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대구의 정체성2

  • 조진범
  • |
  • 입력 2018-07-16 08:02  |  수정 2018-10-01 15:44  |  발행일 2018-07-16 제22면
20180716
김상진 <수성구립 용학도서관 관장>

정체성(正體性)의 사전적 정의는 ‘존재의 본질을 규명하는 성질’ 또는 ‘자기 내부에서 일관된 동일성을 유지하는 것과 다른 사람과의 어떤 본질적 특성을 지속적으로 공유하는 성질’이다. 그러면 대구의 정체성이란 대구란 도시가 가진 역사적·문화적 특질을 말하는 것이다. 필자가 지난주 월요일 영남일보 ‘문화산책’에서 언급했듯이 대구는 지금이라도 정체성을 재정립해야 한다. 그래야 도시 마케팅을 통해 30년 가까이 전국 특별·광역지자체 중 1인당 지역총생산(GRDP) 꼴찌란 불명예를 벗어날 수 있고, 시민들도 자긍심을 가질 수 있다.

대구는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존재의 의미가 우뚝한 도시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선양해야 마땅할 업적이 제대로 계승되지 못하는 탓에 정체성이 모호한 도시로 전락하고 말았다. 외지의 방문객이 대구를 방문해도 소개할 만한 마땅한 소재를 찾지 못해 막창골목이나 닭똥집골목으로 안내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구는 조선시대 영남지역 출판문화의 거점이었다. 그 중심에는 경상감영에서 서적을 간행할 때 사용했던 영영장판(嶺營藏板)이 있었다. 영영장판은 경상감영에 소장되어 있던 목판을 말한다. 조선시대의 출판은 중앙에서 금속활자를 이용하여 주요 서적을 먼저 간행하면, 지방 감영에서 이 서적을 모본으로 삼아 목판본을 제작해 확산시키는 형태로 이뤄졌다. 경상감영이 소재한 대구가 영남 전역에 지식문화를 확산시킨 중심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역할은 조선시대에 국한되지 않고, 근대에 와서도 문학과 잡지출판의 메카로 불릴 만큼 출판문화가 번성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용학도서관이 오는 8월 말까지 매주 화요일 오후 7시 진행하는 국비 공모사업 ‘인문독서아카데미’의 주제인 ‘대구 책의 역사를 읽다’가 이 같은 흐름을 살펴보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경상감영에 소장됐던 목판은 찾아보기조차 어렵다. 일부가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 소장되어 있을 뿐 그 전모조차 밝혀지지 않고 있다. 대구출판산업단지에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가 들어섰고, 경상감영 복원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영영장판을 부각시켜 시민들의 자긍심을 북돋우는 노력은 부족해 보인다.

다른 지역의 상황은 대구와 사뭇 다르다. 전북 전주에서는 영영장판과 동일한 위상을 가진 전라감영 완영장판(完營藏板)의 가치를 계승하기 위해 전주한옥마을에 ‘완판본문화관’을 설치했다. 이와 함께 1910년대 대구를 중심으로 비밀 무장독립운동을 펼친 대한광복회 박상진 총사령의 고향인 울산에서는 서훈등급 승격을 위한 시민운동이 추진 중이며, 신임 송철호 울산시장의 지시로 선양사업이 가속화되고 있다. 김상진 <수성구립 용학도서관 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