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휘어잡는 아이돌, 출판계도 휘어잡는다

  • 유승진
  • |
  • 입력 2018-07-17   |  발행일 2018-07-17 제25면   |  수정 2018-07-17
방탄소년단 음악에 모티브된 작품
‘닥터 도티의…’판매량 510배 증가
아이린 읽은 ‘82년생…’6만부 팔려
포토에세이 베스트셀러 오르기도
20180717

“아이돌이 읽거나 쓰면 대박난다.”

아이돌이 서점가의 트렌드로 부상했다. 아이돌이 낸 책이 단번에 베스트셀러에 오르는가 하면 아이돌이 언급하거나 곡을 쓸 때 영감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진 책들이 어김없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오르고 있다. ‘아이돌셀러’라는 말까지 나온다. 아이돌셀러는 ‘데미안’에서부터 비교적 최근작인 ‘82년생 김지영’까지 다양하다.

2016년 7월에 출간된 제임스 도티 교수의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판미동)는 지난 연말 음악 시상식에서 펼쳐진 방탄소년단의 무대에서 책과 관련된 스포일러 티저가 노출된 뒤 판매량이 510배 증가했다. 지난 5월 한국 가수로서는 최초로 빌보드200 메인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정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轉)-Tear’가 이 책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하루에 400부씩 판매됐다. 이 책은 뇌와 심장 두 기관의 잠재력을 동시에 활용할 때 인간이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주제를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소설처럼 그려낸 책이다.

헤르만 헤세가 쓴 성장소설 ‘데미안’(민음사) 역시 방탄소년단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정규 2집 ‘WINGS’가 이 소설을 모티브로 한 것이 알려지면서 10대와 20대를 중심으로 책 읽기 열풍이 불었다.

지난해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82년생 김지영’(민음사) 역시 대표적인 아이돌셀러다. 레드벨벳 멤버 아이린은 올해 초 팬미팅에서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책은 역주행을 기록하며 6만부 이상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엑소의 멤버 세훈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람에게 미움 받고, 시간에게 용서받았던’이라는 산문집 한 구절을 올렸다. 해당 구절이 박준 시인의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난다)의 일부로 알려지면서 한 시간 만에 4천부가 판매됐다.

아이돌을 주제로 한 책도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있다. 아이돌 그룹 워너원의 포토에세이 ‘우리 기억 잃어버리지 않게’(아르테팝)는 공개와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선주문량만 1만부에 달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돌셀러와 관련, 출판계에는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지만 일각에선 무작정 따라 읽기라는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지역의 한 출판사 대표는 “베스트셀러 차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출판계의 현실에서 아이돌셀러는 새로운 현상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자신에게 맞는 책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무작정 따라서 읽는 독서 습관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진기자 ysj1941@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