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공천제, 지역 거점黨 선거운동·세 확장 도구로 악용…갈등만 유발”

  •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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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4 07:51  |  수정 2018-07-14 07:51  |  발행일 2018-07-14 제5면
■ ‘무소속 4選’ 엄태항 봉화군수
“주민자치와 지역 정책에 당 영향력 낮아
국민 75% 폐지 요구에도 국회의원 반대
‘독도 日에 줘도 공천권 못줘’ 말할 정도”
‘지자체장 예속’ 국회의원 공천권 전횡
특정 당 ‘묻지마 투표’ 주민 행태도 문제
“정당공천제, 지역 거점黨 선거운동·세 확장 도구로 악용…갈등만 유발”
무소속으로 네 번의 선거에서 당선된 엄태항 봉화군수가 지방선거의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봉화군 제공>

“주민자치는 주민이 사람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주민이 원하는 사람을 배제하고 정당이 독단으로 후보를 내세우면 안 됩니다.”

지방공천제의 폐단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엄태항 봉화군수는 지역 거점 정당의 공천제는 지역 갈등만 유발한다며 이같이 답했다.

6·13 지방선거에서 당시 군수였던 박노욱 한국당 후보와 불과 130여표 차로 당선된 엄 군수는 봉화군수로 네 번 당선되는 동안 모두 무소속으로 출마한 특이한 이력을 가졌다.

2010년부터 8년간 시장·군수·구청장전국협의회 사무총장을 지낸 엄 군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당공천제 폐지 공약’ 이행을 요구하며 청와대와 자유한국당 앞에서 여러 번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순탄치 않은 이력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정당공천제의 폐해를 조목조목 짚어냈다.

엄 군수는 “지방공천제를 없애면 국회의원과 광역·기초단체장 및 광역·기초의원의 갑을 관계가 순식간에 바뀌기 때문에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독도를 일본에 넘겨주는 한이 있어도 공천권은 안 된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라며 “국민의 75%가 정당공천제 폐지를 요구하는데도 문재인 대통령이 이 문제를 부각하지 않는 것은 국회의원의 반대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한 가장 큰 이유로 주민자치에 대한 정당의 영향력이 낮다는 점을 들었다.

엄 군수는 “지자체 사업은 지방의 아이디어로 정부를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달린 것이지, 지자체장이 어떤 정당에 소속돼 있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며 “또 지자체장의 정당 소속 여부가 지역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재로선 지방공천제는 지역 거점 정당이 선거운동이나 당세 확장을 수월하게 하려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며 “오히려 이념 대립도 없는 지방의원 간 갈등 때문에 주민들까지 대립 양상을 보이는 폐해만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엄 군수는 “공천권으로 지자체장 등을 예속하려는 국회의원 잘못도 있지만 주민의 잘못도 크다”며 “주민들이 지역 거점 정당에 ‘묻지마 투표’를 하는 바람에 기초단체장 출마자나 지방의원 출마자들이 주민을 외면하고 국회의원에게 매달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엄 군수는 “봉화군수로 재직하는 동안 정당에 들어가지 않을 생각”이라며 “정당정치의 원칙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지방정치 풍토를 흐리는 정당공천제는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현기자 sh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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