마땅한 전시공간이 없다는 게 안타깝다”면서 “정부나 지자체, 아니면 민간 차원에서라도 상인용품박물관 건립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 원장은 국내 전통시장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일찌감치 해외 전통시장에도 눈을 돌렸다. 1983년부터 지금까지 해외 60여개국 전통시장 170여곳을 탐방했으며 이를 집대성해 지난해 ‘세계 전통시장,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책을 펴냈다. 장 원장은 앞으로 77개국 시장투어를 완료해 ‘세계 전통시장~’ 최종 증보판을 출간할 계획이다.

◆“국내 유일 시장전문 기관 역할 다할 것”

장 원장은 상인(왜관시장)의 아들로 태어났다. 상인의 피가 흐르는 그에게 전통시장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고 삶의 동반자였다. 그래서 전통시장 발전을 위해 헌신해왔지만, 아직도 아쉬움이 많다. 국내 전통시장이 갈수록 침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대형마트 등 ‘유통 공룡’들이 대거 출현한 탓도 있지만, 정부 지원과 전통시장 자체의 문제점도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장 원장은 “정부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금까지 3조원의 예산을 투입했으나 효과는 미미하다. 오히려 전통시장의 30%가 사라졌다. 정부 지원이 지역·문화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시설물 구축에 집중된 데 따른 결과”라며 “여기에다 전통시장 스스로가 전통성과 정체성을 살리지 못하고, 서비스 경쟁력에서도 뒤처지면서 발전 동력을 상실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장정책을 기획·시행할 수 있는 민간 전문가를 많이 육성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특히 대구의 경우 시장 상인이 불친절하다는 인식을 벗을 수 있도록 서비스 관련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장 원장은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의 초대 수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우리 재단은 전국 유일의 시장전문 기관이다. 대구지역 시장 상인 및 상공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허석윤기자 hsy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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