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정당공천제의 문제점

  •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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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4 07:54  |  수정 2018-07-14 07:54  |  발행일 2018-07-14 제5면
중앙정치 대리전 전락…‘지역일꾼’ 대신 ‘정당 심부름꾼’ 양산
지방자치 위한 地選서 지역현안은 뒷전
인물·정책 대결보다 특정정당 투표 행태
‘공천=당선’ 지역주의·국회의원 私兵化
공천기준 당규 등 정치 문화 개선 시급
지방선거 정당공천제의 문제점
지방선거 정당공천제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6·13 지방선거 공천을 앞두고 문제를 제기한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자유한국당 후보 측 관계자가 각각 민주당 대구시당과 한국당 대구시당에서 항의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에서 인물 위주의 투표가 성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는 반면, 현재의 정치적 상황이 지속되는 한 정당 위주의 투표가 반복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어 엇갈리고 있다. 지역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에서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는 ‘정당공천제’의 문제점에 대해 짚어봤다.

◆순기능보다 역기능 많은 정당공천제

정당공천제를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지방자치에서 필요한 것은 정치형 리더십이 아니라 기업가형이나 행정형 리더십이라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이들은 지방자치의 탈정당화를 강조하고 있다.

정당공천 반대파는 지방자치의 중앙정치 종속과 줄세우기, 비리 등 공천 폐해를 그 근거로 든다. 현재의 정당들이 정당정치 모델에서 제시하는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를 위한 선거가 중앙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나 집권 여당을 심판하는 도구로 전락한 것도 문제라고 주장한다. 지방선거는 지방의 현안이 이슈가 돼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또 중앙당과 지역 당원협의회(또는 지역위원회) 간의 수직적 지배구조로 인해 중앙 정치판의 정쟁을 지방으로 연결시켜 지방자치 발전을 저해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회의원이 기초·광역의원을 자신의 사조직 구성원처럼 운용하는 점은 오래전부터 지적돼 온 폐해다. 실제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도 이런 피라미드 구조를 이용한 국회의원의 공천권 장악 때문에 한 지역에서는 현역 기초·광역의원들이 자신의 의사나 소신과 상관없이 광역단체장에 출마한 현역의원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선언을 해 ‘줄세우기’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또 비공식적인 발언이긴 하지만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공천(公薦)이 어디 있냐. 깨놓고 보면 모두 사천(私薦)”이라고 말해 논란을 야기한 적도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공천권 전횡을 막기 위해 정당민주화가 추진됐고, 2002년 이후 정당마다 책임당원 혹은 진성당원이라는 형태로 6개월 이상 당비를 낸 당원들에게만 각종 공직선거 후보선출권을 주는 형태로 당헌·당규까지 바꿨지만, 사실상 실패했다는 것이 정치권의 일치된 견해다. 정당의 활동이 당비 대납으로 인한 ‘종이당원’을 양산하면서 당원 활동 자체가 일시적인 참여에 그쳤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당이나 민주당의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하는 TK지역이나 호남지역에서는 정당공천제 때문에 지역주의가 가속화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실제 투표 전 설문조사에서는 ‘인물’을 보고 뽑겠다는 비율이 높게 나오기도 하지만, 사실상 ‘정당’ 위주의 투표가 성행한 것도 지역주의에 기초한 정당공천제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당이 지역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는 데다 그 정당이 후보자를 추천하기 때문에 정책 선거는 완전히 배제됐고, 이른바 ‘묻지마 투표’로 불리는 지역주의 투표 행태를 타파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천제도 개선 없이 풀뿌리민주주의 요원”

정당공천제의 폐해에도 불구하고 제도의 폐지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권위주의적 정당 운영 △인물 중심의 정당 운영 △이데올로기적 성격 △계보 중심의 나눠먹기식 공천 등에 대한 정치 문화를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다.

한국의 전통적 정치문화에는 위계질서를 강조하고 약자의 지배를 정당시하는 권위주의가 폭넓게 깔려있다. 1987년 민주화 운동을 거치며 권위주의 정치에 반대하는 정서가 확산하기도 했지만, 사적 관계를 중시하는 형식적 의인주의가 여전해 정당 민주화를 저해하고 있다. 당원의 의사와 관계없이 재력과 지식을 갖춘 지역 기득권 층이 과다하게 정치에 진출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지역 갈등을 야기하고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지역독점적 정당 구조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에 대한 대표성을 가지게 되면 정당 경쟁을 저해하고 한 정당이 지방의회의 의석을 독점하게 해 정당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게 된다. 생산성 측면에서 볼 때 정당 간 경쟁으로 지방의회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역독점적 정당 구조를 타파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정당의 공천에 대한 공정성 시비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각 정당이 객관적인 후보 추천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이에 대해 엄격한 적용을 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공천심사 기준을 정하기만 했지 각 지역 공천심사위원회가 이를 따르지 않는 모습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었다. 공천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당규에 정할 필요가 있다.

공직후보자 발굴과 관리, 당선자 관리와 지원 등을 맡을 공천관리위원회 상설화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당의 지도부가 결정하는 당론도 개방형으로 바꿔야 한다. 당원은 물론 우호적 시민층의 의견을 반영하는 민주적인 의사 결정 구조로 바꾸면 당비를 통한 정당 운영은 물론이고 국민이 함께하는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김상현기자 sh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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