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신 G2시대 개막을 위한 전주곡

  • 윤철희
  • |
  • 입력 2018-07-16   |  발행일 2018-07-16 제30면   |  수정 2018-10-01
미중 무역전쟁 계략 속에는
양국 정상 사전 합작 분석도
자본-현물 풍부한 두 나라가
다른 국가 주변부로 내몰고
신경제패러다임 구축 주도
20180716
이정태 경북대 교수

중국과 미국이 본격적인 무역전쟁에 돌입했다. 미국이 먼저 500억달러의 중국 상품에 대해 25% 관세폭탄으로 선제공격을 하자 중국이 비슷한 수준으로 응수했다. 다시 미국이 초기 공격의 4배에 해당하는 2천억달러(223조원) 규모의 중국제품에 10% 관세폭탄을 추가로 투하한다고 발표하자 중국은 비관세장벽까지 동원하여 맞대응한다. 처음부터 작정을 하고 시작한 전쟁이 분명하다. 중국의 반격도 빨랐지만 미국의 재공격도 만만치 않다. 중국의 반격이 있은 지 불과 4일 만에 미국 무역대표부가 195쪽의 보고서에 6천31개 품목을 명시하여 정밀타격을 감행한 것을 보면 충동적인 감정싸움이 아니라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시나리오다.

불과 얼마 전 시진핑의 손을 잡고 톈안먼(天安門)광장과 고궁을 누비던 트럼프가 중국을 향해 관세폭탄을 던진 이유가 무엇일까? 트럼프의 마음을 읽으려면 먼저 미국이 당면한 상황에서 실마리를 찾는 게 좋다. 흔히 외교를 내정의 연장이라고 하는 것은, 모든 출발지점이 해당 사회와 사람들이 당면한 문제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사회에 확산되는 ‘현상’ 중의 하나가 중국의 ‘스며듦’이다.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스며든 중국의 색, 향, 소리가 미국인들의 일상이 되었다. 그 전조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중국제품 없이 살아가기’라는 다큐멘터리가 방영된 적이 있는데, 미국의 가정을 대상으로 중국제품을 없애고 얼마나 버티는지를 실험하는 내용이었다. 장난감과 인형이 없어지고 게임기와 축제용품들이 없어지니 아이들은 지루해서 채 며칠도 견디지 못했다. 부모들도 미국산 장난감을 구입하려니 마땅한 제품이 없을뿐더러 가격도 비싸서 불편해했다. 중국산 제품이 없으면 미국인들의 일상생활 전반이 불편하다. ‘표’를 일용할 양식으로 삼는 정치인 트럼프의 입장에서 표를 잃게 될 무역전쟁을 지속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러한 미국의 현실을 너무나 잘 아는 사업가 트럼프가 무역전쟁으로 승부수를 던지는 데는 많은 계략이 작동하고 있다. 첫째는 ‘중국 길들이기’다. WTO 가입 후 중국이 행했던 일탈을 지켜본 미국으로서는 반드시 중국을 제약할 장치를 마련한 후 시장체제에 편입시키려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WTO나 FTA를 대체할 새로운 무역질서나 규칙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둘째, 트럼프의 관세폭탄 이벤트는 시진핑과 협의된 합작품일 수 있다. 마치 ‘경제 핵폭탄’이라도 터뜨릴 듯 기세가 등등한 트럼프를 보면 1962년 10월 지구촌을 핵전쟁의 공포로 몰아갔던 ‘쿠바 미사일 사건’이 연상된다. 미국의 앞마당인 쿠바에 핵미사일을 배치하려던 소련과 이를 막으려던 미국 사이에 벌어진 일촉즉발의 핵전쟁 위기였는데, 다행히 소련의 철수로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영웅이 된 사건이었다. 당시 사건의 내막과 결과는 두 가지 시사점을 던졌다. 한 가지는 미국이 막후 협상을 통해 터키에 배치된 미국 핵미사일을 포기하는 평판비용을 소련에 지불했다는 사실, 즉 강대국끼리는 타협한다는 사실이다. 다른 한 가지는 쿠바 미사일사건을 계기로 미국과 소련이 주도하는 냉전형 G2시대가 개막되었다는 점이다. 사건 이후 양국은 우발적 충돌방지를 위해 백악관과 크렘린에 핫라인을 설치하고 1970년에 조인된 전략무기제한협정을 시작했다. 결국 위기가 협력의 기회가 된 것은 물론이거니와 당시 도전세력이었던 중국과 프랑스를 변방으로 밀어내고 미소 양극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다.

이번 중미 무역전쟁도 핵이 무역으로 바뀌었을 뿐이지 구도는 같다. 미국이 특정 중국제품에 대해 투여한 10%, 25%의 관세폭탄을 교역차단이 아니라 허락의 조건이라고 가정하고 지금의 미중 무역전쟁은 상호 길을 내는 이벤트이고 공증과정이라 보면 어떨까? 전쟁이 끝나면 자본과 현물이 충분한 중국과 미국을 제외하고는 주변부로 전락할 것이고 궁극적으로 중미 양국 주도의 경제패러다임인 신 G2시대가 개막될 것이다. 그러면 달러와 위안화가 주도하는 시대가 열리고 트럼프도 시진핑의 일대일로사업에서 최대의 수익자가 될 것이다. 이정태 경북대 교수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